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극장 <블랙텐트>
여기가 극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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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광장에 극장이 열렸다. 이순신 장군 동상 뒤편에 마련된 천막극장 이야기다. ‘빼앗긴 극장, 여기 다시 세우다’라는 표어가 자못 의미심장하다. 최근 수년 새 벌어졌던 검열 및 블랙리스트 사태에 반발한 연극인들이 재능과 열정을 십시일반 모아 그야말로 순식간에 쌓아올린 이 극장은 존재 그 자체로 공공예술기관의 역할, 극장의 의미에 대해 날선 질문을 퍼붓고 있는 중이다.

첫 무대를 열다
지난 13일 혹한의 추위에도 아랑곳 않고 삼삼오오 모인 연극인들은 첫 공연의 뜨거운 불씨를 당겼다. 첫 무대를 다진 것은 도깨비마당볼비굿이었다. 이 공연은 옛날에 큰 악재가 있을 때 아낙네들이 빨간 색의 도깨비 옷을 뒤집어 쓴 채 집에 있는 가재도구들을 꺼내 들고 두들기며 악운을 물리쳐냈다는 데 착안해 만들어졌다. 관객과 공연자가 함께 어우러져 수저와 냄비 등을 두들기는, 일종의 길놀이 형식으로 진행돼 연대의 분위기를 달궜다. 이밖에 박희정, 하애정의 호흡과 기교가 돋보인 통일맞장구 공연, 이수진과 손병희가 각각 진행한 노래 공연, 노갈의 기타 연주와 함께 선보인 이정훈의 마임 공연 <푸른 요정>, 좋은희곡읽기 모임의 낭독극 <죽음과 소녀> 등 사회·정치적 함의를 담은 각각의 공연들이 관객들을 맞았다.
이번 광장극장 블랙텐트 개관기념공연은 광화문 캠핑촌과 박근혜 퇴진 시민정부 구성을 위한 예술행동위원회 공동 주최, 광장극장 블랙텐트 운영위원회와 검열에 맞선 연극인들 주관으로 마련됐다. 기본적으로는 연대의식 고취와 메시지 전달에 충실했던 공연이었다. 광장극장을 가득 채운, 민예총 소속 연극인들 특유의 저력이 돋보이는 한편 관객과 극장의 연대 방식, 극장의 미래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지기도 했다.
극장은 광장을 거친 후 다시 공공성을 회복할 수 있을까. 거리로 나온 에너지들이 시민관객들의 연대의 욕구뿐만 아니라 예술작품 그 자체에 대한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과연 공공성은 어떻게 만들어지며 그 가치를 지지 받을 수 있는가. 여러 가지 질문들을 쏟아내는 공연들이 이후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극장, 공공성의 회복을 꿈꾸다
본격적인 공연은 극단 고래가 시작한다. 연극 <빨간시>는 16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된다. 이해성 작, 연출의 이 공연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뿐만 아니라 성상납 피해자 연예인들의 고통을 함께 다루며 우리 역사 속에서 반복되는 폭력의 상처와 근본 원인을 짚어보는 공연이다. 유력 일간지 기자인 동주는 저승사자의 실수로 할머니 대신 저승에 먼저 가게 된다는 설정인데, 동주는 그곳에서 할머니의 삶, 자신의 삶, 죽은 여배우의 삶을 되돌아보는 가운데 서로의 연관성을 느끼게 된다.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의 연극 <그와 그녀의 옷장>은 23일과 24일에 관객을 만난다.이 공연은 세월호 가족들이 시민들의 위로에 보답하고자 준비한, 조금은 더 특별한 연극이다.옷이라는 오브제를 활용해 끈덕지게 고군분투하며 버텨내야 하는 생계전선을 형상화함으로써 치열한 우리의 일상을 돌아보게 하는 공연이 될 예정이다.
마이미스트들과 바이올리니스트, DJ가 함께 하는 공연 <마임>은 25일부터 27일까지 관객을 만난다. 유진규를 비롯해 현재 국내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마이미스트들이 옴니버스 식으로 각자의 이야기를 몸짓에 담아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중 유독 세월호 이야기를 다룬 공연들이 눈에 많이 띈다. 도무지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고통을 몸으로 다시금 체화해냄으로써 차원이 다른 깊은 소통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극단 드림플레이 테제21의 <검열언어의 정치학: 두 개의 국민>은 31일부터 2월 3일까지 진행된다. 검열 언어가 우리에게 어떤 폭력을 가하는지 자세히 살펴보는 이 공연은 최근의 검열사태에 관한 일종의 기록극적 성격도 동시에 띄고 있다. 검열주체들의 언어를 사회언어학적인 관점에서 들여다보며 이들이 은폐하려 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짚어보는 한편 이들의 정치철학과 공공예술 간의 관계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도 마련한다.

이들 공연 이후에도 광장에서의 공연은 당분간 지속될 예정이다. 블랙텐트 측은 박근혜 정부가 퇴진할 때까지 공연을 계속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예술인들이 당면한 각종 문제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매주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오후 8시에 광화문에 열린 작지만 센 극장의 문턱을 들어서면 된다. 블랙텐트에서 다뤄지는 주제들은 비단 공연계만의 이슈는 아닐 것이다. 극장에 대한 질문은 결국 공동체, 사회에 대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광장극장 블랙텐트의 극장운영 및 공연은 자율기부로 운영된다.
[사진: 광장극장 블랙텐트 제공]
- 일정
- 1월 16일부터 매주 월~금 오후 8시
- 장소
- 광장극장 블랙텐트
- 주최
- 광화문 캠핑촌, 박근혜 퇴진 시민정부 구성을 위한 예술행동위원회
- 주관
- 광장극장 블랙텐트 운영위원회, 검열에 맞선 연극인들
- 후원
- 나무닭움직임연구소, 유니콘사운드
- 문의
- 광장극장 블랙텐트
www.facebook.com/theaterblack - 후원계좌
- 우리은행 1002-256-380791(예금주: 이해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