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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극장혜화당 <2017 SF연극제>

연극은 S와 F 사이에

허영균_공연예술출판사 1도씨 디렉터
108호 2017.01.19
소극장 혜화당에서 <2017 SF연극제>가 열린다. 2016년에 이어 두 번째다. 연극 장르에 대한 탐색과 도전을 목표로 했던 ‘SF 연극제’는 새로운 연극 축제로 발돋움하기 위한 동력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는 극단 두 곳에서 3편의 작품을 3주에 걸쳐 무대에 올렸으나, 올해는 그 수가 훨씬 늘었다. 열 개 극단의 10편의 작품 가운데...

소극장 혜화당에서 <2017 SF연극제>가 열린다. 2016년에 이어 두 번째다. 연극 장르에 대한 탐색과 도전을 목표로 했던 ‘SF 연극제’는 새로운 연극 축제로 발돋움하기 위한 동력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는 극단 두 곳에서 3편의 작품을 3주에 걸쳐 무대에 올렸으나, 올해는 그 수가 훨씬 늘었다. 열 개 극단의 10편의 작품 가운데 8편의 작품이 창작이며, 2편은 고전 SF소설을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2017년 1월 17일 개막하는 축제는 2월 26일까지 진행된다.

<블러드 스테이션>

S

사실은, 조금 낯설다. SF연극이라니. 공연 일정표를 쭉 둘러보다 <멋진 신세계>를 발견한다. 낯선 모임에서 아는 얼굴을 발견했을 때처럼 반갑다. 『멋진 신세계』 는 1932년 출간된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이다. 자동차 회사인 포드의 T모델 자동차가 세계 최초의 컨베이어 시설에서 생산되어 미국적 소비사회의 길을 열었던 때로부터 632년 지난 2540년을 배경으로, 과학기술의 남용으로 인해 인간성이 파괴된 미래 사회를 그린다. 다행이다. 『멋진 신세계』를 통해 SF연극이 무엇인지 가느다란 이해의 끈을 잡는다.
S.F. 혹은 SF는 science-fiction의 약어로, (공상)과학소설을 지칭하는 것으로 출발했다. 장르의 분화와 기술의 발달로 SF의 정의에 대한 의견이 종종 엇갈리기는 하나, 산업혁명과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등장하기 시작한 과학소설에 장르적 뿌리를 두는 것만은 분명하다. 크게는 과학의 발달이 변화시킬 미래의 인간사회를 그리는 류와 소재로 과학적 공상을 동원하는 류로 나뉘지만, 이 두 가지가 합쳐진 것 또한 많다. 그렇지만 미래는 때로 인간의 상상보다 빠르고 구체적으로 실현된다. 그러므로 공상(空想)이란 어디까지나 ‘유통기한’을 담보한 표현이 아닌가. 그러니 (괄호) 안에 묶어 두기로 한다. 자, 이제 조금은 친숙해진 SF연극을 만나볼 시간이다.

작품들

<2017 SF연극제>에 소개될 열 편의 작품을 차례로 살펴보자. 첫 주는 호원대학교 공연미디어학부 학생들의 <人코딩: 인간의 코드화>와 ‘극단 성난발명가’들의 <블러드 스테이션>으로 시작한다. 인공지능에 지배당하는 기계화된 인류의 모습을 그린 <人코딩: 인간의 코드화>, 시공간을 초월한 우주세기 88년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SF스릴러 <블러드 스테이션>에 이어 2주차에는 배팅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미래인들의 생존 게임을 보여주는 ‘삼보크리에이티브’의 <블랙>과 4D로 나타난 가상의 여자친구를 사이에 둔 친구들의 이야기인 WAVE의 <이방인들>이, 3주차에는 지구 최대의 혹한 지역 남극에서 냉동인간을 찾는 남극탐사대의 이야기를 담아낸 ‘극단 이방인’의 <무허가 남극탐사대> 그리고 ‘드라마팩토리+한걸음’이 SF소설의 고전 <멋진 신세계>를 재창작한 동명의 공연이 무대에 오른다. 4주차 공연은 인구 위기에 맞닥뜨린 한국의 100년 후를 그린 S.F 블랙코미디 ‘극단 동네풍경’의 <기다리는 집ver2.0>, 상상이 현실이 되는 세계를 표현한 ‘창작집단 꼴’의 <리플리 별>이다. 마지막인 5주차에는 종말에 다다른 지구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룬 ‘창작스튜디오 자전거날다’의 [one 채널]과 메리셸리의 『프랑켄슈타인』 처럼, 발달된 과학기술로 무생물에 생명을 부여하려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극단 행’의 <프로젝트 프랑켄슈타인>이 준비되어 있다.

<人코딩: 인간의 코드화>

F

<2017 SF 연극제>는 다음과 같이 기획의 취지를 밝힌다. ‘SF연극은 과학 문명에 대한 경계와 윤리적 문제를 환기하며 동시대의 담론을 이끄는 소중한 메타포이자 문학적 유산이다. SF는 머나먼 미래를 향한 망상이 아니라 동시대 문명의 가속도에 대한 경고이자 세계를 다른 각도에서 체감하는 철학적 프레임인 것이다. 소극장 혜화당은 SF 연극제라는 새로운 장르 연극 축제를 통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연극인들이 동시대의 문제를 새로운 형식과 관점으로 담아내길 소망한다. 그리하여 낯설고 기괴하며 엉뚱한, 발칙하고 섬뜩한 연극 보기의 즐거움이 축제로 이어지길 바란다.’
인공지능, 기계화, 우주, 생존게임, 4D, 냉동인간, 디스토피아, 인구 위기, 상상, 종말, 무생물… <2017 SF 연극제>가 장착한 아이템들은 가볍지 않다. ‘공상’의 영역에 있는가 하더니 어느새 성큼 우리에게 가까이 온 ‘도래할 미래’를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SF 작품들은 현실 세계를 비판적으로 조망하고, 과학기술의 공과를 되돌아보며, 미래사회의 위기를 미리 경고하는 문명 비판적 통찰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 예술적 입장과 성과를 다져왔다. 물론, SF소설의 원조인 쥘 베른(J. Verne)의 『해저 2만리』 처럼 과학기술의 진보에 대해 낙관적 기대를 표한 작품도 있다. 그러나 유토피아를 상상하는 것만으로 유토피아는 실현되기 어렵다. 나아가는 것들은 때로 조금씩 빗겨나기도 하니까. SF는 그 빗겨난 틈에 대한 발견, 그 틈에 대한 예고다. SF연극제는 우리가 예견하고 준비해야 할 미래를 함께 상상하는 축제다.

S도 F도 아닌

만화 도라에몽의 작가 후지코 후지오는 ‘내게 SF는 Science Fiction이 아니라 조금 신기한(すこし ふしぎ: Sukoshi Fushigi)의 줄임말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사진: (주)문화공감공존 제공]

일시
1월 17일~2월 26일 평일 8·9시, 토 3·4·7·8시, 일 4·5시
※ 1주차 3주차 4주차 월 공연 없음
※ 2주차 5주차 월·화 공연 없음
장소
소극장 혜화당
문의
02-734-7744
독자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