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물리 <하나코>
함께 기억해야 하는 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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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되지 않은 또 하나의 과거사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연극이 연말 무대에 오른다. 최근 수년 간 위안부 문제를 다룬 연극이 몇 차례 무대화된 가운데 또 하나의 작품이 추가되는 셈인데, 연극 <하나코>는 이들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문제제기를 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하나코>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고발 그 자체보다는 위안부 문제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을 담아내는 데 좀 더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극은 ‘한분이 할머니의 잃어버린 친동생 찾기’라는 이야기 틀 안에서 진행된다. 캄보디아에 함께 끌려가 일본군 위안부 생활을 했던 한분이 할머니의 동생이 나타났다는 정보에 따라 여성학 교수와 방송국 PD는 한분이 할머니와 함께 캄보디아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그런데 막상 프놈펜에서 만난 렌 할머니는 이국적 외모의 소유자인데다 기억까지 불분명해 한분이 할머니와 자매사이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던 중 미리 의뢰해놓았던 유전자 감식결과 소식이 이들에게 전해진다.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극에서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로 ‘증명된’ 한분이 할머니와 아직 ‘증명되지 못한’ 렌 할머니가 등장해 묘한 대비를 이룬다. 한분이 할머니의 회상 장면에서 등장하는 동생 한금이는 어린 소녀다. 생사가 불분명한 이 소녀는 등장인물들에게 꼭 찾아내야 하는 존재다. 하지만 눈 앞에 있는 렌 할머니는 의심의 눈초리부터 받는다. 렌 할머니는 자신이 한국인이며 위안부 출신임을 스스로 증명해 내야하는 가혹한 처지에 놓인다.
김민정 작가는 캄보디아 훈 할머니의 회고집에서 영감을 받아 희곡을 썼다고 전했다. 캄보디아에 끌려가 모국어까지 잃어버리게 된 훈 할머니는 우여곡절 끝에 50여년 만에 영구 귀국하려다가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캄보디아로 돌아가 숨을 거뒀다. 이 과정에서 훈 할머니는 처음에는 의심 받다 결국에는 조선인 위안부였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보상은 아주 조금 밖에 받지 못했다.
위안부 문제를 다루면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부분, 즉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 위안부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 이유가 무엇일까. 작가는 결국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나서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사실은 우리 정부 역시 그와 별개로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슬픔과 연민을 절제하다
‘재창작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데 위안부 문제는 연극인으로서 꼭 다뤄봐야겠다는 의무감 같은 게 있었다’는 한태숙 연출가는 이번 공연에서 ‘그로테스크’라는 단어로 대변되는 본인의 연극 색깔을 최대한 빼기로 했다. 실제로 연습실에서 봐도 여러 인물이 겹쳐서 그리드 위에 엎드려 엿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부분 외에 한태숙표 연극이라고 할 만한 부분이 그리 많지 않았다.
객석은 ‘ㄴ’자로 배치하고 무대를 대각선으로 틀어서 쓸 예정인데 이로 인해 관객은 좀 더 깊은 시야각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무대를 이처럼 길게 씀으로써 서로 다른 입장에 서 있는 인물들의 모습이 더욱 극명하게 대비된다는 점도 흥미롭다. 무대에 놓이게 될 거울 문은 무대 위 인물들과 함께 이들을 지켜보는 관객의 모습까지 투영하며 위안부 문제를 ‘우리’의 문제로 자리매김하게 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안정적인 연기력을 지닌 배우들이 대거 캐스팅돼 완성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한분이 할머니 역의 예수정, 렌 할머니 역의 전국향 배우 등을 비롯한 걸출한 출연진들이 섬세하고 신중한 태도로 위안부 할머니들을 기억하기 위한 장을 펼친다. 캐스팅에 대한 칭찬을 많이 들었다는 한태숙 연출가는 ‘이번 공연을 하면서 심리적으로 엎드려 있는 느낌이었는데 많이 위로가 됐다’고 전했다.
[사진: Lim-AMC 제공]

- 일시
- 2015년 12월 24일~2016년 1월 10일 평일 8시, 주말공휴일 4시
- 장소
-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 작
- 김민정
- 연출
- 한태숙
- 출연
- 예수정, 전국향, 우미화, 신안진, 신현종, 김귀선, 박종태, 이지혜, 권겸민, 민경은, 강다윤, 박수진, 류용수
- 문의
- 02-589-1001, 10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