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집단 LAS <손>
이건 내가 원한 가족은 아니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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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설명이 안 되고, 납득이 안 되는 일들이 있다. 어쩌면 이 연극에 끼어드는 몇몇 소소한 이야깃거리들은 괜스레 그런 식이다. 응당 그렇게 되었어야 할 아무런 연유도 없어 보이고, 그렇게 되었든 되지 않았든 그로 인해 크게 달라질 것도 없는 생뚱맞은 소란들이 툭, 발생한다. 이를테면, 누군가 머리에 새똥을 맞았는데 제대로 닦을 생각이 없다거나, 코를 후비더니 옆에 있는 사람에게 자기 코딱지랑 인사를 하라거나, 뭐 이런 식? 맥락이 없기도 하지만 심지어 몹시 원초적으로 더럽고 유치해서 웃긴데 화가 난다. 처음에는 작가가 어쩌자고 이러는 건가 싶었지만 결국 이 연극이 다루고 있는 ‘가족’이라는 것의 본성에 생각이 미치게 된다. 가족, 진정 설명 안 되고 납득 안 되면서도, 원초적으로 더럽고 유치한 감정과 기억들로 유지되는 관계에 대해서. 자, 이제 어느 부모형제간에 벌어진, 그 웃기고도 화가 나는 ‘새로운 출발을 위한 가족 모임’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사랑이 꽃피는 가족 같은 건 없다
치매로 기억을 잃어버린 할머니의 장례식으로부터 시작되어 화장터에서 끝을 맺는 이 연극에는 어머니 아버지, 두 딸과 두 아들, 그리고 막내아들의 친구 하나가 등장한다. 첫 장면에서 이미 할머니는 돌아가셨지만, 이어지는 이야기는 할머니가 아직 살아 계실 때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를 했던 어느 날로 시계 바늘을 되돌린다. 이 모임은 그간의 오해와 상처들을 털어버리고 이해와 사랑으로 새 출발을 해보자는 의도로 큰 딸이 준비한 것이지만, 모두가 모두에게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인 이들 사이에 딱히 사과나 화해 같은 게 성사될 리 없다. 그나마 자식들은 명백히 이유 없는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려 왔다고 뒤늦은 반항을 해보는데, 이제 늙고 힘없어진 아버지가 ‘그게 다 너희들을 사랑해서 그런 것’이라고 대답해버리니 이쯤 되면 분노도 의미가 없다. 그저 가족이니까 언젠가는 부둥켜안고 용서하거나 서러워하며 후회하게 될 일만 남았나보다고 생각할 밖에.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 모두의 가족 이야기
<손>은 지난 여름 공연된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의 작가 이와이 히데토가 쓴 대표작 중 하나다. 일본의 촉망받는 극작가이자 연출가이면서 배우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실제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리며 이 작품을 구상했다고 한다. 심지어 일본 공연에서는 그 자신이 어머니 역할로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작집단 LAS의 이기쁨 연출은 이 ‘특별한’ 가족 이야기가 갖는 ‘보편성’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손>이라는 작품 제목은 각자 다른 모양을 한 손가락들이 결국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다는 것을 통해 매우 간단하고 선명하게 ‘가족’을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 공연 얘기를 들어보니, 어떤 장면들에서는 정말 저런 집이 있냐며 관객들이 상당히 낯설어 했다고 하더라. 하지만 나는 이 작품이 우리에게 별로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명절 때마다 으레 볼 수 있는 가족들의 크고 작은 다툼들과 다를 게 없어 보였으니까.
하나의 사건, 두 개의 시점
이 작품은 막내아들의 시점과 엄마의 시점, 두 개의 버전으로 같은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그날 밤 식사 자리에서 벌어진 주요 사건은 똑같지만, 누구의 시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인물의 캐릭터가 바뀌거나 주고받는 대화들이 다르게 편집되는 것이다. 무대는 작품의 이런 특성을 반영해 시점이 바뀔 때 세트의 방향을 틀어주는 것으로 변화를 주려고 한다. 사실적인 집이 구현되는 건 아니지만, 주요 대도구들과 문의 위치가 달라진다. 음악 또한 반복적인 느낌을 주려고 했는데, 조금씩 변주하면서 같은 사건이지만 다른 인물을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작품을 만들면서 ‘작가가 각각의 인물들을 구축할 때 굉장히 섬세하고 풍성한 결을 만들어 놓았구나’라는 인상을 받았다. 이 인물들은 저마다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지, 지금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다양한 여지를 두고 해석해 나가는 일이 어려우면서도 의미 있는 과정이었다.

이 글에서 미처 다 얘기하지는 못했지만, <손>은 어쩌면 신파 혹은 멜로드라마가 제격이었을 가정비극을 갖가지 영민한 수단들을 동원해 한 편의 코믹극으로 만들어 버린다. 따라서 주요 갈등 외에 이들을 둘러싼 주변적인 환경을 잘 살피는 것 또한 작품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관극 팁 중 하나다. 공연을 열고 닫는 할머니의 죽음과 그에 대한 가족들의 반응, 그리고 명확한 이유 없이 내내 이 가족 소동극의 한가운데를 배회하는 막내아들의 친구 등, 작가의 의도는 곳곳에서 그 숨은 얼굴을 드러낸다. 그리고 물론, 이 지긋지긋한 구제불능의 가족들을 천연덕스럽게 몸에 입고 있는 저 모든 배우들의 열연은 두말할 나위 없이 극장을 웃음의 자장 안으로 밀어 넣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12월 5일 토요일 오후 7시 공연 이후 작가 이와이 히데토와의 대화 시간이 마련되어 있다고 하니 이 기회도 놓치지 마시길!
[사진: 플레이몽 제공]
- 일시
- 12월 3일~12월 13일 평일 8시, 토 3시7시, 일 3시
- 장소
- 나온씨어터
- 작
- 이와이 히데토
- 연출
- 이기쁨
- 출연
- 우정국, 윤성원, 이새롬, 이강우, 이주희, 권동호, 김희연, 한송희, 이효, 임현국, 조용경, 장세환
- 문의
- 02-3142-24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