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극작가들의 창작 환경과 공공극장의 역할 - 국립극단 ‘작가의 방' 사태를 넘어서>
그들을 위해 마련된 자리에, 그들을 위한 목소린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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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일 6시, 서울 종로에 위치한 좋은공연안내센터 다목적홀에서 ‘젊은 극작가들의 창작 환경과 공공극장의 역할-국립극단 ‘작가의 방' 사태를 넘어서’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부제가 설명하듯, 토론회는 ‘작가의 방’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던 검열논란을 두고 국립극단과 창작자 양쪽 당사자들을 모셔 공개적으로 토론해보고자 기획된 자리였다. 연극평론가 이진아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에는 국립극단 김윤철 예술감독과 정명주 공연기획팀장, 그리고 ‘작가의 방’ 참여했던 구자혜, 김슬기 작가가 참석하였다. 또한 프로젝트 모더레이터로 참여하며 검열 문제를 최초로 제기한 고연옥 작가와, 이번 프로젝트와는 무관하나 지속적으로 검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온 극단 드림플레이의 김재엽 대표가 참석했다. 객석에는 이 문제에 대한 연극계의 관심을 반영하듯, 극작가와 연출가, 배우, 기획자, 평론가 등 다양한 연극인들이 자리해 토론회를 지켜봤다.
본래 2시간으로 예정되었던 토론회는 3시간을 넘겨 마무리되었다. 긴 시간 동안 다양한 화두가 던져졌고,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그중 가장 큰 이목을 끌었던 발언은 아마도 “검열과 관련해 국립극단이 상당한 외압을 받았다”는 김윤철 예술감독의 발언이었을 것이다. 토론회 자리를 빌려 그는 김종덕 전 문화체육부장관으로부터 사퇴압력을 받았으며, 장관과 차관, 문체부 실무자, 심지어 국가정보원 직원을 만나 검열 외압의 부당성을 설파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명주 팀장은 “연극 <조씨고아> 등을 기획하면서 국립극단 직원들이 수많은 경위서를 써야 했다.”고 말을 보탰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미 여러 매체에서 기사화했으니, 참고 부탁드린다.
검열논란으로 인해 마련된 자리인 만큼, 검열은 토론의 내내 줄곧 등장하였다. 김윤철 예술감독과 정명주 팀장은 먼저 검열에 대한 심심한 사과의 말을 전해고, 거기에 아무런 의도도 개입되어 있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더해 논란의 근원이 된 <개구리> 발언이 나오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검열에 대한 국립극단의 기본적 입장에 대해 해명했다. 이에 대해 작가들은 의도가 없었대도 충분히 검열로 작동될 수 있었음을 인지하지 못한 인식에는 문제가 있다며 여전한 유감을 표명했다. 이들의 논쟁이 궁금한 분들은 토론회 전반의 대화를 소개한 기사를 참고하십사 부탁과 양해의 말씀을 올린다. 죄송하지만, 검열에 대해 이 지면에서는 더 길게 복기할 까닭이 없어 보인다.

토론회에서는 검열 이외에 다른 문제도 화두로 등장했다. 작가들은 ‘작가의 방’에 참여하면서 느꼈던 검열 이외의 문제들을 함께 거론하였다. 이에 대해 국립극단이 사건들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서로 간 신경전이 오가는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는데, 그들이 거론한 문제란 작품의 선정과 관계된 것이었다. ‘작가의 방’을 진행하며 국립극단은 일부 작가들의 작품만 선택해 공연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사전에 약속되지 않은 일이었다. 구자혜 작가는 이에 대해 “참가자들이 지양했던 경쟁구도를 도입한 것”이라며 지적했다. 고연옥 작가는 이로 인해 “참여했던 작가들이 승자와 패자로 나뉘게 되었다”고 비판했다. 김윤철 예술감독은 그것이 성급한 시행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로, 한정된 자원으로 운영하다 보니 다른 사업의 예산을 당겨와 연관해 시행하는 과정에서 생긴 문제라고 항변하였다. 이에 대한 반론으로 작가들은 인식과 태도의 문제를 언급했다. 이 문제는 기획자들은 물론 창작자들도 곱씹어 볼만한 문제인 듯싶다.
김슬기 작가는 말했다. “공연기획자는 시혜적 위치에 있지 않으며, 창작자는 프로그램의 도구가 되어야 할 존재도 아니다.” 구자혜 작가는 말했다. “작가들을 대하는 스킨십이 중요한데, 국립극단은 스킨십이 부족했고, 큐레이터십은 부재했다.” 이어진 그들의 이야기를 약언하면 이렇다. 경쟁구도가 도입되면서 기획자와 창작자 사이에 위계가 발생하고, 이러한 역학 관계에서 창작자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권력, 혹은 권위에 굴복하는 검열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특히 젊은 창작자들의 경우 권위주의적 문화와 보수적인 분위기에 길들여지면서 검열을 내면화하기 쉬운데, 그것이 곧 자기검열로 이어지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방편 중 하나로 경쟁체제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아울러 창작자를 육성의 대상으로 보는 인큐베이팅 시스템에 대해서도 재고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물론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조금 더 숙고와 성찰의 시간이 필요할 듯싶다. 토론회 자리에서도 이에 대해서는 질문만 제기되었을 뿐, 해답은 제시되지 않았다.
토론이 검열이라는 시대적 이슈에 집중해 진행된 탓이다. 토론자와 방청객의 질문 대부분이 김윤철 예술감독 개인에게로 쏠렸다. ‘젊은 극작가들의 창작 환경과 공공극장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젊은 극작가들의 창작환경을 개선하고자 기획한 자리였지만, 젊은 극작가들에게 주어진 발언 시간은 길지 못했다. 이 자리에서 마저도 소외되는 젊은 극작가들의 모습은 아이러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