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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열의 리플레이]

‘서울로 7017’ 논란이 말하는 것들

고재열_시사IN 문화팀장
117호 2017.06.08
구 서울역 고가, ‘서울로 7017(이하 서울로)’은 한마디로 말하면, 육교다. 좀 더 풀어서 말하면 ‘세상에서 가장 긴 육교’다. 폭이 큰 대로 두 개와 넓은 철로 하나 그리고 건물 한 동 주차장 한 곳을 지나는, 폭 10.3m 길이 1024m의 육교다. 서울시 초대 총괄건축가를 역임한 승효상 선생은 광화문광장을 ‘세상에서 가장 넓은...

구 서울역 고가, ‘서울로 7017(이하 서울로)’은 한마디로 말하면, 육교다. 좀 더 풀어서 말하면 ‘세상에서 가장 긴 육교’다. 폭이 큰 대로 두 개와 넓은 철로 하나 그리고 건물 한 동 주차장 한 곳을 지나는, 폭 10.3m 길이 1024m의 육교다. 서울시 초대 총괄건축가를 역임한 승효상 선생은 광화문광장을 ‘세상에서 가장 넓은 중앙분리대’라고 평한 적이 있는데, 비슷한 맥락으로 보았을 때 서울로는 세상에서 가장 긴 육교라 할 수 있다.

가장 긴 육교이면서 서울로는 세상에서 가장 진입로가 많은 육교다. 17곳에 이른다. 서울로의 설계자 비니 마스의 아이디어 중에서 점수를 가장 많이 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다양한 방식의 진입로일 것이다. 설계 도면을 보면 서울로 양쪽이 마치 뉴런의 신경세포처럼 진입로가 여러 개 펼쳐져 있다. 도로와 철길과 단절된 서울로의 동쪽과 서쪽이 서로 소통할 수 있게 만들었다.

여기가 서울로에 가장 큰 점수를 줄 수 있는 부분이다. 우리 선조들은 정자를 평가할 때 정자의 생김새나 규모 보다는 정자의 위치를 중시했다고 한다. 어디에 정자를 놓느냐를 보고 정자를 평가했다는 것이다. 서울로는 차도를 보행로로 만든 것에 일단 가장 많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이다. 덕분에 시민들이 도시를 새롭게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시멘트를 밟게 한 것은 아쉬웠다. 서울로 산책로가 우리 조상들이 선호하던 마사토였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서울로는 가장 긴 육교이면서, 화분이 놓여 있는 육교다. 그 화분에는 나무들이 가나다순으로 심어져 있다. 그 나무를 통해 서울로는 도심의 수목원이 된다, 라는 것이 건축가 비니 마스의 구상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이것은 구현되지 못했다. 그냥 나무가 자랄 수 있는 큰 화분이 놓인 회색의 육교다. 시멘트 화분 안,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소외된 도시인처럼 외로워 보였다.

뉴욕 하이라인 파크와 다르게 ‘육교’라는 것은 서울로의 치명적 약점이다. 서울로가 육교의 성격을 벗어나는 구간이 있다. 도로와 나란히 뻗은 남대문쪽 구간이다. 건물 허리를 지나는 느낌이 신선하다. 건물 중간으로 진입로도 연결되어 있어서 건물 중층 카페로 바로 들어갈 수도 있다.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서울로에서 보이는 곳은 철길과 찻길이다. 이곳을 투명 아크릴과 철망이 막고 있는데 차라리 나무숲이나 담쟁이로 시야를 차단하고 숲길을 구현하는 것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화분이 놓여 있는 가장 긴 육교, 서울로는 또한 문화가 있는 육교다. 장미광장 만리광장 등 서울로 위아래의 광장에서 다양한 문화행사를 연다. 개장과 함께 다양한 문화 공연을 했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오히려 ‘도시 농부’들의 장터였다. 서울로 광장의 쓰임새가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6월에는 서울문화재단 소속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가 거리예술 시즌제 공연을 서울로에서 진행한다. 서울문화재단의 강점이 ‘장소 특정 예술’인데 아티스트들이 어떻게 서울로를 재해석할지 궁금하다.

서울로의 문화행사와 관련해 논쟁도 있었다. 개장과 함께 버려진 신발 3만 켤레로 만든 높이 17m, 길이 100m의 대형 설치 미술 작품 ‘슈즈트리’를 서울역광장에 선보였다. 제2롯데월드 개장 때 규모의 예술로 시야를 압도했던 ‘러버덕’을 참고한 것 같은데, 그리 효과적이지 못했다. ‘슈즈트리’를 흉물로 간주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슈즈트리’가 서울로 가까이 배치되면서 ‘원근감 왜곡’의 효과를 보지 못했고 신발에서 풍기는 악취가 시민들을 괴롭혔다.

이런 논란에 대해 진중권 교수는 “아름답지 않은 것은 예술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슈즈 트리’는 예술에 대한 문제라기보다는 예술의 쓰임에 대한 문제에 가깝다. ‘서울로 비엔날레’가 아니라 서울로 개장식 이벤트에 쓰였기 때문이다. 1억 원 이상의 예산을 들인 작품을 개장 시기 일주일 남짓 설치한 것은 전시가 아니라 전시성 행정으로 보였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민운동가시절 본인을 ‘소셜 디자이너’로 소개했다. ‘소셜 디자인’적 측면에서 보자면 서울로의 역할이 단지 육교로 멈춘 부분이 아쉬웠다. 서울로가 서울역 동서를 연결하는 뉴런이 되면서 남대문시장이나 중림동 만리동일대가 재발견 될 기회가 만들어졌는데 이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움직임이 없었다. 서울로를 통해 남산의 녹지축이 확장되었는데 이것 역시 간과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걷는 도시 서울’의 제로 포인트가 만들어진 셈인데, 잘 활용하지 못했다.

디자인의 핵심은 빼기다. 디자인 요소를 빼면서도 그 상징을 더할 수 있는 것이 좋은 디자인이다. 그런 측면에서 서울로의 디자인을 보면 빼기가 아니라 덧셈에 치중했다. 그런데 군더더기가 너무나 많다. 발 담그는 욕조에, 아이들이 뛰어노는 트램블린에, 분수에, 연못에, 전시관에, 매점에, 없는 것이 없다. 이런 고정물을 두고도 부족했는지 심지어 고가 위에 행사 천막을 설치하고 이벤트성 행사까지 진행한다. 좀 과하다 싶지만 서울로가 답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이해해 보려고 한다. 우리에게 가능성의 공간이 열린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