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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극센터 2015 <10분희곡릴레이 페스티벌>

작가란 도대체 어떤 존재이길래?

김세한_극작가
81호 2015.12.03
최근에 있어 나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이 ‘작가’라는 타이틀이었다. 어디까지, 어느 선까지를 작가로 볼 것인가?

서울연극센터 2015 <10분희곡릴레이 페스티벌>

‘작가’는 어떠한 존재들일까?

최근에 있어 나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이 ‘작가’라는 타이틀이었다. 어디까지, 어느 선까지를 작가로 볼 것인가? 그 경계선에 대한 생각. 자기 이름을 걸고 희곡을 하나 공연화해 본 사람? 책을 펴낸 사람? 혹은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 써낸 희곡을 어떠한 형태로든 남에게 공개해본 사람? 근 3개월가량에 걸친 고민이었는데…
결국 나는 작가란 ‘스스로 작가라는 타이틀을 당당히 걸고도 겁먹지 않고 버텨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규정짓기로 하였다. 그렇다면 이 <10분희곡릴레이 페스티벌>에 참가한 이 사람들은 얼마나 대단하고 멋진 작가들이란 말인가?
그들은 스스로 작가라는 타이틀로 불리기를 겁먹지 않는다. 연극인들과 관객들이 모두 어우러져서 펼쳐내는 웹진 [연극in]에 당당히 자신이 쓴 10분 희곡을 기재하다니. 그것뿐이라면 말도 안 한다. 서울연극센터라는 장소를 빌려 공연화 하는데도 그것을 마다하지 않았다니!
그것뿐이랴? “작가님 소개해드리겠습니다”라며 ‘작가’로서 무대에 불려 나오는데도 겁 하나 먹지 않고 당당히 걸어 나오는 그들의 걸음걸이와 표정이란.

자, 서론은 이정도 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서,

올해 참가한 <10분희곡릴레이 페스티벌>은 예년과는 조금 달랐다. 예년에도 존재하던 10분 희곡을 무대화하는 연극 릴레이 외에도 작가의 글 쓰는 일 외에 다른 취미를 보여주는 작가 릴레이와 5~6명의 작가들이 등장인물 하나를 맡아 단체 카톡방에서 즉흥으로 희곡을 만드는 프로젝트인 ‘까톡희곡릴레이’가 신설된 것이다.
운이 좋게도 난 이 세 가지에 전부 참여할 수 있었다. 연극 릴레이를 바라본 ‘관객’과 작가 릴레이에 사진을 전시한 ‘사진작가’, 그리고 까톡희곡릴레이의 ‘등장인물’.

서울연극센터 2015 <10분희곡릴레이 페스티벌><필승! 상병 윤상원 전역을 명받았습니다>

첫 번째 역할인 ‘관객’의 시선으로 생각해보면 두 가지 작품이 기억난다. 하나는 윤상원 작가의 <필승! 상병 윤상원 전역을 명받았습니다>. 초기 대장암 진단을 받아 군병원에서 재검사를 하고 있는 한 군인에 대한 이야기인 이 희곡은, 암에 걸린 당사자인 상병 윤상원이 암에 걸려 침울해 하기보다, 의병 제대로 자신의 군복무 기간을 다 마치지 않고 제대 할 수 있다는 기쁨에 취해 있는 인물이다. 10분 안에 이러한 아이러니가 훌륭히 표현되어 있었다. 다른 작품은 <사계>. 혹시라도 장례식 치룰 일이 있으면 쓰자며 다달이 백만 원씩 곗돈을 부은 세 명의 이야기이다. 그 돈. 장례식 치루는 일 없이 다달이 모여 무려 일억 육천… 해서 그들은 자신의 아버지가, 오빠가, 아내가 일찍 죽어주기를 빈다. 역시 이런 상황에서 비롯되는 아이러니가 훌륭한 작품이었다.

이어 두 번째 역할인 ‘등장인물’에 대하여 이야기해보자면, ‘까톡희곡릴레이’는 꽤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까톡희곡릴레이’는 20분가량의 제한시간 동안 작가들이 전부 하나의 등장인물을 맡아 그 등장인물로서 대사를 치는 프로젝트로, 나는 극중 ‘알고 보면 귀여운 남자’를 맡기로 하였다. 6명의 작가들과 합심하여 만들어낸 희곡의 결과물은 실시간으로 서울연극센터 벽면에 설치된 전광판으로 비추어져 길을 걸어가는 행인들에게 전달되었다. 의외의 사실은 지나다니는 관객들이 이를 재미있어 하며, 가던 길을 멈추어 20분가량의 시간을 같이 참여해준다는 것이다. 그들은 전광판 창에 툭툭 불거져 나오는 쉽사리 생각할 수 없는 의외의 다이얼로그들에 킥킥 웃음을 터트렸는데, (그도 그럴 것이 작가들 본인도 다른 등장인물이 무슨 대사를 칠지 알 수가 없다. 하여 대화들은 정제되어있지 않고 중구난방에 가깝다.) 이를 보며 나는 이 ‘까톡희곡릴레이’가 낭독공연이나 대안공간에 벌어지는 공연과 더불어 희곡이 무대와 결별하고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새로운 기대를 해보았다.

서울연극센터 2015 <10분희곡릴레이 페스티벌>까톡희곡릴레이

마지막으로 참여한 역할은 ‘사진작가’. 사실 최근에 중고 DSLR 하나를 사서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는 취미가 생겼다. 연극영화과에 연기 전공자인 내 입장에서는 요즘 만나는 분들이 수업 시간에 듣거나, 책에서 읽은 꿈같은 분들이어서, 이 꿈 같은 순간들을 1초라도 더 오래 기억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한 것이었다. 헌데, 10분 희곡 릴레이에서 이러한 취미생활을 공개할 기회를 마련해주셔서 진행하게 된 것이다. 사진을 전시하는 일은 공연을 하는 것과는 또 다른 경험이었다. 사람들은 진중한 시선으로 전시된 사진들을 바라봐주었다. 대사를 치고, 움직이는 배우가 없음에도 그들이 있을 때와 상응하는 집중력을 보여주는 관객들이 그 곳에 있던 것이다.
이렇게 나의 4일간의 <10분희곡릴레이 페스티벌>도 끝이 났다. 내년에 다시 할 것 같으냐고? 물론이다. 이런 재미있는 프로젝트는 언제 불러주시든 땡큐, 땡큐니까.

[사진: 서울연극센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