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재컴퍼니 <우리의 여자들>
관계에 대한 긍정적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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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라는 것은 단순히 한 가지 정보만 전달하지 않는다. 같은 말이라도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터져 나오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다채롭게 변하는 것을 우리는 종종 목격한다. 말이라는 것은 때때로 사람 간 관계에 대해 증언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이 다른 누군가에 대해 이야기할 때를 떠올려 보자. 역설적이게도 말하는 대상 대신, 말하고 있는 사람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말은 종종 맥락과 뉘앙스를 통해서 말하는 사람에 대해, 사람 간 관계에 대해 은연 중 폭로한다.
<우리의 여자들>은 말에 민감한 프랑스 극작가가 쓴 연극이다. 몰리에르 상을 두 번 수상한 이력이 있는 에릭 아수의 2013년 작으로, 2015년에는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주인공은 35년 지기 죽마고우인 막스와 폴, 시몽이다. 막스의 집에 함께 모여 포커게임을 치기로 약속한 어느 저녁, 시몽은 뒤늦게 나타나 두 친구에게 자신의 아내를 죽였다고 고백한다. 친구들은 끔찍하고 당황스러운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나갈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극한의 상황을 두고 의견을 나누는 가운데 이 세 남자를 둘러싼 각양각색의 ‘여자 관계’가 드러난다. 이들이 화제로 삼는 것은 표면적으로 보면 ‘우리의 여자들’이지만, 이 과정에서 점차 베일이 벗겨지는 것은 결국 남자들이다.
섬세하고 예민한 남자들
“원제 <Nous femmes>에서 ‘femmes’는 여자들이잖아요. 근데 femmes가 형용사로 ‘(남자가) 여자 같은’이라는 의미로도 쓰여요. 제목이 <우리의 여자들>인데 텍스트에서 남자들이 나온다는 게 역설이죠. 남자들이 나와서 여자들 이야기를 주구장창 떠드는데 사실은 이 사람들이 하는 말이나 행위들에 소위 여자들의 전유물로 오해받곤 하는 요소들이 잔뜩 있어요. 질투하고, 욕심 부리고, 시샘하고, 의심하는 부분들이요. ‘femmes’를 두 번째 의미에 가깝게 놓고 작품을 만들다보니 조금 편해졌어요.” -이대웅 연출가
짐작한 대로 이 연극은 꽤나 대중적인 감성을 밑바탕으로 하고 있다. 희극적인 줄거리를 바탕으로 인물들의 숨겨진 속성들에 대해 들춰내는 작품으로, 극의 뉘앙스를 살릴 배우들의 앙상블이 꽤나 중요하다. 중의적 의미를 살려 만들었다는 이번 연극에서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화려한 캐스팅이다. 평화를 추구하는 정형외과 전문의 역에는 안내상, 서현철, 유연수(트리플 캐스팅), 헤어숍 두 개를 성공시킨 사장 시몽 역에는 우현, 정석용(더블 캐스팅), 다소 까칠한 성격의 방사선 기사인 막스 역에는 이원종, 김광식(더블 캐스팅)이 낙점됐다. 대중성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섬세한 대화의 결을 소화하기 위해 배우들의 캐스팅에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이대웅 연출가는 배우들에 대해 “출연진 모두가 남자배우들인데 여자배우들보다 훨씬 더 예민하고 섬세하다. 작품과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소개했다.
무대는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직업에서 보듯 이들 모두는 사회에서 나름대로의 입지를 마련하는 데 성공한 인물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 사람들(여자들)과 이런 저런 불화를 겪고 있어 공허함을 느끼는 인물들이다. 물질적인 부유함이 해소해주지 못하는 인간 사이의 다양한 갈등들이 이 모던한 공간에서 폭발할 예정이다. 이들의 대화 속에는 남녀노소 누구나 와서 즐길만한 희극적인 요인들이 가득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이 진행되는 동안 한 켠에서 계속해서 이어지는 외로움과 고독의 감정들을 무대 세팅 자체에도 녹여낸다는 계획이다.

나는 내 주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관객들이 이 작품을 보고 그동안 약간 소원했던, 안 만났던 친구들에게 전화할 수 있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대단한 미학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저 소박하게 꾸려나갈 예정입니다. 외로운 사람들이 무대에 등장하는데 관객이 보기에는 ‘이 사람들은 이래서 안 외롭구나’ 하는, 결과적으로 역설적인 무대가 됐으면 해요.” -이대웅 연출가
<우리의 여자들>은 굉장히 명료하고 쉬운 줄거리의 극이다. 서로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고, 자기 인생의 길과 가족 관계마저도 이미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고 믿고 있는 중년의 남자친구들. 극이 진행되면서 이들이 고정불변할 것이라 철석같이 믿고 있는 것들은 하나하나 크고 작은 균열을 내기 시작한다. 35년이나 된 친구 사이인데도 사실 마음 속 깊은 고민들에 대해서는 정확히 몰랐다는 점, 아내나 딸이 품고 있던 생각들이 자기가 짐작하는 바와는 다르다는 점, 죽일 만큼 내가 누군가를 미워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점 등이 극의 진행 과정 속 천천히 드러난다.
극의 줄기가 한 방향으로 흐르고 또 명료한 만큼 공연으로 만들기는 더욱 어려울 수 있다. 결국 핵심은 극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그렇지 않은 주변 인물들이 서로 한 마디로 설명될 수 없을 정도로 감정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고, 그래서 결국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는 점이다. 섬세하게 잘 짜인, 긍정적이고 따뜻한 줄거리의 극을 배우들이 각기 다른 개성으로 어떻게 풀어낼지가 궁금해진다. 기본적으로 코미디이지만 끝나고 나면 어딘가 짠한 마음이 드는 그런 공연을 만들기 위해 배우들은 계속해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대웅 연출가 역시 배우들 별로 앙상블 만들기에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 연출가는 “뭔가 특별한 연출을 하기보다는 마지막에 극의 방점을 찍을 만한 포인트를 주는 방식으로 극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귀띔했다.
[사진: 수현재컴퍼니 제공]

- 일시
- 12월 2일~2017년 2월 12일 화수목 8시,
금 4시8시, 토 3시6시, 일 3시, 월 쉼
(단, 12.2 8시 공연만 있음 / 12.25, 1.1 2시5시 공연 있음) - 장소
- 수현재씨어터
- 작
- 에릭 아수
- 각색
- 오세혁
- 연출
- 이대웅
- 출연
- 안내상, 서현철, 유연수(트리플 캐스팅), 우현, 정석용(더블 캐스팅), 이원종, 김광식(더블 캐스팅)
- 문의
- 02-766-6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