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ETS <프로메테우스>
기꺼이 고통을 함께, 희망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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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ETS의 <프로메테우스>는 국립극장에서 5월 13일부터 2주간 공연, 곧바로 서촌공간 서로로 무대를 옮겨 다시 일주일간 재공연된다. <프로메테우스>는 아이스킬로스의 희곡을 바탕으로 프로메테우스의 이야기를 유지하면서, 제우스에 의해 고통을 겪는 또 다른 인물 이오를 극의 중심에 세운다. 불의 속에 저항하고, 고통 속에 희망하는 프로메테우스와 이오를 통해, 관객들과 권력과 저항, 희망이라는 주제를 나눈다.

프로메테우스와 이오
‘앞으로 내다보는 자’라는 이름의 사나이, 프로메테우스. 그리스신화의 신족으로 티탄의 후예이며, 이아페토스와 클리메네의 아들이다. 동생 에피메테우스(뒤를 돌아보는 자)와 함께 흙과 물로 인간을 빚었다. 동물의 심장에서 취한 선과 악을 인간의 가슴에 담고, 여신 아테나의 숨을 불어 넣어 생명을 부여한다. 정성으로 빚었으니, 지극히 사랑할 수밖에. 그는 인간에게 지혜와 지식을, 그리고 ‘불’을 건넨다. 이것으로 당신들의 시대를 열어라. 그러나 이것이 제우스의 분노를 산다. 제 뜻을 거슬렀다는 이유로, 사슬에 묶어 평생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가혹한 형벌에 처한다.
이오는 강의 신 이나코스의 딸이다. 그러나 가족을 떠나 제우스와 동침하라는 강요를 받는다.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가족 모두를 불사르겠다는 제우스의 협박에 떠밀린 아버지는 딸 이오를 추방한다. 그에 모자라 헤라는 이오를 짐승의 모습으로 바꾸는 저주를 내린다.
프로메테우스는 짐승의 모습으로 돌아다니는 이오를 알아본다. 비참하게 사느니 죽음을 달라고 외치던 이오는 절벽에 묶인 프로메테우스로부터 자신의 후손이 제우스를 몰락시킬 거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렇게 희망은, 이오에게 절망을 짊어질 힘을 전한다. 두 인물은 제우스에 대한 부당한 복종을 거부한다. 그리고 고통을 기꺼이 감내한다. 희망 안에서.

미래를 희망하기
극단 ETS의 연출 김혜리가 프로메테우스를 떠올린 것은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하던 단원고 희생자의 아버지인 김영오 씨를 통해서다. 국가가 사회가 당연히 져야하는 책임을 외면한 채, 피해자들이 고립되어 힘겹게 싸우는 모습을 보았다.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세상 끝 절벽에 묶인 프로메테우스와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하며 농성을 이어가는 단원고 피해자 부모님들의 모습이 교차했다. 길고 외로운 싸움을 힘겹게 이어가는, 그러나 밝혀내야 할 것이 있기에 포기하지 않는 모습은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이어가는 프로메테우스를 떠올리게 했다. 무엇을 위해 고통을 견디는가? 그것은 “보다 나은 미래”라고 연출 김혜리는 말한다.
이오: 내가 당신처럼 될까봐 두려웠나 봐요. 혼자서는 풀지 못 할 사슬에 묶여 포기할지 계속 버텨야할 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싸워야만 하는 그런 절벽위에 혼자 놓이게 될까봐….
이오는 원작에서는 단 한 장면에만 등장하지만, <프로메테우스>에서는 이야기의 중심이다. 제우스에 의해 모든 것을 빼앗기고, 추락하지만 이오는 피해자로서 자신의 삶을 끝내지 않는다. 프로메테우스를 사슬에서 풀어주는 것은 이오의 후손이다. 이오가 고통과 위험을 감내하며, 미래를 희망하면서 새로운 땅을 찾아가지 않았다면, 제우스를 몰아내고 프로메테우스를 풀어줄 이오의 후손도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불의에 저항하는 것 이상으로 피해자를 피해자로 남겨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오를 통해 말하고 있다.

별오름에서 서촌공간 서로로
공연 <프로메테우스>가 기대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일주일 만에 확 작아질 무대 때문이다. 국립극장 별오름 극장과 서촌공간 서로의 무대에서의 <프로메테우스>는 어떻게 다를까? 아직은 여러 방법을 살펴보는 중이지만, 우선 관객과 배우 사이의 거리가 대폭 줄어드는 것만은 분명하다. 무대 공간을 가운데로 하고, 양옆에 관객석을 배치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배우는 기존과 같이 열한 명. 공간은 줄어도 배우는 줄지 않는다. 조명과 영상이 공간을 효율적으로 분할하고, 확장할 것이다. 50여석의 극장, 열한 명의 배우. 연극과 관객은 완전히 밀착될 것이다. 관객은 ‘힘’, ‘폭력’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기도 하는 코러스와 하나가 될 지도 모른다.
<프로메테우스>는 코러스의 기능과 고전 텍스트를 거의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오라는 인물을 부각 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프로메테우스의 대사가 원작과 거의 차이가 없음에도, 현재 우리사회의 이야기와 꼭 닮았다. 이 작품은 우리를 고전이라는 현재 속으로 밀어 넣는다. 더 가까워서 더 진한, 프로메테우스와 이오를 곧 만날 수 있다.
[사진: 극단 ETS 제공]

- 일정
- 6월 3~10일 평일 8시, 주말 3시
- 장소
- 서촌 공간 서로
- 원작
- 아이스킬로스
- 각색·연출
- 김혜리
- 출연
- 강인성, 김동현, 김란희, 김정래, 김정훈, 김지은, 정수연 외
- 문의
- 010-2312-5318, 010-7669-2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