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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유망예술지원 NEWStage <전화벨이 울린다>

우리는 크게 아우성쳤다.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는 소리를

허영균_공연예술출판사 1도씨 디렉터
107호 2017.01.05
젊은 예술가의 창작역량과 작품 개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NEWStage를 통해, 올해 네 명의 연출가가 자기 색을 펼쳐 보인다...

젊은 예술가의 창작역량과 작품 개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NEWStage를 통해, 올해 네 명의 연출가가 자기 색을 펼쳐 보인다. 콜센터를 통해 보는 이 시대 노동의 풍경을 돌아보는 이연주 연출의 <전화벨이 울린다>, 길 위에서 만난 손님을 초대하는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김정 연출의 <손님들>, 작업 시간보다 생계 활동 시간이 더욱 긴 생활 예술인들의 모습을 보여줄 이은서 연출의 <아임언아티스트>, 새로운 곳으로 이사한 소년의 일상을 다룬 신명민 연출의 <우리별>, 이 네 작품이 1월 한달 동안, 서울 도처의 극장에서 관객을 기다린다. 그 시작을 여는 <전화벨이 울린다>를 소개한다.

전화벨이 울린다. 누군가 고백한다. “사랑합니다.” 얼굴 없는 임에게.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고객님” 이것이 낯선 이가 전화 받는 방식이다.
*
한 통신업체의 콜센터. 본부장의 선창에 따라, ‘신속, 정확, 친절’을 외치는 것으로 콜센터 상담원들의 일주일이 출발한다. 오전 9시가 되면 성난 듯이 전화벨이 울어댄다. 상담원들은 각자에게 배정된 전화에 ‘신속, 정확, 친절’하게 응답한다. 긴 하루의 시작이다. 사무실은 각 책상 사이에 칸막이가 있지만, 매우 좁다. 사무실 중앙에는 모니터가 있어 전체 콜 수와 함께 업무량이 많은 순서대로 상담원의 이름이 표시되어 순위를 확인할 수 있다. 상담원의 콜 내용은 무작위로 팀장에 의해 모니터 된다. 충분히 신속하거나, 정확하거나, 친절하지 못한 상담원의 통화는 기록되어 회사의 서비스 교육 자료로 쓰인다. 이야기는 며칠 전 ‘수진’이 받았던 ‘아주 잘못된 전화 서비스의 예’로부터 시작된다.

그럼에도 웃어야 하는 사람들

‘개새끼… 아침부터 소리는 지르고 지랄이야.’ 막무가내 고객의 전화에 응대하던 수진은 음소거 버튼을 눌러야 하는 것을 깜빡하고 혼잣말한다. 수진이 내뱉은 욕을 들어버린 고객은 당연히 노발대발. 게다가 얼마 전 같은 팀에서 일어난 고객과의 불미스런 일로 인해 한 사람이 퇴사한 터라 팀장은 더욱 예민해져 혹여나 회사 차원에서 문제가 될까 전전긍긍한다. 수진을 비롯하여 7년째 근무하는 주부 사원 애순, 불평은 많지만 겉으론 잘 웃는 미영, 취업 준비생 윤희, 1등 사원 지은, 팀장 혜정이 한 팀인 상담 2팀은 최근 저조한 실적과 함께 몇몇 소란으로 인해 본사에 집중 관리 대상으로 찍힌 상태다. 상담원은 고객으로부터, 팀장은 센터장으로부터, 센터장은 다시 본사로부터… 관리와 감독은 연쇄된다.
콜센터에서 ‘고객’이란 무소불위의 권력과 권리를 지닌 존재다. 서비스라는 이름 아래, 고객과 상담원의 관계는 매우 비합리적으로 성립된다. 어떤 고객에게라도, 고객이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그를 향한 사랑은 절대적이어야 하기에 언제나 불평등한 사랑의 구조 위에 놓인 것이다. 느닷없이 날아드는 반말과 욕설, 불쾌한 농담, 상담인지 분풀이인지 알 수 없는 성난 태도까지, 상담원들이 웃으며 받아내야 하는 이유다.

가면 밖의 삶

콜센터에서 일하기 시작한 뒤로 수진은 악몽에 시달린다. 여기에 악몽을 돕는 것이 하나 더 있다. 고시원 옆방 201호 남자, 연극배우 민규. 밤새도록 연극 대사를 연습하는데 그것이 또 수진을 잠 못 들게 한다. 그러나 아침마다 울리는 수진의 알람소리에 민규도 괴롭긴 마찬가지. 우연히 오이디푸스의 한 장면을 오디션으로 준비하는 민규의 모습을 본 수진은 ‘웃고 싶지 않아도 웃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부탁하고, 이 둘의 연기 수업이 시작된다. “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게 진정성이에요. 그런척 하는 게 아니라 그 인물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발견해가는 거라고요. 상대방과의 대화도 똑같아요. 상대의 말을 듣고, 반응하면서 대화 안에 교감이 생기는 거죠.” 그러나 온종일 ‘사랑합니다. 고객님’을 외치며 수많은 ‘무명의 첫사랑’을 상대하는 수진이 매번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상대와 교감한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 “이해, 그런 거 다 필요 없어요. 그냥 웃을 수 있게만 해줘요.” 라는 수진에게 민규는 안대를 건넨다. 자기의 눈을 가림으로써, ‘진짜 나’와 ‘상대방을 대하는 나’가 분리된다. 수진은 이제 가면 밖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비가 내린다. 세차게. 수진과 수진의 동료들의 아우성이 빗소리에 묻힌다. 여기 저기 켜지는 빨간 불도 빗줄기에 흐릿해지며.

노동 속에서, 우리는

지극히 개인적인 인간적 특성으로 여겨지던 감정은 이제 교환의 대상이자 서비스 상품이 되었다. 수진과 같은 직종의 종사자는 감정 노동의 고됨을 대표하는 ‘감정노동자’로 불린다. 더욱이 콜센터다. 전화로 상대를 만나는, 오직 목소리로 고객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 그러니까, 자기도 모르게 새어 나오는 한숨 소리조차 큰 오해를 불러오는 아주 까다로운 일. 수진은 자기 본연의 감정을 상품화된 자원으로서 공적 태도에 양보해야 한다. 그러면서 자기의 감정으로부터 스스로 소외된다. 감정노동은 나와 내 감정 사이의 분리를 통해 작동한다. 그러나 그것이 가능한 일인가? 마음이라는 가련하고 아름다운 그림자와 동행하는 우리에게. <전화벨이 울린다>는 감정노동자이면서 감정노동의 소비자인 우리가 노동의 의미와 노동의 범위에 대해 서로에게 다시 묻고, 답하게 한다. 노동 속에서, 우리는 안녕하신가요?

NEWStage 공연 일정

NEWStage 공연 일정
선정자 공연명 공연기간 공연장소
이연주 전화벨이 울린다 1.5~1.8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김정 손님들 1.12~1.15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이은서 아임언아티스트 1.14~1.18 만리동 예술인주택
신명민 우리별 1.19~1.22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사진: 서울문화재단 재공]

일시
1월 5~8일 평일 8시, 토 3시7시, 일 4시
장소
동숭아트센터 동숭소극장
작·연출
이연주
출연
신사랑, 백성철, 이선주, 최지연, 안병식, 박옥출, 이지혜, 서미영, 박수진
문의
070-827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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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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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크게 아우성쳤다.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는 소리를
2016 유망예술지원 NEWStage
<전화벨이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