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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위대한 모험 <자지마>

양을 세도 잠이 안 오는데?

김슬기_공연저술가
95호 2016.07.07
잠을 자려고 누워 있다. 졸린 건지, 아픈 건지, 약 기운 때문인 건지, 자고 싶은 건지, 자야한다고 생각하는 건지, 어쨌든 자려고 누웠다. 그런데 옆에 있는 당신이 생각이 많아서 잠이 오지 않는다며 자꾸만 말을 걸어온다. 진지한 대꾸를 하기엔 내용이 너무 없는데 그렇다고 못 들은 셈 쳐지지도 않고, 양을 세어 보...

잠을 자려고 누워 있다. 졸린 건지, 아픈 건지, 약 기운 때문인 건지, 자고 싶은 건지, 자야한다고 생각하는 건지, 어쨌든 자려고 누웠다. 그런데 옆에 있는 당신이 생각이 많아서 잠이 오지 않는다며 자꾸만 말을 걸어온다. 진지한 대꾸를 하기엔 내용이 너무 없는데 그렇다고 못 들은 셈 쳐지지도 않고, 양을 세어 보라고 했더니, 둘, 넷, 여섯, 여덟... 이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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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잠이 오지 않는 건지 이유는 알 수가 없다. 어쩌면 자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있는 걸까, 실은 꼭 잠을 자야 하는 이유 같은 게 없기도 하다. 그런데 옆에 누운 당신은 나 때문에 못 자는 건지, 내가 안쓰러운 건지, 내게 공감하는 건지, 이 내용 없는 대화를 짐짓 견디고 있는 듯 보인다. 얼마가 지났을까. 당신은 잡고 있겠다며 내게 손을 달라고 말한다... 정말...? 그런 거야...? 자는 거야?

 

섬 같은 공간, 꿈같은 시간

일본의 극작가 마에다 시로의 희곡 <자지마(おやすまなさい)>에는 1과 2 두 사람이 등장한다. 성별과 나이는 물론이고, 둘의 관계조차 설정되어 있지 않은데, 큰 어항이 있는 방에 이불을 펴고 누워있다는 것 외에는 딱히 참고할 만한 배경과 맥락도 없다. 2014년 우리 연극계에 처음 소개된 작품 <위대한 생활의 모험> 또한 그러했지만, 어쩐지 마에다 시로의 세계에는 이처럼 꽉 짜인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보다 더 이상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성립하는 현실, 그것이 바로 그의 극작이자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이기 때문이다. 비루하기 짝이 없는 오늘의 일상을 ‘위대한’ ‘모험’이라 칭하고자 했던 작가의 시선이 이번에는 어느 섬 같은 공간, 꿈 같은 시간에 머무르고 있다.

살아있어, 일단은 여기 숨어 있을래

헌데 자려고 하는 사람과 잠들지 못하는 사람의 이 대화는 그저 ‘아무말대잔치’라고 흘려 듣기에 좀 심하게 기묘하다. 어항에 들어있는 소라는 그렇다쳐도 갑자기 방 안에 나타난 불가사리와 가오리와 조개들은 뭐란 말인가. 어째서 이들은 놀라거나 당황하지도 않고 그것이 독을 뿜는지 아닌지, 어떤 경우에 뿜는지 토론을 하고 앉아 있단 말인가. 동물이 사랑을 아느냐고? 외로움을 아느냐고? 도대체 이 대화를 어떻게 하면 멈출 수 있는지 모르겠다. 잠을 청하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동시에 작품을 연출하고 있는 극단 위대한 모험의 대표 김현회는 연극 <자지마>의 이러한 특별함을 ‘살아있음’이라 얘기한다.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공감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모호하지만 바다 속과 같은 설정, 툭툭 튀어나오는 바다 생물들, 그리고 그것들을 통해서 대화를 나눠보지만 남겨지는 공허함과 허무함이 그저 말도 안 되는 판타지는 아니기 때문이다. 무대를 일종의 은신처처럼 만들 생각인데, 이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의 불안함과 잠 못 이루는 강박 같은 것들로부터 이곳으로 흘러들어왔다는 느낌을 주고 싶다. 관객에 따라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겠지만, 이 두 사람이 지금 여기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생활에서 마주치는 감각들을 찾는 것이 중요한 작품이다.

당신이 잠을 자야하는 이유

두 사람은 이 꿈결 같은 대화의 어드메에서 ‘잠을 자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의견과 ‘자는 것을 하는 것이다’라는 의견을 주거니 받거니 하게 된다. 잠 들어 있는 동안 자기의 시간과 공간 안에 멈춰있다는 것은, 나를 보호하고 치유하는 일임에 틀림없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소외와 단절을 떠올리게 하는 두려운 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런데 결국 보호와 치유도 상처나 고통을 전제로 하는 것이니, 우리의 삶이란 어찌 되었든 도대체가 평안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계속 잠을 자지 않는다는 것은 본능을 거스르는 건데, 이렇게 누워만 있어도 되는 걸까, 라는 생각 때문에 두려워지는 밤들이 있다. 잠을 통해 에너지를 비축하고 다음 날을 살 수 있어야 하지만, 내가 자는 동안 밖이 쉴 새 없이 돌아간다는 생각을 하면 불안해지는 거다. 그럴수록 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들이 꼬리를 물고, 극도로 피곤한데 더욱 잠은 오지 않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 이 공연 특유의 나른함과 몽환적 상상력이 그런 현대인의 모습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다시, 잠을 자려고 누워 본다. 그런데 옆에 있는 당신이 편의점에 가자고 한다. 사람을 보러 편의점에 가자고 한다. 그런데 조개도 찾아내고 외로움에 대해서도 한참을 떠들고 났더니, 여기가 진짜 바다 밑이라고 믿어 버리고 싶다. 그리고 당신한테도 대충, 대답해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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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기 전에 당신이 내게 소리 내서 그 사실을 알려줬으면 좋겠다. 이제 잘 거라고, 이제 잠 든다고. 내 손을 잡고 당신이 잘 자라고 말한다. 나는 잘 자지마, 라고 얘기했는데 당신은 답이 없다... 정말...? 그런 거야...? 자는 거야?

 

[사진: 극단 위대한 모험 제공]

일시
7월 13일~24일 평일 8시, 토 3·6시, 일 3시, 월 공연 있음
장소
키작은 소나무 극장
작
마에다 시로
연출
김현회
출연
김현회, 김민지, 이해인
문의
010-2063-4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