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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장전2016_검열각하’ 수박토크 vol.1

30대 연극인, 우리는 언제까지 연극할까

임현진_기획자
98호 2016.08.18
그날은 수박이 잘 어울리는 날이었다. '권리장전2016_검열각하'의 여덟 번째 공연 ‘광장의 왕’이 한창이던 7월 마지막 주, 토요일 낮 공연이 끝난 작은 극장에 삼십대 연출 넷이 정성스레 썰어놓은 수박을 들고 극장에 들어왔다. 검열각하 7월 공연으로 연달아 작품을 선보인 세 연출가 송정안(프로젝트그룹쌍시옷, 윤혜숙(극단 달나라...

그날은 수박이 잘 어울리는 날이었다. '권리장전2016_검열각하'의 여덟 번째 공연 ‘광장의 왕’이 한창이던 7월 마지막 주, 토요일 낮 공연이 끝난 작은 극장에 삼십대 연출 넷이 정성스레 썰어놓은 수박을 들고 극장에 들어왔다. 검열각하 7월 공연으로 연달아 작품을 선보인 세 연출가 송정안(프로젝트그룹쌍시옷), 윤혜숙(극단 달나라동백꽃), 김정(프로젝트 내친김에), 그리고 혜화동1번지 6기동인인 연출가 전윤환(극단 앤드시어터)였다.

응답하지 않는 건물 밖 거리에서 예술검열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서있는 그들을 처음 마주쳤던 건 제법 추운 날씨의 겨울이었는데, 어느덧 시간이 무색하게 여름이 되었다. 삼십대를 갓 넘긴 이 연출들은 연출로 입봉한지 몇 년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예술검열’이라는 경험을 공유하고 있었다. 이들은 연우소극장을 찾은 관객들, 연극인 동료들과 함께 ‘우리는 언제까지 연극할까’라는 타이틀 하에 이야기를 나누었다.

검열각하 7월 특별기획
수박토크 vol.1 우리는 언제까지 연극을 할까

7. 30(토) 4시 <광장의 왕>(프로젝트 내친김에) 공연 후 연우소극장에서
- 이야기꾼: 송정안, 윤혜숙, 김정 연출
- 특별게스트: 전윤환 연출

우리는 언제까지 연극을 할까

소박하게 건넨, 하지만 정성스럽게 대접하고자 했던 수박만큼이나 소박한 자리였다. 무대 위에 의자를 두고 둘러앉은 연출들은 관객들과 함께 수박을 나눠 먹으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는 언제까지 연극을 할까/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사실 뻔한 답을 가지고 있는 질문, 그래서 도리어 답을 필요로 하지 않는 질문이기도 하다. 다만 이 화두를 연극인들끼리만의 이야기로만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과 함께 공유하는 장이었다는 점이 이전과는 달랐다.

함께하는 것이 아니었다면 결코 검열에 저항할 용기를 낼 수 없었을 것이라는 연출들의 낯간지럽지만 덤덤한 고백에 이어 검열의 면면이 어떠했는지, 처음에 검열을 마주했을 때 어떤 대응을 했는지, 공연이 취소되기까지 어떠한 고민들이 있었는지 진솔하게 대화가 오고갔다. 검열각하에 참여한 세 연출들은 무대에서 7월 한 달간 저마다의 작품을 통해 작년 그들이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던 검열에 대해 다루었고, 수박토크의 객석에서는 연출들이 무대에 올린 작품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들과 함께 연출들이 실제로 어떤 것을 느꼈는지 질문이 이어졌다.

왜 우리는 연극을 계속하려 할까

객석에 앉아 있던 이들은 저마다 다른 이유와 궁금증을 가지고 토크에 참여했다. 이들은 검열을 겪은 이후에 연극인으로서 겪은 트라우마는 없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극을 다시 할 용기는 어떻게 얻게 되었는지 연출들에게 물었다. 자연스럽게 대화의 흐름은 객석이 주도하게 되었고, 연극은 언제까지 할 수 있냐는 주최측의 우문(愚問)에 대해 연극을 왜 해야만 했는지 고민을 짚어보는 연출들과 객석의 현답(賢答)이 대화 중에 있었다.

연극은 데이트할 때 보는 로맨틱 코미디가 전부인줄로 알았는데 우연히 공연을 관람하고 토크에 참여하게 되었다던 한 관객은 연극이 자기가 알던 것 이상의 모습을 지니고 있어 다행이라고 하며, 한편으로는 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극이 왜 여전히 과거의 구조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지, 왜 검열이라는 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지에 대한 의문을 던졌다.

또 다른 관객은 70년대에 대학 시절을 보내며 연극 연출을 하다가 한참을 무대로부터 멀리 떨어져 지냈었다는 말을 꺼내며 그 시절에 겪었던 검열과 지금의 모습이 많이 닮아 있음을 언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극 작업을 이어갔던 젊은 날의 모습을 다시 떠올리니, 도리어 지금이라도 다시금 연극을 해야겠다는 고백도 따라왔다. 권력의 의지만이 작용하는 지원 제와 자본주의 시장의 논리를 넘어서는 새로운 연극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제언을 던졌다.

그 일을 겪고 난 이후의 이들은, 그 전의 이들과 결코 같을 수 없을 것이다. 공공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검열은 보이지 않는 손이 되어 젊은 연출들을 위축시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지난 겨울 추웠던 대학로에서부터 예술검열의 사태를 알리고 이를 반대하는 릴레이를 했고, 이제는 권리장전2016_검열각하를 통해 그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검열은 더 이상 우리에게 낮선 주제가 아니다. 우리의 권리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무엇이 변해야하는지를 묻는 연극의 장은 계속될 것이다.

권리장전權利長戰2016_검열각하
검열의 가위에 맞서는 연극의 주먹
2016.6월-10월 연우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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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권리장전2016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