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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우의 연극 미리보기] 실험다큐극 <우리는 난파선을 타고 '유리바다'를 떠돌았다>

26년 동안 잊힌 이야기, 형제복지원

최윤우_연극평론가
27호 2013.07.04
1987년 3월 22일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 있었다. 직원의 구타로 원생 1명이 숨지고 35명이 탈출하면서 그 실상이 세상에 알려진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이다. 전두환 정권시절 부산에 부랑자들이 많다는 이유로 다 잡아 들이라는 정책이 펼쳐지던 시기, 정권의 비호아래 3000여명이 넘는 거대 복지원이 되었던 그곳은 ‘복지원’이라는 이름 아래 폭...

1987년 3월 22일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 있었다. 직원의 구타로 원생 1명이 숨지고 35명이 탈출하면서 그 실상이 세상에 알려진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이다. 전두환 정권시절 부산에 부랑자들이 많다는 이유로 다 잡아 들이라는 정책이 펼쳐지던 시기, 정권의 비호아래 3000여명이 넘는 거대 복지원이 되었던 그곳은 ‘복지원’이라는 이름 아래 폭행과 강간, 살인 등 차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자행된 곳이었다. 12년 동안 검찰조사 자료로 인정된 사망사건만 530여건이 드러난 곳, 하지만 곧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터졌고, 그렇게 사람들의 기억에서 26년 동안이나 잊힌 사건이다. 피해자는 숨어 살고 가해자는 수천억대의 자산을 운영하며 여전히 떵떵거리고 살아가고 있는 지금, <우리는 난파선을 타고 '유리바다'를 떠돌았다>는 1984년 10월 16일, 아홉 살이던 한종선 씨가 누나와 함께 형제복지원에 끌려가 겪었던 지옥 같은 나날에 대한 고발이자, 피해자로서의 권리를 찾기 위한 또 다른 과정이다.

  • 유리바다

    극장의 구조가 그대로 노출된 빈 무대. 왼쪽에는 계단이 오른쪽에는 작은 리프트가 있으며 객석 왼쪽 벽면에는 분장실 내 화장실로 연결된 작은 문이, 오른쪽에는 창살이 드리워진 쪽창이 나있다. 무대 위에는 세 개의 갓등이 삼각형을 그리며 놓여있고, 중앙에는 사면에 커튼을 걷었다 칠 수 있는 육각 철제프레임 있다. 그리고 무대 오른쪽 리프트 아래에는 하얀 덮개로 가려진 들것이 방치된 듯 놓여있다.

    전체를 보는 시각을 가진 먼지들(배우)이 서사자로 극을 이끌어간다. 그들의 세계에서 갓등은 바닥에 거의 닿을 듯 내려와 있어 공중을 떠도는 듯한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전체조명은 커튼콜 외에는 사용하지 않는데, 이는 극에 참여하는 개개인의 시각과 경험이 형제복지원 사건 전체를 밝힐 수 없음을, 관객이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응원할 때에만 밝은 빛 아래에 공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관객이 입장하면 먼지1이 화장실에서 문을 열고 두리번거리다 문을 닫는다. <우리는 난파선을 타고 '유리바다'를 떠돌았다>의 무대는 그렇게 시작된다.

    사건일지-과거와 미래

    연말 <유리바다>라는 이름으로 공연이 예정되어 있는 작품의 창작과정을 담은 <우리는 난파선을 타고 ‘유리바다’를 떠돌았다>는 『살아남은 아이』(2012년, 문주)의 공저자이자 형제복지원 피해자 한종선과 연극하는 장지연이 만나 <유리바다>라는 제목의 희곡을 써나가는 과정을 그려낸 실험다큐극이다.

    유리바다


    타의적 폭력에 의해 어린 시절 사회적으로 배제되고 감금되었던 사람들은 감금 해제 이후에도 사회적 메커니즘 안으로 들어가지 못 하고 얼굴 없는 삶을, 현대사회에 특징으로 여겨지는 잉여적 존재에도 포함되지 못한 채 절대적 개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형제복지원 사건을 다시 세상에 들고 나온 한종선, 그가 새로 부여받은 역할은 ‘피해자’다. 하지만 작품은 피해자를 고정된 이미지로 바라보고 그려내지 말기를 당부한다. 형제복지원에서 자유롭게 된 그를 다시 무의식적 이미지 속에 감금하는 것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한종선 씨와 함께 희곡 <유리바다>를 쓰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주고받은 대화들을 다큐멘터리와 연극을 넘나드는 형식으로 그려냈다. 고정된 피해자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그의 모습이 무대 위에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유리바다 포스트잇1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직접발화를 목표로 한 이 작품은 피해 당사자인 한종선 씨가 무대에 직접 출연하여 당시의 사건을 설명한다. 그가 직접 그린 그림, 인터뷰 영상, 무용, 연기가 복합적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새로운 창작을 이뤄가는 과정이지만 동시에 또 다른 작품이다. 다른 지점이 있다면 처음부터 어떤 형태의 결과물을 그려놓고 작업을 시작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백지상태, 사회적 이슈를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예술가들이 협업할 수 있을까, 연극이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던 참여자들은 서로의 생각과 고민을 무대 위에 펼쳐놓았다. 그리고 그것은 실험다큐극이라는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유리바다 포스트잇2
유리바다
당시의 사건을 바라볼수록, 그곳에서 벗어나긴 했으나 여전히 또 다른 공간에 감금된 채 살아가고 있는 피해자들의 현실을 들여다볼수록 먹먹한 가슴은 분노와 슬픔으로 아파온다.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버렸다고, 국가와 싸워서 이길 수 없다고 손사래를 치던 오랜 시간동안그것을 세상에 알리고자 했던 한종선 씨의 목표는 한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어 사라지지 않는 것이었다. 연극은 그런 이야기를 서슴없이 무대 위에 그려놓았다. ‘유리바다’를 떠돌고 있는 ‘먼지들’의 질문은 그렇게 우리에게 돌아온다.

유리바다 포스트잇3

  • 유리바다 포스터
  • 일시 : 7월4일(목)∼7월6일(토)
    목, 금 8시 / 토 3시, 7시
    장소 : 삼일로창고극장
    작/연출 : 장지연
    드라마트루기/애니메이션 그림 : 한종선
    다큐멘터리 감독 : 선호빈 애니메이션 기획 : 전규찬
    애니메이션 편집 : 노은지 비주얼 디렉터 : 김은진
    라이팅 디렉터 : 고혁준 사운드 디렉터 : 김도훈
    안무 : 최소영
    출연 : 김재화, 오의택, 박용환, 김기창, 최소영,
    한종선, 장지연, 선호빈
    문의 : 02-3673-5575 / www.mtfestiv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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