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당연히, 극장 <commercial, definitely>
상업극, 지금 체험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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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극이란다. 혜화동1번지에서 상업극이란다. 20년 역사의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에서 상업극이란다. 국내 유일의 연출가 동인제 20년 역사의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에서 상업극, (잠시 쉬고) 이란다. 무슨 의도를 가지고 이런 문장들을 나열하고 있는지는 말하지 않겠다. 실은 홍보자료에 있는 혜화동1번지의 소개 문구를 변주, 반복한 것일 뿐, 특별한 의도는 없다. (한참 쉬고) 혜화동1번지 6기 동인의 2015년 가을 페스티벌, ‘상업극’의 첫 번째 작품인 ‘여기는 당연히, 극장’ㅡ영어로는 theatre, definitelyㅡ이 선보일 < commercial, definitely >를 소개한다. ‘마카다미아, 표절, 메르스 그리고 맨스플레인’이라는 부제가 따라붙은 공연이다. 보고 있자면 그 뒤로도 한참 더 나열하고 싶은 단어들이 분망히 떠올랐다 사라진다. 이 공연은 그 어떤ㅡ어떤?ㅡ 욕망을 들이키고 태어났다. 2015년, 혜화동1번지에서.
2015 혜화동1번지 6기 동인 가을 페스티벌
본격 공연을 소개하기에 앞서, 이 글에서는 ‘상업극’ 일반ㅡ도대체 그런 걸 규정할 수 있긴 한 건지 모르겠지만ㅡ에 대해 되도록 얘기하지 않을 것임을 밝힌다. 페스티벌 시작도 전에 여섯 연출가들이 선보일 서로 다른 작품의 풍성한 가능성을 거세해버리고 싶지는 않으므로. 다만 이런 주제를 선정하기까지 작금의 소극장 연극의 현실과 30대 작업자들이 처한 환경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전언이 있었다는. 그리고 그 결핍과 욕망의 이종교배를 통해 탄생한 작품들이 올 가을 제대로 수확의 기쁨ㅡ그 무엇이 되었든ㅡ을 누릴 수 있길 기대하는 시선들이 있다는. 이 정도로 이번 혜화동1번지 6기 동인의 ‘상업극’ 페스티벌을 둘러싼 말, 말, 말들을 갈음하고자 한다.

이 명품 쇼핑백, 이거 알아보겠니?
처음에는 지금 대학로에서 공연되고 있는 ‘상업극’ 대본을 받아서 그걸 연출해보면 어떨까 생각도 했다. 로맨틱 코미디 대본을 직접 써보기도 했고. 그런데 쓰고 싶다, 쓰기 싫다는 차원을 떠나서 못 쓰는 건 못 쓰는 거더라. 고민 끝에 결국 ‘상업극’에서 발견되는 패턴이나 포장지가 있다는 데 착안하게 됐다. 그래서 소위 말하는 ‘힙’한 것, 예를 들어 우리 작품에 토마스 오스터마이어와 오카다 토시키가 목소리 출연을 하는데, 그런 것들, 혹은 잘나간다는 창작자들의 작품에서 주로 사용되는 것들을 모조리 긁어오기 시작했다. 그 소스들을 강박적으로 모아서 재배치하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작품이 바로 < commercial, definitely >이다.
구자혜 연출은 다양한 색깔의 초콜릿이 들어 있는 선물상자 같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이야기 한다. 실제로 이 인터뷰를 할 당시, 토마스 오스터마이어는 목소리 출연을 해주기로, 오카다 토시키는 스마트폰 영상 촬영분을 보내주기로 약속한 상황이었는데, 이들에게 주어진 대사는 “굉장히 영민한 공연이 될 것 같습니다. 추천하는 바입니다”랄지, “저는 꽤 유명한 인터내셔널 연출가입니다”와 같은 것들이었다. 아, 물론 이들은, 지금 여기서 그들의 공적을 일일이 논하려면 지면이 턱도 없이 부족할 만큼, 정말로 세계적인 연출가들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대다수의 관객들은 독일어로 말하는 목소리나 일본어로 얘기하는 얼굴을 식별해낼 심미안(!!!)을 가지지 못했을 터. 그들의 무늬가 그려진 포장지가 이 작품을 어떻게 돋보이게 할지 매우 궁금해진다.
**연습실을 취재하고 구자혜 연출을 인터뷰한 것은 9월 25일의 일이다. 이 기사의 마감은 10월 4일이었으며, 기사가 게재된 웹진이 발행되는 것은 10월 8일이다. 이 문장을 쓰고 있는 지금은 10월 7일, < commercial, definitely >의 첫 공연을 보고 나오자마자. 실시간으로 수정 가능한 인터넷 매체의 특성을 활용해 보기로 한다. 결과적으로 완성된 공연에 토마스 오스터마이어는 목소리 출연을 하지 않았다. 그 자리는 누군가에 의해 대체되었으며, 기사 원문을 수정하지 않고 이렇게 후속 문장들을 추가하는 이유는, 이렇게 하는 것이 이 공연을 보다 충실히 소개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판단은 독자들, 그리고 관객들의 몫이다.

매뉴얼은 필요 없어, 내가 다 설명해줄게
어차피 ‘상업극’을 할 거니, 스타 캐스팅을 해서 유명 연예인을 부르자는 얘기도 하긴 했었다. 그런 맥락에서 어떤 인물들이 무대에 걸어 나와야만 ‘핫’할지 생각해 봤는데, 역시나 올해를 뜨겁게 달궜던 이들을 소환하는 게 가장 적합할 것 같았다. 이로써 자연스럽게 정치·사회 쪽 이슈들이 작품 내용으로 들어오게 됐지만 개념과 논리를 바탕으로 장면의 정당성을 쌓아 나가지는 않는다. 온갖 카피와 오마주가 넘쳐나고 패턴과 포장지만 있는 공연이라, 결과적으로 매 장면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 배우들에게 큰 숙제가 남겨졌다. 논리가 있는 듯 보이지만 지극히 바보 같은 대사를 멋진 척 연기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다가도 자기 검열에 걸리는 순간들이 생기니까. 지금은 더 뻔뻔하고 과감하게 가는 것을 목표로 장면의 강렬함을 높여가고 있다.
배우들은 마카다미아를 담을 그릇을 가져오라고 노래를 하거나, 아몰랑 화법으로 일장 연설을 하거나, 비장하게 서로의 몸짓을 따라하며, 이 기가 막히게 다이내믹하고 스펙터클했던 2015년의 한국 사회를 되감아 재생한다. 장면의 정당성(?)이야 이미 현실에서부터 뭉개져버렸고, 모든 이야기의 결과를 벌써 알고 있는 관객들로서는 그래서 이 협잡의 시대, ‘상업극’이라는 이름을 건 < commercial, definitely >가 결국 무엇을 폭로하려 드는지 따라갈 수밖에 없다. 노래도 있고 춤도 있고 영상도 있다. 유명한 사람들이 나오고 친절한 설명도 있다. 작품의 무대는 토마스 오스터마이어의 연출작 <기어(Gier)>를 그대로 가져와 네 개의 의자와 네 개의 스탠딩 마이크로 꾸며지며, 처음부터 끝까지 영어 자막이 제공된다. 말하자면, 이 공연에 영원히, 무한히 수정되어야만 하는 비운의 매뉴얼은 필요 없는 것이다. 상업극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두둥! 지금, 바로 체험해보시겠어요?
[사진: 컬쳐버스 제공]
2015 혜화동1번지 6기 동인 가을 페스티벌 ‘상업극’ 전체 일정

10.7~11 여기는 당연히, 극장 < commercial, definitely >
10.14~18 극단 작은방 < 하녀들 >
10.21~25 앤드 씨어터 < 창조경제 >
10.28~11.1 극단 창세 < BARBARA COLLECTION >
11.4~8 낭만유랑단 < 조니워커블루스 >
11.11~15 극단 신세계 < 상업 무지(無地)컬 두근두근 내사랑 >

- 일시
- 10월 7일~11일 평일 8시, 주말 3시, 월화 공연 없음
- 장소
-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 작·연출
- 구자혜
- 출연
- 이리, 박경구, 최순진, 권정훈
- 문의
- 070-8276-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