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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열의 리플레이]

서울문화재단이 있어야 할 곳은 어디인가?

고재열_시사IN 문화팀장
111호 2017.03.09
서울문화재단이 재단 청사를 청계천 9가에서 대학로 동숭아트센터로 옮긴다는 이야기를 바람결에 들었다. 동숭홀 동숭소극장 꼭두소극장 세 곳의 공연장을 보유한 동숭아트센터는 대학로의 문화 거점이다. 국내 최초의 복합문화공간이지만 최근 부진했는데 남산예술센터를 활성화 시켰듯 서울문화재단이 멋지게 부활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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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재단이 재단 청사를 청계천 9가에서 대학로 동숭아트센터로 옮긴다는 이야기를 바람결에 들었다. 동숭홀 동숭소극장 꼭두소극장 세 곳의 공연장을 보유한 동숭아트센터는 대학로의 문화 거점이다. 국내 최초의 복합문화공간이지만 최근 부진했는데 남산예술센터를 활성화 시켰듯 서울문화재단이 멋지게 부활시킬 것이다.

사실 서울문화재단 청사가 있던 청계9가는 문화적으로 섬에 가까운 곳이었다. 서울시민들의 문화생활을 고양시켜야 할 재단 직원들이 문화적으로 가장 소외된 지역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서울문화재단에 갈 때마다 느낀 것이지만 10여 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서울문화재단 주변의 문화적 인프라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다양한 문화적 자극을 줄 수 있는 대학로로의 이전은 필연이라 할 수 있다.

대학로 활성화를 위해서도 서울문화재단의 이전은 환영할 일이다. 지금 대학로의 주인을 연극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오픈런으로 공연되는 상업극 중심으로 생각하면 맞는 말일 수도 있다. 젊은 관객들에게 공연예술 관람 경험을 선사하는 역할을 담당하긴 하지만 그 재미진 연극들이 대학로의 정체성이라고 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문화재단이 순수예술의 베이스캠프가 되어줄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로 이전 계획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것은 서울문화재단이 가진 독특한 역량 때문이다. 다른 문화재단에 비해 서울문화재단의 특화된 역량은 ‘장소 특정 예술’이다. 공연장과 전시장을 벗어난 일상의 공간에서 하는 예술에 서울문화재단은 탁월한 성과를 내왔다. 서교예술실험센터, 금천예술공장, 연희문학창작촌 등 지역에 거점을 만들고 그곳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구의취수장을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로 바꾼 뒤에는 이런 역량이 더욱 강화되었다.

이런 서울문화재단의 특화된 역량은 역설적으로 재단의 태생적 한계 때문에 갖게 되었다. 다른 문화재단과 달리 서울문화재단은 대형 공연장을 운영하고 있지 않다. 대부분의 문화재단은 ‘전당'이 붙을 정도의 대형 공연장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지만 서울시 소유인 세종문화회관은 재단이 따로 있어서 서울문화재단은 공연장을 운영하지 않는다(나중에 남산예술센터를 관리 하게 되긴 했지만 중소극장 규모다).

또 하나 한계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하이 서울 페스티벌'을 기획하기 위해 서울문화재단을 만들었기 때문에 서울문화재단은 행사 기획을 위해 조직되었다. 덕분에 야외에서 하는 행사에 특화된 역량을 갖게 되었다. 현임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시민과 함께 하는 행사에 비중을 두고 있어서 이런 거리예술의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요약하자면 서울문화재단의 역량은 하드웨어의 핸디캡을 소프트웨어 기획 역량으로 돌파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대형 공연장 운영에 함몰되지 않고 장소를 옮겨 가며 노마드적 문화예술 기획을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왔다. 이것은 대형 공연장 운영과 지역축제 기획에 집중하는 다른 문화재단에서는 보기 힘든 사례로 좋은 전범이라 할 수 있다. 세월이 축적되면서 이런 기획 역량은 자연스럽게 문화예술 지원 역량으로 잘 전환되었다.

이제 이렇게 축적한 역량을 어떻게 발휘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대학로는 이미 꽉 차있는 보름달이다. 이미 아르코예술극장이나 대학로예술극장 등 공공 공연장이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예술대학을 두고 있는 대학들도 대학로에 별도 건물을 구입해 전진기지로 삼고 있다. 대학로는 이미 만개한 곳이다.

대학로가 보름달이라면 초승달은 어디일까? 몇 군데 생각나는 곳이 있다. 청년허브와 청년청 등 다양한 청년 기획자들이 둥지를 튼 은평구의 서울혁신파크는 어떨까? 문화비축기지로 거듭나는 마포 석유비축기지 터는 어떨까? 매년 여름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이 상암월드컵공연장을 예술의 장으로 바꾸는데 서울문화재단이라는 베이스캠프가 근처에 생긴다면 큰 계기가 되지 않을까? 아니면 아직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한강 노들섬은 또 어떨까? 플랫폼창동61 개장 이후 강북의 대중공연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는 창동은 또 어떨까?

서울문화재단은 문화 기획과 지원의 항공모함이라 할 수 있다. 이 항공모함의 기항지가 갖는 의미를 생각한다면 대학로는 좀 심심하다. ‘장소 특정 예술'에 특장이 있는 서울문화재단이 그곳에 들어섰을 때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서말의 구슬이 현장에 깔려 있는데 서울문화재단이라는 실로 꾄다면 완성된 꼴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물론 서울문화재단은, 늘 그랬듯이 대학로에서도 답을 찾을 것이다. 그래도 곁눈질을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