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맨씨어터 <흑흑흑 희희희>
삶과 죽음, 웃음과 눈물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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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웠던 겨울의 기운을 떨쳐내고 소생을 도모하는 봄이다. 계절 탓일까, 공연계에도 무거운 주제의식을 걷어낸 작품들이 유독 많은 시기다. 팍팍한 삶 속 공감과 위로를 키워드로 삼고서 관객과 편한 마음으로 소통하는 데 중점을 둔 공연들이 눈에 많이 띈다. 연극 <흑흑흑 희희희>도 그런 작품 중 하나다.
<흑흑흑 희희희>는 극단 맨씨어터가 연극 <형제의 밤>을 쓰고 연출한 김봉민을 영입해 선보이는 작품이다. <흑흑흑 희희희>는 의성어로, 울음소리와 웃음소리를 조합해 놓은 단어다. 또한 ‘검을 흑(黑)’과 ‘빛날 희(熙)’의 조합이기도 하다. 희극과 비극의 감수성을 오가는 이 작품에 대해 작가는 ‘조울신파극’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제목만큼이나 작품의 콘셉트는 쉽다. 극의 주인공은 안티팬 100만을 거느린 개그맨 진흑철, 우주정거장에 3년 간 머무른 경험이 있는 전직 우주인 연백희 등이다. 이들이 마주치는 공간은 어느 병원의 놀이터다. 퇴원하는 환자와 입원하는 환자가 우연히 마주치면서 울기도 하고 웃게도 되는 좌충우돌 상황을 무겁지 않게 그린 작품이다.

‘세상은 거대한 병원’이라는 명제
“오래 전 ‘쓰고 싶은 대로 써버리자, 그리고 관두자’ 하는 마음으로 쓴 희곡이에요. 극 중 인물들의 심리적 상황이 그 때 제 상태와 비슷하다고 보시면 돼요. ‘세상은 거대한 병원이고 모두가 다 아프다, 어차피 시한부인데 누가 의사고 누가 환자겠나’ 하는 식의 우울한 마음을 품은 상태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던 기억이 나네요.” -작가 겸 연출가 김봉민
작가 김봉민에 따르면 희곡의 초고가 나온 것은 6년 전이다. 작가는 우주에 간다는 게 글쓰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글이란 것이 마치 우주처럼 언젠가 가 닿고 싶은 궁극의 세계이자 가 닿기가 그만큼 어렵기도 하다는 의미일 터. 또한 우주를 배경으로 한 데는 작가가 워낙 SF 장르를 좋아한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자신의 첫 희곡의 배경마저 우주라고 한다.
하지만 우주를 다녀온 인물인 연백희는 지구로 내려온 후 현실에서 절망하고 있다. 회복될 확률이 희박한 병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병은 그토록 꿈꾸던 우주를 다녀오면서 얻은 것이기도 하다. 연애 한 번 제대로 못해보고 그야말로 저 멀리 우주에 청춘을 바친 연백희는 참담한 심정으로 병원으로 들어온다.
그토록 꿈꾸던 미래는 오랫동안 누릴 수 있기는커녕 찰나처럼 흘러가 버렸다. 그런 연백희를 바라보던 진흑철은 얼토당토 않은 말장난으로 기분을 달래고자 한다. 명색이 전직 개그맨이라는 데 분위기는 어째 썰렁하기만 하다. 작가가 ‘세상 최고의 구석탱이 같은 곳’이라고 설명한 이곳은 공사 직전의 병원 놀이터로, 몇몇 중환자들만 모이는 곳이다. 진흑철은 이곳을 자신만의 무대로 삼는다.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만난 이들은 무한 긍정으로 무장한 진흑철의 유머에 어느새 빠져든다. 처음에는 그를 부정하던 연백희도 어느샌가 진흑철의 관객이 된다.

쉽게 풀어내는 인생 이야기
“개인적으로 극 중 대사 중 가장 마음에 와닿는 것은 ‘똥은 살아 있는 인간만이 눌 수 있는 것’이라는 부분이에요. 극에서 삶과 죽음이라는 소재를 다루는데, 이 심각한 얘기를 심각한 방식으로 풀고 싶지 않았어요. 삶이라는 특권을 누리는 사람들끼리는 다 행복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싶어요. 자기들끼리 이런 행복을 느끼고 나눌 수 있다는 전제가 있다면요. ‘행복하자’는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이런 사소한 행복을 공유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가 겸 연출가 김봉민
이번 연극은 김봉민이 작가 외에 연출까지 손을 대는 첫 작품이다. 웃기다가도 슬픈 상태를 그린 자신의 희곡 속 분위기를 자기 자신만큼 해석해낼 사람이 없다는 판단에서 용기를 냈다. 아마도 이같은 선택은 극 속에서 끊임없이 행해지는 인물들의 언어유희를 생생하게 살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계속되는 개그의 시도와 실패, 성공이 어느 정도까지 관객에게 ‘쫄깃하게’ 와 닿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극의 관전 포인트는 아무래도 앙상블이다. 친한 친구 사이로 알려진 배우 최덕문과 우현주, 이창훈과 전미도가 각각 팀을 이뤄 시시각각 관객을 쥐락펴락한다는 계획이다.
선배 배우들도 모두 ‘견장을 뗀 듯’한 분위기 속에서 공연팀은 인물들의 감정에 따라 때로는 즐겁게, 때로는 울적하게 연습을 해나가는 중이다. 검은 우주 속을 끝없이 헤매는 듯하다가도 가끔씩 빛나는 별을 발견하곤 하듯 말이다. 어둠과 밝음을 상징하는 백연희와 진흑철이라는 인물은 이같은 희망적인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작가가 내세운 분신들이라고도 볼 수 있다. 지금 당장은 비참해 보이더라도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 누군가에게 어떤 의미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연극 ‘흑흑흑 희희희’가 관객과 공유하려는 메시지다.
[사진: 드림컴퍼니 제공]

- 일시
- 4월 8일~4월 24일 평일 8시, 주말·공휴일 3시·6시30분(월 공연 없음)
- 장소
-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 작·연출
- 김봉민
- 출연
- 최덕문, 이창훈, 우현주, 전미도, 권지숙, 김대종, 권귀빈, 오범석, 이은
- 문의
- 02-3443-2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