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Da <아버지와 살면>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
김슬기_국립극단 학술출판연구원
43호
201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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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을 바로잡고 진실을 밝혀내고 정의를 구현하는 것은 분명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잘못한 자를 벌하는 것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어쩌면 그 무엇으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고통 앞에 우리가 정말 절실히 할 수 있는 일이란, 남은 이들을 돌보는 것이고, 마음으로 지켜주는 일이다. 그들의 신음에 귀 기울이는 일이다.

- 지워지지 않을 상흔
연극 <아버지와 살면>은 1980년 광주를 배경으로 일본의 작가 이노우에 히사시의 작품을 옮겨온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희생된 아버지가 얼마간의 세월이 흐른 1984년, 홀로 남겨진 딸의 집에 찾아온다는 설정이다. 번개 소리만 나도 두려움에 떨게 되는 정숙은 스스로를 벌하면서 살아간다. 위기 상황에서 아버지를 버렸다는 죄책감과 친구를 잃었다는 슬픔도 잠시,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현실 앞에, 행복해지지 않으리라 마음으로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정숙에게 마음을 주는 사람이 생겼다. 번개만 쳐도, 아니 냄비 뚜껑 떨어지는 소리만 들려도 소스라치는 가슴은 평생 진정되지 않을 텐데, 정숙은 자신의 설레는 마음을 애써 외면하고 싶다. 그런 딸을 보듬어주기 위해 아버지가 집에 왔다. 아마도 괜찮다, 라고 말해주는 것만으로 진짜 괜찮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아버지는 조근조근 그날의 기억들을 들어주고 그 눈물을 지켜봐준다. 그리고 자꾸만 딸내미의 등을 떠민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라고… 해도 된다고, 할 수 있다고….

그리고, 그들을 지켜내는 일
지금을 살면서도 의식은 여전히 당시 어드메를 헤매고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는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게 만든다. 결국 이 사회를 구성하는 것은 하나하나의 개인들이다. 모두가 온전히 삶의 궤도에 들어서야 비로소 사회도 국가도 굴러갈 수 있다. 상처와 아픔으로 흔들거리는 위기 상황은 통제하고 관리한다고 해서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 현실은 자꾸만 사람들의 가슴에 못질을 해댄다.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려는 몸짓들을 단속하고, 아픔을 호소하는 당사자들에겐 귀 기울이지 않는다. 고심 끝에 고른 어휘들은 쉬운 말로 전하는 진심을 따라가지 못한다. 상실과 그로 인한 슬픔이 분노로 화하는 사회는 희망이 없다.
연극은 현실에서 도망가 자꾸만 과거로 회귀하려는 딸과 자신의 몫까지, 현재와 미래를 살아달라는 아버지의 실랑이로 조용히 막을 내린다. ‘오랜만에 웃으며’ 아버지에게 고맙다는 말을 남긴 딸이 어떤 결정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렇다. 남은 자들은 차마, 내민 손을 잡는 것조차 할 수 없을지 모른다. 아무 잘못도 없는 이들이 무엇 때문에 스스로를 단죄하면서 살아가야 하는가. 또 다른 희생자들을 만들지 않는 것, 어쩌면 이 연극은 남겨진 자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 우리의 부박한 현실을 꼬집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 일시 : 5월20일(화)∼6월1일(일) 평일 8시 / 토 3시 6시 / 일 3시
장소 : 선돌극장
원작 : 이노우에 히사시
연출 : 임세륜
출연 : 윤상호, 서혜림
문의 : 02-3676-3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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