[고재열의 리플레이]
도구적 인간들도 하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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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의 효과를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매주 주말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계속 열리고 있다. 대체로 평화집회를 찬양하는 분위기인데 일부에서는 그것이 길들여지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평화집회라서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은 촛불집회의 큰 장점이다.
촛불의 효과를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에 새누리당과 검찰의 움직임을 보면 된다. 목-금으로 가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이완되었던 것이, 촛불집회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보고 다시 조여진다. 그들에게 백만 촛불은 공포다. 성난 촛불에 놀라 잰걸음으로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야당은 오히려 더디다. 급할 게 없기 때문이다.
그럼 어떤 사람들이 급한가? 자신들을 박근혜로부터 분리해 내야 하는 사람들이 바쁘다. 침몰하는 박근혜호에서 어서 빨리 탈출하고 싶기 때문이다. 야당은 박근혜와 섞인 게 없으니 바쁠 게 없는 것이다.
급하면 어떻게 움직이나? 템포가 빨라진다. 민주당 주류보다 탄핵을 더 적극적으로 꺼낸 것도 새누리당이었다. 야당이 새누리당 해체를 주장하기 전에 분당과 탈당을 이야기했다. 검찰은 기소장에 박근혜 대통령을 주범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심지어 박근혜와 최순실의 최측근도 그들로부터 자신을 분리해낸다. 안종범과 정호성과 김종이, 차은택과 고영태가 그랬다. 다 시켜서 한 일이라고 자신을 분리해낸다. 이것 또한 촛불의 힘이다. 권력 눈치나 보는 검찰의 힘이 아니다.
지난 주말 190만 촛불이 운집하자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났다. 차은택과 김기춘이 동시에 주군을 배신한 것이다. 김기춘은 최순실을 모른다고 했는데, 차은택이 "최순실이 시켜서 김기춘 만났다"고 자백했다. 그러자 김기춘은 "박근혜가 시켜서 차은택 만났다"한다. 다 시켜서 한 일이라는 것이다.
물론 아직 박근혜와 자신을 분리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새누리당 친박들이다. 왜일까? 그들은 박근혜와 분리하면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기 때문이다. 다른 곳에서 받아줄 곳도 없으니 존재의 마지막 버팀목에 기대는 것이다.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자포자기 하는 심정으로 버티는 것이다.
그 와중에도 190만 촛불의 효과는 나타났다. 친박 중진들이 나서서 '질서있는 퇴진'을 주창하기 시작했다. 검찰은 특검 구성을 앞두고 수사에 마지막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계속 대면조사를 거부하는 대통령을 압박하면서 삼성과 최순실의 유착관계 등 중간조사 발표 때 짚지 않았던 부분까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인물들이 자신들을 변호하는 논리는 동일하다. '다 시켜서 한 일일 뿐이다'라는 것이다. 불법인 줄 알면서도 위에서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했다는 것이다. 그런 불법을 지행하고 자신이 호가호위 했다는 사실은 슬쩍 빼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 다행히 우리 법은 공무원이 상사의 명이라도 불법을 자행하면 처벌받게 되어있다.
하야는 원래 왕족에게 쓰던 말이다. 공화국에 맞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온갖 위세를 떨며 행세하던 그들에게는 맞는 말일 수도 있다. 이참에 대통령만 하야하지 말고 대통령이 시켜서 했다는 '도구적 인간'들도 함께 하야해야 한다. 그래야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같은 불행한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국민이 시키는 일이다. 당신들도 하야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