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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연구소 마찰 <마찰, 맥베스>

짧은 영광과 긴 두려움

김나볏_공연칼럼니스트
83호 2016.01.07
올해는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맞는 해다. 정초부터 공연계에서 셰익스피어 작품이 경쟁적으로 올라가는 가운데 극연구소 마찰 역시 새해 첫 작품으로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마찰 특유의 방식으로 빚어낸 <마찰, 맥베스>를 공연한다.

극연구소 마찰 <마찰, 맥베스>

올해는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맞는 해다. 정초부터 공연계에서 셰익스피어 작품이 경쟁적으로 올라가는 가운데 극연구소 마찰 역시 새해 첫 작품으로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마찰 특유의 방식으로 빚어낸 <마찰, 맥베스>를 공연한다.

김철승 연출가가 이끄는 극연구소 마찰은 극연구소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숱한 실험과 연구를 거듭해온 집단이다. 연구 대상은 텍스트, 그리고 텍스트가 극언어로 발현할 장소다. 그동안 극연구소 마찰이 공연한 장소들을 보면 이들이 추구하는 바가 좀 더 명확해진다. 보안여관, 카페 앤트라사이트, 정다방 프로젝트, 서교동 마당집, 대안공간 이포, 인디아트홀 공, 소우주(문화공간 숨도) 등이 대표적인데 하나같이 전형적인 극장이라는 틀에는 걸맞지 않은 ‘장소들’이다. 김철승 연출가가 옛 LIG문화재단에서 레지던스 아티스트로 활동하던 시기의 일부 공연을 제외하면, 하나 같이 연극이 올라갈 것 같지 않은 공간이 무대로 활용됐다.

이렇게 장소를 찾아다니는 이유는 극연구소 마찰의 목적이 낯선 것들이 ‘부딪히는 순간’을 찾는 것이기 때문이다.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서 우연히 발생하는 연극체험을 관객과 공유하고자 마찰은 무엇보다 공간 찾기에 공을 들인다. 공간이 발견되면 다음에는 텍스트를 발견하는 것이 순서다. 이들은 정해놓은 텍스트를 토대로 작업하는 것이 아니라 연습 과정에서 모두 함께 텍스트를 만들고 이 중 일부를 공연에서 즉흥적으로 선택해 사용한다. 덕분에 하나의 작품을 공연하더라도 매일 다른 버전의 공연이 생성된다.

극연구소 마찰 <마찰, 맥베스>

월간 마찰 1월호

극연구소 마찰은 지난해 1월부터 ‘월간 마찰’이라는 이름으로 다달이 공연을 진행 중이다. 그러니까 이번 <마찰, 맥베스>는 2016년 1월 ‘월간 마찰’이 되는 셈이다.

이번 공연 장소는 인디아트홀 공이다.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 위치한 이곳은 ‘공장 위에 있는 극장’이다. 극장이라고는 하지만 평소에는 공연 외에도 전시가 진행되는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가능한 곳이다. 마당을 지나 가파른 2층 계단으로 올라가 문을 열고 들어가면 ‘디귿(ㄷ)’자 모양의 커다란 공간이 나타난다. 비움의 미학을 시현하는 듯한 이곳에서 극연구소 마찰은 욕망을 채우고 난 뒤 어김없이 돌아오는 황량한 밤의 시간을 그려낼 예정이다.

<마찰, 맥베스>를 공연하는 이유에 대해 김철승 연출가는 “고전작품을 재해석 해보자는 생각을 했는데 그 중 유일하게 하고픈 게 맥베스였다”고 전했다. 마찰은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셰익스피어 프로젝트’라는 이름 아래 <오셀로>, <타이터스 앤드로니커스>까지 공연할 계획이다. 물론 공연 장소는 각기 다른 곳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극연구소 마찰 공연의 주된 특징 중 하나가 배우들이 움직임을 적극 활용한다는 것이다. 보고 있는 관객으로 하여금 안쓰러운 마음을 자아낼 정도로 배우들은 몸을 극한으로 쓰곤 한다. 하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꽤 차분하게 간다는 방침이다. 아닌 게 아니라 연습과정을 잠시 엿본 결과 몸을 쓰되 예전만큼은 아닌, 좀 더 절제된 양식의 공연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극연구소 마찰 <마찰, 맥베스>

밤의 시간을 그리다

“셰익스피어 인물 중 햄릿이 가장 우유부단한 걸로 알려져 있는데 개인적으론 맥베스가 더 우유부단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아무것도 안하고 두려워만 하니까요. 옆에서 닥달하는 부인도 있는데 이 총체적인 난국을 맥베스가 과연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번 공연을 만들고 있습니다. 맥베스가 자기가 만들어 놓은 세계 속에서 옴싹달싹 못한 채 책임지지 않으려고 거짓말을 계속 하는 모습에 초점을 맞췄어요.”- 김철승 연출가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라고 하면 흔히 권력에 대한 야망과 두려움이 차례로 그려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마찰, 맥베스>는 권력보다는 두려움, 공포에 좀더 초점을 맞춰 꾸려진다.
이번 공연에는 이승희, 장원형, 정슬기 등 3명의 배우가 등장한다. 맥베스, 맥베스 부인을 1명의 여자 배우와 2명의 여자 배우가 뒤엉킨 채 표현하는데 이로 인해 때로는 맥베스의 세계가 강화되기도 하고 때로는 맥베스의 세계에서 빠져나온 제 3의 관점이 확보되기도 한다.

리허설을 보러 간 날에는 형광등 조명과 긴 테이블,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TV영상과 의자 정도가 전부일 정도로 무대를 대체로 비워둔 채 공연을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연출가에게 슬쩍 물어보니 “공간에 뭔가를 아주 가득 두고 진행하기도 하고 미니멀하게 둔 채 진행하기도 하는 등 번갈아 연습하고 있다”면서 “무엇을 선택하게 될지는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도구를 활용하면 활용하는 대로 장점이 있긴 하지만 대신 장소의 특징이 묻히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고심하고 있는 눈치다.

극연구소 마찰 <마찰, 맥베스>

배우 외에 눈여겨 볼만한 것은 음악과 영상이다. 이번 작품에는 작곡가 이상욱의 하프시코드 연주와 영상작가 조하나의 영상이 쓰인다. 하프시코드의 경우 가상악기에 하프시코드 음을 하나하나 따서 건반에 연결하는 식으로 연주되고, 영상은 마치 TV어항과 같은 모습으로 연출된다. 특히 즉흥으로 연주될 음악에 대해 이상욱 작곡자는 “즉흥연주와 변형된 클래식 곡을 섞어서 연주한다, 재료들을 다양하게 가져갈 생각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즉흥”이라고 소개했다. 또 “계속 같은 부분이 반복되는 것은 피하려 한다, 처음과 끝이 분명하도록 연주할 계획이고 극 또한 연주와 어우러져 흘러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전했다.

<마찰, 맥베스>는 수요일과 금요일에만, 3주간 공연되는데 각 주마다 테마가 달라진다고 한다. 결국 관객은 어떤 날짜를 택해 공연을 보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미적 체험을 하게 될 예정이다. 한 가지 주의할 것은 공연장이 무척 춥다는 점이다. 연출가는 “추운 공간에서 차가운 공연을 하게 돼서 죄송한 마음”이라며 “옷을 따뜻하게 입고 오시라”고 주문했다.

[사진: 극연구소 마찰 제공]

극연구소 마찰 <마찰, 맥베스> 포스터

일시
1월 20·22·27·29일, 2월 3·5일 저녁 8시
장소
인디아트홀 공
연출
김철승
출연
이승희, 장원형, 정슬기
문의
010-9386-19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