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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동1번지 6기 동인 기획초청공연 ‘세월호2017’

다시 돌아보는 그 날, 그 후

김나볏_공연칼럼니스트
119호 2017.07.06
혜화동1번지 6기 동인(구자혜, 김수정, 백석현, 송경화, 신재훈, 전윤환)이 주최하는 기획초청공연 ‘세월호’ 프로젝트가 어느덧 올해로 3년차를 맞는다. 7월 6일부터 6주간 열리는 이번 프로젝트에는 동인 중 구자혜, 신재훈, 백석현 연출가 외에 극작가 한현주, 고연옥, 윤미현 작가가 초청돼 ...

혜화동1번지 6기 동인(구자혜, 김수정, 백석현, 송경화, 신재훈, 전윤환)이 주최하는 기획초청공연 ‘세월호’ 프로젝트가 어느덧 올해로 3년차를 맞는다. 7월 6일부터 6주간 열리는 이번 프로젝트에는 동인 중 구자혜, 신재훈, 백석현 연출가 외에 극작가 한현주, 고연옥, 윤미현 작가가 초청돼 각각 이연주, 부새롬, 윤한솔 연출가와 팀을 이뤄 공연을 한다. 또한 세월호 유가족 중 어머니들이 모인 극단으로 알려져 있는 416가족극단 노란리본과 김태현 연출가의 신작,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연극인 행동마로니에촛불 운영위원 마두영 연출가의 신작도 만나볼 수 있다.

416가족극단 노란리본 전작 <그와 그녀의 옷장>

당사자들이 전하는 이야기들

어느새 3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2014년 4월16일에 시계가 멈춘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세월호 진상규명을 부르짖은 지 3년차에야 비로소 세월호가 뭍위로 건져졌고 아직도 알고 싶은 것, 궁금한 것들은 세월호라는 이름 안에 어지럽게 뒤엉켜 있다.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의 밝혀지지 않은 진실에 대해 궁금해 하지만 유가족, 그리고 그들을 오랫동안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사람들의 심정에까지는 못 미칠 것이다. 그래서 ‘세월호2017’ 프로젝트는 당사자들에게 먼저 발언할 기회를 주고자 한다. ‘당신들의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정중히 청한다.

김태현 연출가와 마두영 연출가가 이끄는 416가족극단 노란리본과 디렉터그42는 직간접적 당사자의 입장에서 여전히 진행 중인 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희생자, 우리가 해야 할 일 등을 무대 위에서 이야기로 풀어낸다. ‘세월호2017’의 첫 무대를 여는 작품은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의 연극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7월 6~9일)다. 극단 경험과상상 대표인 작가 류성이 쓴 대본을 김태현 연출가가 각색해 무대에 올린다. 2016년 창단된 노란리본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주축을 이루는 극단으로, 창단작 <그와 그녀의 옷장> 이후 전국 투어 공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번에 선보일 공연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는 코믹 소동극으로 꾸며진다. 때로는 감당하기 힘든 상처를 안기기도 하고 때로는 생각지 않게 살아갈 힘을 북돋워주기도 하는 우리 주변의 이웃이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공연이 될 예정이다. 또 일본 작가 가와무라 다케시가 쓴 대본을 바탕으로 마두영 연출가가 무대화하는 <4 Four>(7월 12~16일)에서는 F, O, U, R라는 인물이 등장해 각각 배심원, 법무장관, 교도관, 살인자를 연기한다. 한 범죄를 두고 가상의 법정에서 수많은 기억들이 소환되는 가운데 법은 과연 정의로운가를 성찰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세월호2016 참여작: 여기는 당연히, 극장 <킬링 타임>

작가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월호 이후 3년

이번 ‘세월호2017’에서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3년이라는 시간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한국사회는 많은 변화를 겪었고 사회구성원들의 시선도 전보다는 한층 성숙해졌다. 여전히 생채기는 진하게 남아 있지만 세월호를 다각도에서 바라볼 여지가 조금은 생겼다고 하면 아직은 이른 이야기일까. 어쨌든 참사 직후와는 또 다른 사유의 결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대학로의 베테랑 작가들이 이번 ‘세월호2017’에 대거 참여한 것이 어쩌면 그 사실을 방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번 공연에서는 당사자들의 이야기 외에 참사로부터 지나온 3년의 시간 동안 연극인들이 목도하고 사유한 세월호가 무대 위에 올려질 예정이다. 먼저 차분하고 섬세한 시선으로 사람들 사이 관계맺기를 깊이 있게 통찰해온 작가 한현주는 이연주 연출가와 함께 <유산균과 일진>(7월 6~9일)이라는 작품으로 관객을 만난다. 교통사고 후유증을 견디기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유산균을 먹어야했던 여고생과 하루의 일진을 부적처럼 품으려 했던 한 세월호 유가족의 만남을 그리는 이 작품은 고통을 이해하는 방식과 그 의미에 대해 탐구하며 세월호의 상처가 특정 개인의 것으로 함몰돼야 하는가에 대해 질문한다.

고연옥 작가와 부새롬 연출가의 조우도 관심을 모은다. 이들이 선보일 연극 <검은 입김의 신>(7월 19~23일)은 1980년대 강원도 사북 탄광의 이야기이자 지금, 여기의 세월호 이야기이기도 하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탄광에서 살아가는 광부의 삶과 세월호 유가족들의 삶이 닮은꼴을 이루는 가운데 참사와 재난의 어두운 그림자, 그리고 그 영향 아래 있는 우리의 삶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짚어보는 작품이 될 예정이다.

<할미꽃단란주점 할머니가 메론씨를 준다고 했어요>(8월 3~6일)라는 독특한 제목의 작품은 윤미현 작가가 쓴 대본을 바탕으로 윤한솔 연출가가 연출하는 작품이다. 계모에게 학대 받는 아이들이 망명을 꿈꾸는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정의롭지 못한 국가권력과 이 때문에 사라져버릴 수밖에 없었던 아이들을 떠올리게 한다.

세월호2016 참여작: 극단 신세계 <사랑하는 대한민국> 공연사진

6기 동인의 작품들

축제를 주최하는 혜화동1번지 6기 동인의 작품은 총 세 편이다. 먼저 <우리의 아름다웠던 날들에 관하여>는 백석현 연출가가 구성·연출을 맡았다. 공동창작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이 작품은 놀이, 여행, 축제 등을 통해 개인이 품게 된 아름다운 기억은 한편으론 친구, 가족, 사람들과의 기억이기도 하다는 점을 부각시킬 예정이다. 그리하여 나의 기억들을 우리의 기억으로 톺아보고 확장해나가는 가운데 나와 타자가 유기적 관계에 놓여 있음을 증명해보인다는 계획이다.

구자혜 작가 겸 연출가의 <윤리의 감각>은 ‘여기는 당연히, 극장’의 세월호 가해자 연작에 해당한다. 세월호 가해자들의 말을 재구성한 연극 <킬링 타임>에서 이어지는 작품으로, 이번에는 인생의 긴 시간 동안 가해자로 불렸으나 가해자라는 정체성을 스스로 벗어버리고 자신의 삶을 마무리하려는 가해자를 무대에 호출한다. 그리고 이 가해자를 우리는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성찰한다.

이양구 작가와 신재훈 연출가가 함께 만드는 <비온새 라이브>는 주인공 온새가 고향 마을에 돌아와 ‘비욘세 라이브’라는 라이브 주점을 개업하는 과정에서 겪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업 시작을 준비하던 중 마을에 큰 사고가 나고 애도의 분위기가 가득한 가운데 가게는 개점 휴업할 위기에 처한다. 온새의 고민이 깊어지던 중 아카펠라 공연팀이 찾아와 아카펠라 연습을 시작하면서 가게는 또 다른 국면을 맞는다.

이처럼 이번 축제 작품들은 하나같이 세월호 참사 자체를 넘어서서 이후의 삶에 대해 고민한다. 사회가 상처 입은 자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상처 입은 자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어지는 삶을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지, 또 처벌받지 않은 가해자 문제는 사회적으로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이어간다. 무엇보다도 완성도 있는 공연을 통해 세월호를 오랫동안 기억하고 사유하도록 하겠다는 게 ‘세월호2017’의 가장 큰 목표다. 그 날 이후를 고민하는 성숙한 시선들이 연극에는 어떤 모습으로 담길 지 기대를 모은다.

[사진: 혜화동1번지 6기 동인 제공]

일정
7월 6일~8월 13일
장소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주최주관
혜화동1번지 6기 동인
문의
010-6326-3556, 010-8826-1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