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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희곡릴레이 페스티벌>

신진작가들을 응원합니다

배해률_극작가
105호 2016.12.01
2014년부터 진행된 <10분희곡릴레이 페스티벌>이 올해로 3회째를 맞았다.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총 29편의 작품들이 무대에 올랐다. 지난 행사에서 12작품만이 무대에 오른 것을 감안했을 때, 훨씬 더 많은 작품들이 관객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공연은 11월 15일부터 2...

2014년부터 진행된 서울문화재단 서울연극센터의 <10분희곡릴레이 페스티벌>이 올해로 3회째를 맞았다.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총 29편의 작품들이 무대에 올랐다. 지난 행사에서 12작품만이 무대에 오른 것을 감안했을 때, 훨씬 더 많은 작품들이 관객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공연은 11월 15일부터 20일까지 총 6일간 서울연극센터 1층에서 진행되었다. [웹진 연극in]에 소개 되었던 신진 작가들의 작품들 중 먼저 12편이 두 팀으로 나눠져 앞선 4일 동안 무대에 올랐고, 주말에는 16개의 작품들이 낭독 공연에 올랐다. 이외에도 올해 행사에선 작가, 코멘터 그리고 관객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코멘터리와 극작가 포럼의 자리도 마련되었다.

이번 <10분희곡릴레이 페스티벌>이 무엇보다 더 의미 있었던 것은 참여 작가 대부분이 신진 작가라는 데에 있었다. 희곡 작가들에게 있어 자신들의 희곡이 읽혀질 기회를 갖는 것은 정말로 소중하다. ‘말글’은 활자에만 멈추는 것이 아니라 배우들의 입에서 쏟아져 나올 때 비로소 완성된다. 하지만 실제로 작가들이 공들여 쓴 그 희곡들이 무대에 오를 기회를 갖는 것은 손에 꼽는다. 신진 작가들의 경우 그 기회는 더욱 박하다. 다양한 공모전과 신춘문예가 있다하더라도, 공연에 대한 수요는 한정되어 있고 무대 구현의 기회 또한 제한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에 이번 페스티벌은 무대에 고픈 신진 작가들에게 있어 매우 소중한 시간이었다.
신진작가들에 대한 독려와 응원은 공연 자체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김호준 작가의 <바람을 잡다>는 ‘바람잡이’ 역의 배우를 앞세워 관객의 몰입을 이끌어낸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이 더욱이 의미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비단 그 아이디어뿐만이 아니라, 연극에 종사하는 무명 배우, 무명작가들의 가능성과 희망적 메시지를 던지며 페스티벌의 취지를 더욱 공고히 해주었기 때문이었다. <바람을 잡다>는 이번 페스티벌 전 작품들 가운데 가장 먼저 무대에 올라, 이번 행사의 확실한 방향성을 제시해주었다.

이제 막 발을 내딛은 신진작가들의 이야기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작품들이 결코 가볍거나 엉성하지 않았다. 각 작품들마다 작가들 특유의 색깔이 느껴졌으며, 소재 또한 죽음부터 사랑까지 매우 다양했다. 정무로 작가의 <탱고슈즈>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치매에 걸린 노인, 몇 줄의 대사 그리고 딸기 사탕이라는 소재를 통해 간결하고 선명하게 풀어내었다. 이지훈 작가의 <오열토끼방봉클럽쇼>는 작가 특유의 유머가 더해져 죽음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유쾌하게 풀어내었다.
1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에도, 신진 작가들은 그 안에서 분명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10분희곡’은 대개의 희곡과는 달리 굉장히 짧은 시간 안에 모든 이야기가 시작되고 끝나게 된다. 이 제한된 시간 안에 하고 싶은 말을 모두 넣는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무대에 오른 작품들을 통해, 이 제한된 시간만이 갖고 있는 매력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보다 함축된 언어로 진행되는 극이 있었는가 하면 현실의 10분짜리 단면을 끌어와 극적으로 풀어낸 작품까지, 10분이라는 제한이 오히려 작가들에게 소재를 발굴하고 압축된 이야기를 쓰게끔 하는 진한 동력이 되어주었다.

이번 페스티벌에는 작가, 코멘터, 관객들이 함께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코멘터리’ 시간도 마련되었다. 공연이 끝난 직후에 진행되었던 것만큼, 무대를 관람했던 관객들 중 다수가 참여하였다. 관객들은 이번 코멘터리를 통해, 공연에 대한 궁금증을 직접 작가들에게 물어 볼 수 있었고, 이는 관객들에게 공연을 한층 더 깊이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또 작가들에게 있어서는 관객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신의 작품을 한 번 더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코멘터리를 통해 작품의 탄생 과정이라든지 작가 개개인의 작품관이라든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공연의 재미를 더해주었다.

이외에도 ‘우리시대 희곡과 작가’라는 주제로 마련된 극작가 포럼 또한 의미 있는 자리였다. 시국이 시국이니 만큼, 포럼 참가자들 중 몇몇은 예술계 내에까지 자리 잡은 부조리에 대해 그들 각자의 실망감과 안타까움을 털어놓았다. 또한, 기존에도 있어왔던 연극계 창작자들 간의 계층화 현상과 지원제도의 편향성 등 정치사회적으로도 중요한 이야기가 오갔다.
그러나 포럼 간 이처럼 무거운 이야기만 오갔던 것은 아니었다. 발제자들은 연극계의 선배로서 신진 작가들에게 따끔한 조언부터 자신들의 경험담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번 <10분희곡릴레이 페스티벌>에 참가 했던 작가들 대부분이 그들을 통해 많은 위안을 받았을 거라 짐작한다.

지난 페스티벌 보다 더 많은 수의 작품들이 무대에 올랐고, 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행사가 진행되었다. 행사의 규모가 커진 만큼 다채로운 작품들을 만나 볼 수 있었던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더 많은 신진 작가들이 함께한 축제이었다는 점이 이번 행사를 더욱 빛내 주지 않았을까 싶다. <10분희곡릴레이 페스티벌>을 통해 관객들을 찾아왔던 신진 작가들의 미래에 더 좋은 무대들이 따라오길 바란다. 이제 막 발을 내딛는 작가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위안이 되었던 무대, 내년에는 과연 어떻게 꾸려질지, 어떤 작가들을 새롭게 만나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사진: 서울연극센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