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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떼아뜨르 봄날 <해피투게더>

잊으면 반복된다

김나볏_공연칼럼니스트
81호 2015.12.03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을 다룬 연극 <해피투게더>가 다시 한 번 무대에 오른다. 극단 떼아뜨르 봄날이 2013년 이미 한 차례 공연한 이 작품은 1980년대 어느 기형적인 공동체에서 벌어진 믿기 힘든 인권 유린 사건을 정면으로 다룬다.

극단 떼아뜨르 봄날 <해피투게더>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을 다룬 연극 <해피투게더>가 다시 한 번 무대에 오른다. 극단 떼아뜨르 봄날이 2013년 이미 한 차례 공연한 이 작품은 1980년대 어느 기형적인 공동체에서 벌어진 믿기 힘든 인권 유린 사건을 정면으로 다룬다. 현재 진상규명을 통해 피해자와 유족의 명예를 회복하고 실질적인 보상을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관련 특별법이 발의된 상태지만, 12월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폐기된다. 공연은 공교롭게도 9일부터 시작된다.

형제복지원은 1975년 박정희 정권 때 만들어진 내무부 훈령 410호에 근거, 부랑인을 집중단속하고자 1980년 전두환 정권이 벌인 사회정화 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시설이다. 당시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부랑인과 걸인, 무연고자 등을 격리하는 여러 단체들이 생겨났는데 그 중에서도 형제복지원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악행이 벌어졌다. 12년 간 무고한 시민 3000명 이상이 경찰과 부산시 공무원들에 의해 이곳에 강제 수용을 당하며 폭력과 강제노동에 시달렸으며, 이곳에서 사망한 사람은 무려 513명에 달한다.

시설은 1987년 폐쇄됐지만 형제복지원 원장은 횡령죄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 6월의 처벌을 받는 데 그쳤다. 국가와 부산시 예산으로 연간 20여억원을 받으며 운영되던 이곳은 결국 공무원의 실적을 챙기거나 사업가의 호주머니를 두둑히 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던 것으로 보인다. 제대로 단죄되지 않은 또 하나의 과거사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떼아뜨르 봄날이 반복해서 꺼내어 놓는 이유는 무엇일까. 형제복지원 사건 말고도 할 얘기가 많아보이는 요즘인데 말이다.

극단 떼아뜨르 봄날 <해피투게더>

‘안티 파시즘 연극’

“안티 파시즘 연극이라고 얘기해주세요. 파시즘이 스물스물 부활하는 이때 본의 아니게 내용이 적절하게 잘 맞아 떨어져서 내심 작업의 의미를 찾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수인 연출

심각한 사건을 다루는 데도 이수인 연출가는 특유의 유머를 잃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연극의 목적은 형제복지원 사건을 고발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알려질 만큼 알려진 사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진전도 보지 못한 사건에 대해 연출가와 극단은 조금 다른 태도를 취한다. 관습적 태도를 뒤흔드는 것이 바로 이들이 택한 전략이다.

특히 나쁜 놈을 나쁜 놈이라 말하는 대신, 불쌍한 사람을 불쌍하다 말하는 대신 좀더 객관적인 태도를 취한 점이 돋보인다. 가령 형제복지원 원장은 논리적이고 확신에 찬 인물로 등장해 관객에게 말을 건다. 흠잡을 데 없는 그의 언변을 듣고 있노라면 가해자로 눈앞에 선 그를 비난하기에 앞서 그 논리를 어느 순간 따라가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안전하고 밝고 깨끗한 사회, 모두가 바라는 거 아닙니까?’라는 식의 단순 명료한 어법 속에 얼마나 많은 폭력이 숨어 있는 것인지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피해자들인 형제복지원 원생들을 봐도 마찬가지다. 피해자로 분한 배우들은 자신들이 입은 피해를 감정적으로 증언하기보다는 과거를 담담히 회상하는 태도를 취한다. 배우들은 다양한 신체 움직임을 통해 고통을 보여줄 뿐이다. 그들의 말에는 분노의 에너지가 실려 있지 않다. 덕분에 관객은 한바탕 소동 같은 이 극을 보면서도 이성적 사고의 끈을 놓지 않게 된다.

극단 떼아뜨르 봄날 <해피투게더>

개인의 자유를 말살하지 말라

<해피투게더>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다양한 음악이 사용된다는 점이다. 성가, 찬송가, 군가, 대중가요, 캠페인송, 서양팝송 등이 무대를 가득 채울 예정인데 상당부분이 라이브 연주, 배우들의 육성 등을 통해 전달된다. 무대 위 풍경에 대한 모종의 사설을 전달하는 듯한 이들의 모습은 그리스 비극 속의 코러스를 연상시킨다. 물론 훨씬 아이러니하고 코믹한 방식이지만 말이다. 연출가는 “예전 작품과 크게 바뀌지는 않았으나 연출로서 사악하고 이기적으로 무대를 흥미롭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전했다.

무대 뒤 스크린에는 실제 사실과 관련된 영상이 투사된다. 공연 전반부에는 박정희 정권 시대부터 시작해 형제복지원 사건까지 이어지는 한국 현대사의 내용이 비치고, 후반부에는 형제복지원장이 처분을 받는 과정에서 계속해서 감형되는 내용이 담긴다. 스크린에 담긴 현실은 무대 위 현실과 겹쳐지며 관객에게 더 정확한 가치 판단과 더 명확한 성찰을 할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흥미로운 구성을 지닌 대중극으로 변신한 형제복지원 사건은 관객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떼아뜨르 봄날의 <해피투게더>는 형제복지원 사건이 그저 흘러 지나가버린 사건이 아니라 지금 현재, 여기와 무관하지 않게 느껴지도록 한다. 보는 이로 하여금 형제복지원 사건 자체의 어두운 면에 함몰되지 않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유지한 채 국가와 개인, 억압과 자유 같은 굵직한 키워드들에 대해 주체적으로 생각하도록 이끈다.

“이른바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그 어떤 누구도, 그 어떤 이름으로도, 국가의 이름으로도 개인의 자유를 말살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그냥 내버려둔다면 반복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이수인 연출

[사진: K아트플래닛 제공]

극단 떼아뜨르 봄날 <해피투게더> 포스터

일시
12월 9일~12월 20일 평일 8시, 토 3시7시, 일 4시(월 쉼)
장소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작·연출
이수인
출연
송흥진, 신안진, 이길, 김승언, 박창순, 송은지, 김누리, 강경호, 신해연, 윤대홍
문의
02-742-75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