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동1번지 6기동인 봄 페스티벌 <심시티_도시 삶의 비용>
도시와 맞바꾼 그것,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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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복판, 대학로라 불리는 중심가를 조금 벗어난 곳에, 혜화동1번지라는 소극장이 있다. 이곳으로 말할 것 같으면, 젊은 창작자들이 자신의 세계를 펼치기 위해, 마음껏 실험할 자유 혹은 실패할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그들 스스로 의기를 모으고 다져 마련한 공간이다. 허나 이 극장을 한 번이라도 방문해본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혜화동1번지는 창작자들에게도, 관객들에게도 지극히 제한적인 공연 환경만을 허락한다. 어쩌면 그런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쉬지 않고 젊은 창작자들의 공연이 이어져 왔다는 이유 때문에, 관객과 가깝게 교통하는 작품이 태어나고 성장해 왔다는 이유 때문에, 혜화동1번지는 지난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결같이 우리 소극장 연극의 최전선 혹은 마지막 보루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그것이 서울 한복판, 대학로라 불리는 중심가를 조금 벗어난 곳이 아니었다면, 창작자들이나 관객들이 굳이 치러야 할 비용 같은 것은 애초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여, 이번 혜화동1번지 6기동인의 봄 페스티벌 주제 ‘심시티_도시 삶의 비용’은 6개의 서로 다른 욕망을 경유해 그들 자신의 ‘연극하기’를 되비출 수밖에 없다. 동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이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내주었는지(누구에게?) 질문하지만 그 질문의 화살은 다시금 그들 자신을 겨냥하고 만다. 결국 정체도 실체도 모호한 이 도시 삶의 비용을 치렀기 때문에 지금, 여기서, 우리가, 함께, ‘연극’을 얘기할 수 있는 거라고. 어찌 되었든 혜화동1번지가 있고, 그곳에서 이런 주제로 연극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으니 말이다.
<섹스 인 더 시티>(사진_백종민)
낭만유랑단 <섹스 인 더 시티>
너랑 나랑의 문제가 아니야
과연 ‘자기 주도적 성생활’이라는 건 가능하기는 한 것인가, 그렇다면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페스티벌의 문을 여는 첫 작품은, 이 시대 사회 구조적 문제로 인해 섹스를 ‘통제’당해야 하는 이들을 무대로 불러낸다. 세 살배기 아이를 둔 송경화 연출은 우선, 자신의 사적인 경험으로부터 비롯된 문제들을 주변의 동료들과 공유해보기 시작했다. 작정하고 이야기판을 벌여놓고 보니 육아를 위한 현실적인 고려, 한 가정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 부부간의 의사소통 및 인간 본능으로서의 성욕 등 많은 이들이 비슷한 종류의 갈등 앞에 주춤거렸고, 다분히 개인적인 사정일 거라 치부해버렸던 나의 섹스 이야기는 다른 누군가의 내밀한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이쯤 되니, 그것이 너랑 나랑 싸우는 것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는 사실 또한 매우 분명해졌다.
사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마음이 좀 가벼워졌다. 이건 어차피 죽을 때까지 부모로 살고 부부로 살면서 이 안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였던 거다. 이 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이 있는데, 그동안 그저 나랑 살 부딪히고 있는 사람만을 탓했던 게 아닌지 질문해보았다. 말하자면 그건 ‘사회적 거세’라고 할 수 있는 것 같다. 공연에 실제 부부들이 출연해서 본인들이 생각하는 ‘자기 주도적 성생활’을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는데 아마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결혼하지 않았거나 아이가 없더라도 마찬가지다.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세대는 종족 번식은 물론이고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욕구로서의 섹스마저 하지 않게 되는 것 아닌가.
<섹스 인 더 시티>(사진_백종민)
삶의 고단함과 섹스의 함수
실은 섹스라는 주제가 너무 방대해서 어떤 얘기들을 담아내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다. 간호사들을 등장시킨 것은 임신순번제라는 그들만의 규칙이 결국 이 사회의 문제를 축소판처럼 반영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본을 쓸 때는 실제 간호사들을 인터뷰한 기사를 주로 참고했는데, 그러다보니 공연화하는 과정에서 배우들이 꽤나 어려운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객관적인 정보나 기사를 리포트하는 식이 아니라 완전히 자기 이야기처럼 들리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연극 무대니까, 배우니까, 할 수 있는 표현들을 찾고 있다. 무엇보다 너무 캠페인 같은 공연을 만들지 않으려고 하는데, 삶이 고단하니까, 섹스라는 주제도 마냥 경쾌하게 다룰 수만은 없다. 결국은 인간이 인간답게 산다는 것에 대해 질문하는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섹스는, 여전히 이 사회에서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말하는 것조차 금기시되는 주제 중에 하나다. 작품은 임신과 폐경, 피임, 콘돔, 조루와 자위 등 섹스를 둘러싼 다양한 문제를 넘나들며 그 은폐된 진실들을 꼭꼭 씹어 말하고 또 말한다. 단지 ‘남자’라는 이유로 직장에서 차별받아야 하는 간호사와 임신순번제로 인해 밤샘 근무를 두고 갈등하는 간호사들이 등장해, 마치 야한 농담을 하듯, 혹은 쓴 농담을 하듯, 각자가 처해 있는 섹스 문제를 꺼내 놓기 시작한다. 통계 수치는 물론, 각종 연구 결과와 의학 지식 등 일종의 지표로서 다큐멘트들이 제시되는가 하면, 실제 부부들이 출연해 토크쇼를 벌이기도 하고, 이 작품을 후원해준 콘돔 회사를 대놓고 선전하는 문구들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섹스는, 물론 개인적인 것이다. 정말? 정말 그렇기만 한가?
<멋진 신세계>(사진_신재환)
혜화동1번지 6기동인 봄 페스티벌은 6월 말까지 계속된다. 극단 신세계는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각색한 동명의 작품을 통해 2016년 한국에서의 삶이 행복한지 질문하고, 극단 창세는 연애하고 동거를 하며 자신들의 삶을 꾸리려는 두 남녀와 그들을 반대하는 가족들을 통해 ‘현실적인 삶’이 무엇인지 되묻는 <문제 없는 인생>을 무대에 올린다. 한편 앤드시어터는 <봄은 숲에서 사는 것, 도시에는 오지 않네.>를 통해 조금씩 서울에서 밀려나면서도 몸과 마음은 내내 서울을 정향하는 젊은 연극인들이 직접 찾아 떠난 봄을 무대 위에 그린다. 극단 작은방의 <머리를 내어놓아라>는 돈이 없거나 사회적 지위가 낮은 약자들이 현실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초능력을 작품의 소재로 삼았으며, 마지막으로 여기는 당연히, 극장은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를 통해 옥탑방에 거주하면서 지하 소극장에서 연극을 하는 배우 자신의 일상을 돌아보는 작품을 선보인다.
| 일정 | 공연명 | 제작 |
|---|---|---|
| 4.7~4.17 | 섹스 인 더 시티 | 낭만유랑단 작. 연출 송경화 |
| 4.21~5.1 | 멋진 신세계 | 극단 신세계 원작 올더스 헉슬리 소설 『멋진 신세계』 각색. 연출 김수정 |
| 5.5~5.15 | 문제 없는 인생 | 극단 창세 작.연출 백석현 |
| 5.19~5.29 | 봄은 숲에서 사는 것, 도시에는 오지 않네. |
앤드씨어터 작 공동창작 / 연출 전윤환 |
| 6.2~6.12 | 머리를 내어놓아라 | 극단 작은방 작.연출 신재훈 |
| 6.16~6.26 |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 여기는 당연히, 극장 작 구자혜, 이리 / 연출 구자혜 |
[사진: 컬쳐버스 제공]

- 일시
- 4월 7일~6월 26일 평일 8시, 주말 3시(월 공연 없음)
** 공휴일 8시 - 장소
-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 문의
- 070-8276-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