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번출구 연극제
대학로의 봄을 꿈꾸는, 작은 연극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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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일대에서 소규모 연극제가 늘어나고 있다. 열악한 연극생태계 속에서 블랙리스트 시국까지 겹치면서 나 홀로 있기보다는 어떤 형태로든 연대를 택하는 연극인이 많아진 까닭이다. 대체로 공연의 내용이나 콘셉트와 연관되는 주제어를 내세운 연극제가 많은데 이 같은 경향과 달리 좀 튀는 이름이 붙은 연극제가 올 봄 관객을 만난다. ‘1번출구 연극제’가 그 주인공이다.
일면 느슨한 연대처럼 보이지만 제목이 함의하는 바가 작지 않다. 연극을 보러 대학로를 즐겨 찾는 관객들이 제일 먼저 통과하는 관문이 바로 혜화역 1번 출구 아니면 2번 출구다. 연극제가 열리는 공간인 JH아트홀은 혜화역 1번 출구에서 가까운 극장이다. 지리적 특성을 활용해 연극제 이름을 지은 게 분명해 보이는데, 단순한 작명이다 싶으면서도 그 속에 담긴 연극인들의 마음이 읽혀진다. 상업화의 길을 피하진 못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여전히 대학로는 연극이 열리는 공간이라고, 마치 관객에게 말이라도 거는 듯한 느낌이다.
극단 아리랑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연극은 계속 된다
‘1번출구 연극제’에 참가하는 작품은 총 5편이다. 각각의 공연은 공간이 같다는 점 외엔 특별한 공통점은 없다. 사회의 소통과 치유, 희망을 지향하되 각 극단마다 고유의 색깔로 관객과 나누고픈 이야기를 펼쳐낼 예정이다. 그 중에는 진실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불통의 시대를 꼬집는 연극도 있다. 3월1일부터 12일까지 올모스트메인 프로젝트 팀의 <올모스트 메인>, 3월 15일부터 26일까지 극단 아리랑의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3월 29일부터 4월 9일까지 극단 광대모둠의 <이상없다>, 4월 12일부터 23일까지 극단 주다의 <지하실>, 4월 26일부터 5월 7일까지 극단 후암의 <흑백다방 & 자이니치>이 차례로 무대에 오른다.
첫 작품으로 현재 상연 중인 <올모스트 메인>은 존 카리아니의 원작을 바탕으로 김병순이 연출하는 작품이다. 성경선, 심성효, 이봉하, 김아롱, 윤관우, 고훈목, 이태호, 김영경, 김진아, 박진아 등이 출연한다. 이 공연을 제작 중인 올모스트메인 프로젝트 팀은 ‘좋은희곡읽기모임’의 일부 멤버들이 만든 프로젝트 그룹으로, ‘극단 완자무늬’ 출신의 배우 겸 연출가 김병순이 이끌고 있다. <올모스트 메인>은 메인 주 북쪽 오지에 있는 가상의 마을에서 어느 겨울 밤 9쌍의 연인들에게 같은 시각 다른 장소에서 벌어지는 사랑 이야기를 옴니버스 식으로 다룬 연극이다. 오로라가 보이는 이 가상의 마을에서 각양각색의 커플들이 앓고 있는 사랑이야기가 펼쳐진다. 감정에 솔직하지 못해서, 혹은 표현에 서툴러서 얼마나 많은 관계들이 어려움에 처하는지 곱씹어볼 기회를 제공하는 작품이다.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배새암 작가의 희곡을 최민혜가 연출하는 작품이다. 조현숙, 김현준, 전은주, 박영남이 출연한다. 한 가족의 가장이 겪는 이야기를 통해 불통의 시대,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 짚어보는 작품으로, 86년 창단된 유서 깊은 극단 아리랑이 만드는 창작극이다. 막말을 일삼는 정상호 부장은 오늘도 회사까지 찾아온 이혼 직전의 부인 미정과 심하게 다투고는 홧김에 평소에 무시하던 계약직 이수정을 집까지 데려다 준다. 그러던 중 정상호는 이수정의 집에서 뭔가를 목격하게 되는데, 그 후 결국 수정의 집에 묶여 있는 신세가 된다. 그는 수정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하지만 수정은 자꾸 딴소리만 한다. 그야말로 소통이 절박한 상황에서 두 사람 간의 계속되는 불통 상태를 조명한다.
<이상없다>는 최해주의 작, 연출 공연이다. 김나경, 김다솔, 김유정, 김혜진, 서지원, 송길호, 신준혁, 오현채, 이창훈, 이하나, 차승호, 편준의 등이 출연한다. 보통의 관객들은 잘 모르는, 공연이 올라가기 전 이야기를 통해 소통을 이야기하려는 사람들 간 불통의 문제를 짚는다. 배경은 공연 준비로 한창 바쁜 공연장이다. 그런데 무대디자이너의 실수로 작업이 진행되지 못하면서 공연장의 분위기는 냉랭해져 간다. 3일 간의 셋업 기간 중 하루를 허공에 날려버린 공연팀 스태프들의 마음은 바빠지기 시작한다. 소통의 문제에 대한 생각거리를 던지는 것 외에도 공연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엿보는 재미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작품이다. 이 공연은 2010년 창단한 극단 광대모둠이 만든다. <멧밥묵고가소>, <결혼전야> 등 창작극 위주로 활동하는 극단이다.
극단 주다 <지하실>
<지하실>은 박상현 작, 연출의 공연으로, 이소금, 최진호, 박상현, 김수현, 이관영, 박준휘 등이 출연한다. 극한 상황 속 인간의 심리를 짚어보는 이 작품은 마치 공상과학 소설같은 스토리로 진행된다. 어느 날 사람들이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 죽어가다 괴물이 돼 인간을 공격한다. 생존이 위협받는 극한의 상황 속에 지하실이라는 좁은 공간에 갇힌 5명의 인간이 겪게되는 우여곡절을 통해 인간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짚어보는 공연이다.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 가무극 <아브라소>, 한국여성극작가전 등 다양한 공연을 제작하고 기획해온 극단 주다(주다컬쳐)의 작품으로, 극단 주다는 이번 연극제의 주최도 동시에 맡고 있다.
<흑백다방 & 자이니치>는 차현석 작, 연출의 공연이다. 두 작품을 연이어 공연하는데 <흑백다방>에는 김귀선, 박호산, <자이니치>에는 신현종, 이황의, 윤상호, 윤돈선, 공재민 등이 출연한다. 먼저 <흑백다방>은 ‘2014 2인극 페스티벌’ 작품상, 연기상, 희곡상, ‘2015 제2회 서울연극인대상’ 우수작품상, 연기상, ‘2016 한국 국제 2인극 페스티벌’ 베스트 라이터 상, 베스트 연기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두루 인정 받은 연극이다. 다방에서 만난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는 이 작품은 상처를 입은 자와 상처를 가한 자의 조우를 통해 우리 시대의 아픔과 분노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 재일교포를 비하하는 단어인 ‘자이니치’를 제목에 앞세운 연극 <자이니치>는 재일교포를 향한 한국의 입장, 일본 내의 편견과 차별이라는 묵직한 소재를 다루되, 가족애를 통해 재치 있게 풀어낸다. 연극은 다섯 형제 중 둘째의 장례식장에서 시작된다. 죽은 둘째의 유언에 따라 15년 만에 만난 철없는 네 형제는 그간 쌓인 서운함을 극복하지 못하고 급기야 소동까지 벌인다. 둘째의 유골을 아버지 고향 한국에 보내려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오해와 자이니치의 정체성에 대해 묻는 작품이다. 이 두 작품은 자이니치 시리즈 3부작(<자이니치>, <칸사이 주먹>, <칼의 기억 히젠토>)와 <20세기 작가>, <유기견> 등을 선보인 극단 후암이 만든다.
[사진: (주)주다컬쳐 제공]

- 일정
- 3월 1일~5월 7일
- 장소
- 동숭아트센터 꼭두소극장
- 장소
- JH아트홀
- 문의
- 070-4355-0010
※ 상세 일정은 http://blog.naver.com/iamoooo(클릭 시 이동)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