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가족극단 노란리본 <그와 그녀의 옷장>
“내가 있고 싶은 자리에 있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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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되었다. 세월호 3주기를 맞아, 416안산시민연대와 안산문화재단은 세월호를 모티브로 한 연극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총 다섯 작품 중, 4월 연극제의 문을 연 첫작품은 지난 4월 4, 5일 공연한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의 <그와 그녀의 옷장> 이었다.

4월이 되었다. 세월호 3주기를 맞아, 416안산시민연대와 안산문화재단은 세월호를 모티브로 한 연극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총 다섯 작품 중, 4월 연극제의 문을 연 첫작품은 지난 4월 4, 5일 공연한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의 <그와 그녀의 옷장> 이었다.
우리는 세월호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3년 전의 봄을 기억한다. 나는 당시 고잔동에 거주한 지 2년차에 접어드는 대학생이었다. 학교 앞에서 안산의 핫플레이스 중앙동까지 가는 길에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77번 버스를 타거나 택시를 타거나 걸어가거나. 한겨울이나 한여름에는 주로 만원이기 십상인 77번 버스를 탔다. 가끔 사치부릴 땐 기본요금을 내고 택시를 탔다. 하지만 봄과 가을에는 걸어 다니곤 했다. 걷기에 좋은 길이었다. 고잔동의 동민들은 따로 또 같이 그 길을 함께 걸었다.
그러니까 그 길을 함께 걷던 친구들이었을 거다. 나와 함께 중앙동에 내려 택시 승강장 앞 타꼬야끼를 사먹고. 부른 배를 꺼뜨리려 노래방에 가고. 옷가게에 들러 가지고 싶은 열 벌 중 딱 한 벌 골라 사고 깔깔거리며 집으로 돌아가던, 매일을 함께하던 아이들이었을 거다.
그래서 나는 3년 전부터, 어느 계절에도 그 길이 조금 낯설다.
하물며 엄마는 어떨까.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은 단원고등학교 친구들의 엄마들이 배우로 나섰다. 연극을 시작하기에 앞서 연출이 한마디 당부한다. “이 공연엔 엄마들밖에 없습니다. 남자 배역도 엄마가 합니다. 그러니까 남자인 것처럼 연기하거든, 남자겠거니 하고 봐주세요.”
엄마들은 엄마도 되고, 아빠도 된다. 아들도 되고 친구도 된다. 엄마 순심은 막내 수일이를 배웅하고, 아빠 호남은 순심과 수일이를 위해 한자리 남은 경비직을 사수한다. 오랜 친구인 옆동 경비 영광이를 저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호남은 마침내 경비복을 쟁취한다. 하지만 경비실에 앉아 혼자 도시락을 까먹고 있자니, 호남은 마음 한구석이 쓸쓸해진다. 어제까지만 해도 옆자리엔 분리수거왕 영광이가 함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호남은 옷장 속 숱한 작업복들 사이에서 청카바 하나를 발견한다.
청카바를 입은 순간, 호남은 청춘으로 돌아간다. 순심이와 썸을 타고 영광이와 꿈을 좇던 시절. 꿈이 있어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싸울 줄 알던 시절로.
그 시절을 따라가다 보니, 더 이상 엄마들이 엄마들로 보이지 않는다. 무대 위의 저들은 그저 순심이고, 수일이고, 호남이고, 영광이고, 관리실장이고, 용심이고 순애 씨다.
맨 처음 무대 위에 등장하는 인물은 엄마 순심이다. 순심은 취직한 막내 수일을 배웅한 뒤 자신의 일터인 식당의 파업현장에 나가고, 동료 엄마들과 자식 얘기 삼매경에 빠진다. 그리고 파업을 저지하기 위해 용역깡패로 나타난 수일이를 붙잡고 “집에 가자.” 말한다.
‘아들과 남편을 배웅하고 식당에 나가는 것’이 순심의 일상이지만, 자식에게 집에 가자고 건네는 한마디는 그녀에게 일상적이지 못하다. 하지만 엄마들은 울지 않는다.
울지 않고 웃는다. 웃긴다. 웃게 만든다. 수줍은 듯, 할 거 다 한다. 뻔뻔하고 능청스럽게.
아들 수일이는 순심에게 혼난 뒤 용역일 대신 노조조합원에 들어간다. 그리고 운명처럼 나타난 이상형, 사랑전자 노조위원장 순애에게 한눈에 반한다. 수일은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순애가 있는 장기투쟁사업장에 나간다. 삶을 위해 투쟁하는 순애와 사랑을 위해 투쟁하는 수일. 그들 앞에 용역깡패로 분해 나타나는 현실은 녹록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싸우고 또 싸운다. 이제는 그것이 일상일지라도. 왜? 사랑하니까.

객석에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연극은 슬펐다. <그와 그녀의 옷장>을 아우르는 명대사는 연극이 끝난 후 들을 수 있었다. 1인다역으로 명연기를 펼친 한 엄마가 말했다. “남편이 다쳐서 병원에 있는데. 혼자서는 밥도 못 먹는데. 나는 여기 와 있어요. 모르겠어요. 내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내가 있고 싶은 자리에 있고 싶어요.”
엄마들과 아빠들, 친구들은 세월호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길 간절히 바라지만… 이제는 어려운 일이 되었다. 손잡고 광화문을 걷거나, 77번 버스를 타고 중앙동에 가거나. 등교하거나 저녁식사를 함께하는 일 같은 것들 모두.
배역은 평범한 주부였고, 무대는 집이었던 엄마들의 일상이 광화문으로 옮겨간 것은 아직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과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였다.
얼마 전 엄마들은 목포에 다녀왔다.
세월호가 인양되었고, 우리는 진실을 밝히기 위한 여정의 진짜 시작점에 서있다. 엄마들은 진실을 밝혀내고, 그것과 마주하고, 부단히 살아내어, 마침내 아이들에게 말 건네고자 한다.
“집에 가자. 우리 이제 집에 가자.”
[사진: 416가족극단 노란리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