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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코스 <바닷물맛 여행>

몇 번이고 익숙한 공감

허영균_공연예술출판사 1도씨 디렉터
119호 2017.07.06
“아무도 서로를 선택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가족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너무 달랐다. 그래서 지겹도록 싸워야만 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 집단 안에서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과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의 차이를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

-작가의 말

“아무도 서로를 선택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가족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너무 달랐다.
그래서 지겹도록 싸워야만 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 집단 안에서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과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의 차이를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 -작가의 말

한 번 더 가족

또 그런 이야기다. 가난한 그래서 뿔뿔이 흩어지고만 가족. 아버지는 사라져버리고, 어머니는 아이들을 버리고 떠난 이야기. 콩가루? 아니 방파제에 부딪혀 부서진 파도처럼 풍비박산 난 가족 이야기. 그렇지만, 그럼에도. 삶이라는 여행을 시작할 때, 가족이란 관계를 지나쳐버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누군가와 부모와 자녀, 형제와 자매로 얽힌 우리들은 인생이라는 게임판 위 ‘출발’ 칸에 함께 서 있는 말들이니까. 엎치고 뒤치고 순서도 방법도 꼬여버려 엉망이 되어버린 게임을 다시 재개하는 방법은 하나다. 제로 세팅.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말하자면 ‘덤’으로 한 번만 더 해보는 것.

바뀌지 않는 것

<바닷물맛 여행>은 오랜만에 만나는 두 자매가 10년도 전에 헤어진 엄마와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며 언니와 떨어져 살기 시작한 작은 딸이 결혼 소식을 알리기 위해 여행을 제안한다. 큰 딸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곳은 그들이 열두 살, 일곱 살이던 시절, 마지막 가족여행을 왔던 바닷가 근처의 민박집이다. 작은 딸이 언니에게 비밀로 하고 엄마를 불렀고, 세 모녀는 오랜만에 얼굴을 본다. 가뜩이나 다음 날 오디션을 앞두고 예민해져 있는 연극배우 큰 딸은 엄마의 등장에 분노한다. 버리고 떠날 땐 언제고 아무렇지 않은 듯 나타나 당당하게 구는 엄마가 기가 차고, 말도 없이 이런 일을 꾸민 동생에 화도 치민다.
예상대로다. 채 10분이 지나기도 전에 고성이 오간다. 서로에 대한 불만과 서운함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그 모습은 너무 익숙하고 또 한없이 낯설다. 폭발 직전의 기운이 둘째의 결혼 발표로 겨우 휴전 상태를 맞이한다. 둘째의 깜짝 선언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아빠도 여기 함께 있어!’ 20년 전 마지막으로 본 아빠가 전혀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짐 어쩌면 덤

서로가 너무 무거울 때가 있다. 안고 가기가 힘겹고 무거워서 잠깐 내려놓는다는 것이 기한 없이 길어지기도 한다. 내려놓은 사람은 기억하지 못해도 놓인 사람은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그것은 때때로 원망으로 남는다. 중첩된 원망 사이에 기다림은 숨어버리고, 기대는 자취를 감춘다. 그 두터운 시간의 겹을 헤쳐 들어간 하루. 그들은 20년 전 그날, 마지막 가족여행 때의 일을 –20년 간 비밀로 간직하던- 마침내 꺼내어 놓는다.
낡도록 식상한 이야기도 절실한 이에겐 메시지가 된다. ‘이번에는 꼭 될 거야’라든가, ‘걱정 마, 네 잘못이 아니야’ 같은. 알면서도 속고 싶은 말, 효과가 없는 건 알지만 믿고 싶은 말들. 가족의 갈등과 화해에 대한 이야기도 그렇다. 언니와 동생, 엄마와 딸이 무대에 등장하는 순간, 우리는 이미 많은 이야기를 읽어버린다. 하지만 기꺼이 무대 위 그들의 모습을 본다. 부딪히고, 흔들리다 깨지고 결국 나아가는.
극중 큰딸의 오디션 대사는 이강백 작가의 <결혼>이다. 극중의 상황과 작은 딸의 결혼 등, 여러 요소에서 <결혼>은 힌트가 된다. “태어난다는 건 언제나 갑자기죠. 그래서요. 저는 태어날 때 기분이 어땠는지 그걸 모르겠어요. 아무튼 그냥 그렇게 이 세상에 나온 거죠. 그리구 어렸을 때 제 별명이 뭔지 아시겠어요? 덤이에요, 덤 왜 조금 더 주는 거 있잖아요. 그거래요, 제가. 아버진 사랑을 주구 그리고 또 덤으로 저를 주었죠.”
덤처럼, <바닷물맛 여행>은 몇 번이고 느껴도 좋을, 태양을 받아 부드럽게 무르익은 여름 바다처럼 따뜻하고 느릿한 이야기다.

[사진: 키르코스 제공]

일정
7월 7~9일 금 8시, 토 3시6시, 일 3시
장소
대학로 세우아트센터
작
장정아
연출
최호영
출연
조두리, 박희은, 김선, 우윤구
문의
070-4203-77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