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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극연출가협회 <2016 신춘문예 클래식전>

시대를 횡단해 무대에 도착한 이야기

김슬기_공연저술가
88호 2016.03.24
오래도록 신진 극작가들의 등단 창구가 되어왔던 신춘문예, 그 당선 희곡들이 신문지상을 넘어 연극 무대로 들어와 새 숨을 들이마신다. 올해는 지난 연말 7개 일간지에서 선정된 작품들을 공연하는 <2016 신춘문예 단막극전>을 비롯해, 그간 발표되었던 신춘문예 작품 중 ㅡ무려 1995년 작부터 2012년 작까지ㅡ 총 6개 작품이 다...

오래도록 신진 극작가들의 등단 창구가 되어왔던 신춘문예, 그 당선 희곡들이 신문지상을 넘어 연극 무대로 들어와 새 숨을 들이마신다. 올해는 지난 연말 7개 일간지에서 선정된 작품들을 공연하는 <2016 신춘문예 단막극전>을 비롯해, 그간 발표되었던 신춘문예 작품 중 ㅡ무려 1995년 작부터 2012년 작까지ㅡ 총 6개 작품이 다시 한 번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글이 공연으로 화(化)하므로, 희곡은 읽히고 또 읽히고, 다시 읽히고, 새로 읽힌다. 연출가가 읽고, 배우들이 읽어서 한 편의 공연이 만들어지면, 활자와 행간에서 대화하던 인물들이 이제 관객들과 더불어 말하기 시작한다. 심지어 세월이 흘러 이미 오래 전에 묻혀버린 글들도 이렇게 누군가에 의해 다시 무대로 소환되는 것을 보라. 신진 작가들의 재기는 물론, 이제는 완연한 자기 세계를 이룬 기성 작가의 초창기 반짝임까지 한눈에 엮어볼 수 있는 <신춘문예 클래식전>의 면면을 소개한다.


<대역배우>

하루 반나절의 단막극 릴레이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들이 공연되는 극장을 찾는 가장 큰 즐거움은, 대낮부터 시작해 늦은 밤까지 하루 반나절 동안 여러 편의 단막극을 한꺼번에 몰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당선작들이란 결국,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들이 길어낸 이야기라서 그 작품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이 시대의 문제의식을 공유하게 마련이다. 이번엔 자그마치 20년이나 되는 세월을 뛰어넘은 작품들이 줄을 서 있지만, 연극은 마치 지난 며칠간의 신문 사회면을 펼쳐놓은 것 마냥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웃들을 불러낸다. 물론 그 접근 방식도, 사건의 양상도, 이야기가 전개되는 호흡도, 모두 저마다의 맛이 있으니 그 긴긴 시간 동안 극장을 지키고 있는 기쁨만큼은 결코 한갓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총 여섯 팀이 극장 공간을 공유해야 하는 여건상, 개별 공연의 연출가들은 제한된 무대 세트와 최소한의 무대 효과만으로 서로 다른 연극 미학을 빚어낸다. 관객들로서는 한 자리에 가만히 앉아 연극 고유의 약속이 얼마나 무한한 가능성으로 변주되는지 지켜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만나는 셈이다.

응답하라 95, 98, 99, 05, 07, 그리고 12

1995년 『동아일보』 당선작 <눈뜨라 부르는 소리가 있어>는 양영찬 작가의 작품으로, 휴지가 없는 화장실에 갇힌 직장 상사와 후배 직원 간의 대화를 통해 평범한 직장인들을 덮친 현실의 무기력함을 포착한다. 1998년 『문화일보』 당선작은 김나영 작가의 <대역배우>다. 배우라는 자신의 꿈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는 순수한 청년과 그를 이용하려는 세속적인 사람들을 대비시켜 우리가 잊고 살았던 생의 가치를 일깨우는 작품이다. 199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은 <우울한 풍경속의 여자>로, 현재 한국 연극계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연극인 중 하나인 극작가이자 연출가 고선웅의 등단작이다. 말하는 이와 듣는 이의 관계 속에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될 수 있는 인간 존재의 위여함을 회화처럼 풀어낸다. 한편 이오 작가는 2005년 『동아일보』 당선작 <아일랜드행 소포>에서 한국으로 오는 밀항선에 승선한 조선족 형제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한정된 공간 속 산소 부족이라는 극한 환경에 처한 이들의 심리를 빛과 어둠, 적막과 소음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어서 200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선정된 작품은, 신을 변기로 표현해 믿음의 본질을 질문하는 홍지현 작가의 <변기>다. 작가 특유의 풍자와 언어유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르는 작품은 2012년 한국희곡작가협회의 당선작 <우리 면회 좀 할까요?>다. 윤미현 작가는 방과 방 사이 유리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는 밴댕이 마을에 들어온 사람들과 이들 사이에 오가는 이야기를 경유해 현실의 부조리함을 꼬집는다.

<아일랜드행 소포>

지금을 비추는 그때 그 작품들

어떤 이야기들은 몇 백 년의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똑같이 유효하고, 또 어떤 이야기들은 시대가 변함에 따라 그 지시하는 바와 함축하는 바가 달라지곤 한다. 허나 소위 그 완성도를 ‘공증’받은 작품이 아니고서야, 하나의 희곡 작품이 시간의 흐름 속에 어떤 가치를 배태하게 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길은 거의 없다. 앞서 언급했듯이, 희곡은 공연이 되어야만 비로소 읽히고 또 읽히는 글이다. 특히나 그것이 신춘문예 당선작이라면, 해당 작품은 대개 당선 이듬해에 무대에 오르고 나서, 기억 속에 희미해진다. 이번 <신춘문예 클래식전>의 시도가 반가운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20년도 더 전에 발표된 신진 작가의 단막극과 불과 몇 년 전의 당선작 사이에 가로놓인 시간의 흐름은, 역설적으로 지금의 이 시대를 증명한다.

[사진: 공연기획 WhoPlus 제공]

일시
3월 26일~4월 3일 3시~9시
장소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문의
0505-894-0202
3시
<우리 면회 좀 할까요?> 작 윤미현, 연출 이우천
4시
<변기> 작 홍지현, 연출 박혜선
5시
<우울한 풍경속의 여자> 작·연출 고선웅
6시
<아일랜드행 소포> 작 이오, 연출 정범철
7시
<눈뜨라 부르는 소리가 있어> 작 양영찬, 연출 최용훈
8시
<대역배우> 작 김나영, 연출 남궁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