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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성북페스티벌-연극도시>

지혜롭고 현명한 사람들의 문화예술마을을 꿈꾸며

최창근_극작가
77호 2015.10.08
2년 차로 접어든 성북페스티벌(9.3-10.10)이 9월 5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연극도시’라는 기치를 내걸고 성북천을 중심으로 다채롭게 열리고 있다. 전국에서 문화예술인들이 가장 많이 모여 산다는 성북구의 젊은 예술가들이 지역주민들과 함께 하는 마을극장을 만들기 위해 공유성북원탁회의나 미아리고개예술극장워킹그룹 같은 자율적인 모임을 조직해서 열심히 구슬땀을...

제2회 성북페스티벌-연극도시극단 예모리 <개미집>

2년 차로 접어든 성북페스티벌(9.3-10.10)이 9월 5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연극도시’라는 기치를 내걸고 성북천을 중심으로 다채롭게 열리고 있다. 전국에서 문화예술인들이 가장 많이 모여 산다는 성북구의 젊은 예술가들이 지역주민들과 함께 하는 마을극장을 만들기 위해 공유성북원탁회의나 미아리고개예술극장워킹그룹 같은 자율적인 모임을 조직해서 열심히 구슬땀을 흘리기 시작한 것은 올해부터였다. 공식초청작 여섯 편과 자유참가작 여러 편이 한 달 동안 성북구 곳곳에 있는 극장과 카페, 갤러리를 비롯한 야외무대에서 자유롭게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미아리고개예술극장에서 주로 공연된 공식초청작들은 나름대로 저마다 다른 특색을 갖춰 예술감독이 그 작품을 선택한 안목을 돋보이게 했다. 극단 위선자의 <유령>과 극단 제비꽃의 <살로메>는 각각 외국의 고전에 해당하는 희곡을 무대 위에 올렸고 극단 희망새의 <고스트 메모리>는 뮤지컬이었으며 극단 예모리와 이끌림의 <개미집>은 전통국악에 현대연극을 접목시킨 경우였다. 창작프로젝트그룹 영희야놀자는 유일하게 창작극 <교회오빠>를 선보였으며 명품극단의 <광인일기>는 모노드라마였다.
동선동 코아루와 아리랑 씨네미디어센터, 성북천 바람마당, 카페 감성달빛 등을 무대로 배정받은 자유참가작들은 탭댄스와 밸리댄스, 기타연주, 인형극, 마임, 연극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으로 구성됐다. 삼선교 분수마루에서는 록페스티벌이 벌어지기도 하고 소규모 프리마켓이 열렸으며 성북구청 아트홀에서는 생활과 관련된 공개인터뷰와 토론, 라운드 테이블이 마련됐다. 그런가하면 몇 개의 공간들을 조명하는 영상작업 및 상영전시 프로그램인 예술기지국은 성북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단체들의 공연포스터를 모아 성북도원 갤러리에서 전시하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지역주민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던 것은 매주 토요일 저녁에 성북분수마루에서 열린 버스킹라디오 ‘마실’이었다. 버스킹과 라디오가 결합된 주민참여형의 문화예술 공연으로 짜여졌던 마실은 성북구에 거주하고 있는 다양한 시민들과 예술인들의 개인적인 사연이 소개되고 공연홍보 같은 것도 활발하게 이루어져 일상적인 영역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제2회 성북페스티벌-연극도시명품극단 <광인일기>

성북구에 자리를 잡고 있던 극단 대표들과 연극인들이 예비모임을 갖고 지역을 위해 뜻있는 일을 해보자고 마음을 모았던 것은 사실 몇 년 전의 일이었다. 그때는 성북문화재단과 성북연극협회가 생기기 전이었고 창작자들이 성북구청과 얘기를 나누며 문화유적이 풍부한 동네의 미래를 설계해나갔었다.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더 발전된 형태의 다양한 대화창구와 의사를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생겨 알찬 행사들과 축제가 마련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일을 추진하다보면 어디서나 생기는 현장작업자들과 관의 갈등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어찌 보면 협력과 상생을 바탕으로 한 동반자관계에 놓여있는 두 주체가 어떤 식으로 조화롭게 화합해서 연대해갈 수 있느냐는 문제가 성북페스티벌이 치러지는 내내 앞으로 고민해야 할 화두로 떠올랐다. 서로가 서로를 믿고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져 관계가 소원해지고 서먹서먹해지는 것만큼 곤란하고 괴로운 일은 없기 때문이다.
행정기관과 예술가들의 목표와 지향점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공무를 집행하는 관청은 일의 성과와 실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창작자들은 그와 상관없이 자신의 이상을 맘껏 펼쳐볼 수 있는 환경을 원하기 마련이다. 현장에서 고생하는 예술가들의 입장에서야 당연히 관은 지원만 하고 간섭하지 않길 바라지만 그게 그렇게 쉬운 일만은 아니다. 그러나 결국 마을의 문화가 꽃을 피우고 예술이 생활의 기저에 튼실하게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창작자들의 요구와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돼야 하는 건 아닐까.
공식초청작 대부분이 공연되는 미아리고개예술극장은 우리역사의 애환이 서려있는 유서 깊은 미아리고개에 둥지를 튼 백 석 규모의 작은 극장이다. 구청과 문화재단에서 좋은 극장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품고 적극적으로 예산을 투입해서 낡은 시설을 보수하고 공공성에 부합하는 뜻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한다면, 재야에 묻혀있는 훌륭한 작품들을 발굴해서 지속적으로 무대에 올린다면 얼마 안 가서 이 극장은 혜화동로터리에 있는 연극실험실 혜화동일번지소극장이나 연우소극장, 선돌극장처럼 또 하나의 이름 있는 극장명소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제2회 성북페스티벌-연극도시창작프로젝트그룹 영희야놀자 <교회오빠>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어떤 사람이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일을 추진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만큼 완전히 달라진다. 천사와 악마 사이에 존재하고 있는 인간은 로켓을 만들어 달에 갈 수도 있고 하나뿐인 지구를 한순간에 아수라판으로 바꿔버릴 수도 있다. ‘염불에는 관심 없고 잿밥에만 관심 있다’는 옛 속담을 뒤집어 잿밥에 쏠려있는 관심을 염불에 공들여 한다면, 그러한 사심 없는 마음과 지극한 정성이 이어진다면 이 세상에서 이루지 못할 일이 무엇이며 하지 못할 일이 어디 있으랴.
과학물질문명의 최첨단을 구가하고 있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 그 중에서도 특히 생명의 고귀한 가치를 단순한 화폐의 교환가치로 환산해버리는 신자유주의의 야만과 폭력이 극에 달한 한국사회에 이제 더 이상 대중의 허울 좋은 우상으로 떠오르는 영웅은 필요 없는 게 아닐까. 지금 이 사회는 백 명의 영웅보다 한 명의 현자를 원하는지도 모른다.
생의 도처에 지뢰밭처럼 깔려있는 절망적인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보다 나은 내일의 희망을 말하기 위해서는 많이 배운 사람들의 지식보다 현명한 사람들의 슬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매 순간 하루하루 겉과 속이 다르지 않은 진심으로 내가 속한 공동체의 꿈을 자신의 이상과 일치시켜 나갈 때 그 속에서 삶의 기쁨과 환희는 활짝 솟구쳐 오를 것이다.

[사진: 성북페스티벌 사무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