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이십할 페스티벌: The Link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 나도 좋은 사람이 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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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어느 꽤 추운 밤, 아르코예술극장 바깥쪽에서 조명을 켜고 누군가 공연을 하고 있고, 누군가는 급조된 인쇄물을 나눠주고 있었다. 나 역시 스쳐 지나가던 사람인지라 공연의 내용은 알 수 없었으나 그것이 바로 ‘이십할 페스티벌’의 시작이라는 것은 알았다.
이십할 페스티벌! 내가 들어본 역대 모든 연극 관련 네이밍 중에서 제일 임팩트 있는 것이었다. 어느 기사에서는 ‘이십할’이 ‘이십대들이 할’의 준말이라 했지만, 그것이 욕을 떠올리게 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가 없다. 다분히 의도적인 것일 수밖에 없어 발칙하고 도발적이라 기억에 남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모두에게 호감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듯했고 나 역시 그랬다. 뭔가 날것 그대로인 상태로, 왠지 젊음을 무기로 치기 어리게 세상 탓만 할 거 같은 젊은이들이 연극을 할 거 같은 느낌이었달까?
하지만 이번 ‘이십할 페스티벌: The Link’는 11월 18일부터 28일까지라는, 시작과 끝의 날짜마저도 ‘18’과 ‘2’, 그리고 ‘2(1)8’이라는 (어쩌면 우연일지도 모르는) 위트가 있었다. 그리고 한 작품당 단 2~5번의 공연만이 있을 뿐이지만 개별 포스터도 만들어 컬러로 예쁘게 하나의 인쇄물에 아기자기하게 담아 조악했던 작년에 비해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공연을 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기도 하지만 관객의 존재 역시 중요함을 깨달았는지 전에 비해 더욱 관객 지향적이고 준비된 느낌이었다. 게다가 작년에 스쳐 지나가면서 보았을 때는 관객이 있든 말든 ‘나는 공연한다’의 느낌이었다면, 공연을 실제로 본 올해는 ‘함께 공연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쌀쌀한 날씨에서의 야외공연, 거기다 런 타임도 짧은 탓에 무료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관객 확보가 어려운 현실에서 ‘함께’라는 것은 참 중요했다.

같은 작품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십할 페스티벌’의 참가자라는 이름 하나로 그들은 동료가 되었고 서로 지켜봐 주는 아름다운 동료애를 보여주었다. 몇몇 페스티벌이 자기 공연만 하고 남의 공연에는 관심이 없는 것에 비해 그들은 그렇지 않았다. 본인이 배우나 스태프로 참여하지 않더라도 다른 작품에 관객으로 참여했던 것이다. 그들은 서로의 공연을 봐주었고 응원하고, 웃고 있었다.
팀을 이루기 전엔 ‘개인’이었던 그들… ‘이십할 페스티벌’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만나지 못했을 그들… 어느 팀 하나로 모여 특정 작품으로 페스티벌에 참가하겠다고 신청서를 넣은 것이 아니라 오롯이 ‘개인’으로 신청했던 그들은 ‘이십할 페스티벌’을 통해 좋은 선배들을 소개받았다. 꿈과 희망만이 아니라 현실을 말하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동안 동료 없이 외롭게, 막연히 연극을 하고 싶기만 했지 시작을 못했던 누군가에게 ‘이십할 페스티벌’은 그렇게 연극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용기 내서 해 볼 수 있게 판을 깔아주기 시작했다.
정해진 것이 없어도, 다 잘하지 않아도, 같이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했다. 작가도, 연출도, 배우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불안할 수 있었지만 그것을 견디고 의논하고 더 좋은 방향을 모색했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개인’과 ‘개인’이 만나서 ‘팀’을 꾸려나가는 ‘과정’을 주최 측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덕분에 ‘개인’은 새로운 동료를 만날 수 있었고 그 ‘개인’은 다른 누군가에게 역시 새로운 동료가 되었다. 그리고 그 동료의식은 그들의 성장에 밑거름이 될 것이다.

사실 ‘이십할 페스티벌’에 참가한 개개인은 20대라는 공통점만 있을 뿐이지 프로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도 있고 초심자도 있다. 비단 초심자에 한정 짓지 않더라고 그들 각자는 나이도 젊고 경력도 적어 별거 아니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이 모이면 또 다를 수도 있다. 1 더하기 1이 2가 아닌 10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소림축구>가 그랬고 <공포의 외인구단>이 그랬듯이… ‘이십할 페스티벌’은 <슬램덩크> 속 ‘강백호’를 성장시켰던 ‘안 감독’처럼 잠재력을 발전시키는 촉매가 되기 충분하다.
내년 ‘이십할 페스티벌’에는 올해 페스티벌에 참여했던 몇몇 젊은이들은 참여하지 못한다고 들었다. 나이 때문에… 하지만 그 빈자리는 새로운 20대들로 채워질 것이다. ‘이십할 페스티벌’은 그렇게 나이가 들겠지만 그렇게 영원히 20대일 것이다.
[사진: 이십할 네트워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