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팩토리 & 한걸음 <세 자매>
일상을 살아가는 관객들을 위한 예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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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홉이 환생한다면, 분명 김체홉이나 이체홉일 거야. 아니 채 씨나 최 씨일 수도 있겠지?'라고, 가끔 농담 같은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만큼 극작가 체홉은 항상 눈에 띄어서 학교에서든, 공연장에서든 ‘언제나 상연 중’이라는 느낌입니다. 체홉을 향한 흔한 표현으로는 ‘셰익스피어 이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랑받는 극작가’라는 명예로운 문장이 있으니, 어쩌면 외국 어딘 가에서도 ‘체홉이 환생한다면… 체홉 스미스일 거야…’라고 생각하는 누군가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여름엔 더욱 뜨겁습니다. 대학로에서는 3번째 ‘여름체홉축전’이 열립니다. 실은 조금 호기심이 메말라버린 저는 퍽퍽한 물음들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소개할 <세 자매>는, 2015년 체홉단편선 <체홉 익스프레스>, 2016년 <갈매기>에 이어 ‘여름체홉축전’에 세 번째 참가 중인 김세환 연출의 작품입니다. 그와 인터뷰하지 않았더라면, 여러분께 아무런 이야기도 해드릴 수 없었을 겁니다. 체홉극에 대한 연출의 신뢰와 공경, 애정이 저의 무른 질문 위로 차곡차곡 쌓였습니다.
‘체홉축전’이라면 당연히 <세 자매>는 빠질 수 없는 작품입니다만, 헤아릴 수 없이 공연되었기 때문에 2017년 한국의 <세 자매>는 어떤 작품일지 궁금했습니다. 작품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관해 물으면서, 어떻게와 해석 사이에 ‘새롭게’라는 한 조각 본심을 숨겼습니다. 그것을 알아차리기라도 하듯, 돌아온 대답은 이러했습니다. 매년 체홉 작품을 배우들과 함께 작업한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라고요. 체홉 작품을 준비할 때면 연극 만들기의 가치를 체감할 수 있는데, 체홉의 작품은 잘난 사람만 떠들어대는 연극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체홉 연극에는 소외된 인물이 없습니다. 주변 인물들도 단순히 소비되지 않고, 각자의 입장에 있습니다. 주인공이나 주변 인물이나, 우스꽝스럽고 무의미하게까지 느껴지는 넋두리를 참 진지하게 늘어놓는 것, 사소한 넋두리가 겹겹이 쌓인 삶들을 보여주는 것이 체홉의 작품이며, 그것이 오늘 우리의 일상과 같기에, <세 자매>를 다시 무대에 올리는 거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 <세 자매>는 이러한 특징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올가, 마샤, 이리나는 평범한 인물들이고, 삶에 대한 특별한 의지를 불태우지도 않습니다. 그저 일상을 붙든 채, 다가오는 순간들이 어떤 의미와 파장을 가져올지 예상하지 못하고, 그저 이야기하고 이야기할 뿐. 관객들은 이 세 여인의 일상을 훔쳐본다고 착각하지만, 결국엔 지리멸렬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위해 <세 자매>라는 한 편의 연극이 올려졌다고 느끼도록 하는 것이 이번 공연의 목표입니다. 그러니까 ‘새롭지 않아도 된다, 있는 그대로의 <세 자매>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 제 질문에 대한 연출가의 답변인 셈입니다.

그럼에도 중점을 두는 것은 체홉이 숨겨놓은 깨알 같은 재미를 찾아내는 일입니다. 의미의 무게에 파묻혀 잘 보이지 않던 구석구석의 유머를 찾아, 재미있으면서도 골 때리는 <세 자매>를 보여줄 예정입니다. ‘나는 이렇게 해석했다’는 연출자의 관점이 체홉의 극에서는 무용하다 생각하기에, 연출적으로 별다른 특징이 없는 것이 도리어 특징이 될지 모릅니다. 솔직히 말해, 체홉의 희곡에는 너무 많은 것들이 담겨서, 그것을 보여주고 들려주는 것만으로 벅차다고요. 작품에 대한 연출의 관점과 해석이 원작을 압도할 만큼이 아니라면, 작가의 희곡 세계를 리얼하게 만들어보는 것이 연출의 중요한 과업이라고 생각하는 김세환 연출입니다. 세상의 모든 희곡을 연출의 관점과 철학대로 해체하고, 재구성해버리면 작가들이 최초에 구현해 놓은 세계는 어디에 가서 볼 수 있는 것인가? 라는 태도 아래, 작가의 세계를 존중하고 따라가고자 하는 것이 이번 <세 자매>의 핵심입니다.
김세환 연출은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환상과 기대가 야기한 잘못된 만남을 경험한 적이 있을 거라고 말합니다. 당시에는 진짜라 확신했던 것들이 처절하게 무너졌던 순간들이 반드시 누구나의 인생에 있을 것이라고. 진짜가 가짜로 탄로 나고, 희망이 절망이 되며, 꿈이 현실이, 사랑이 고통이 되는 순간…. 이런 순간들이 파도처럼 우리 삶에 들이닥칠 때,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까요? 어쩌면, 엉터리 희비극처럼 보이는 체홉의 작품이 위대한 것이 이 모든 절망의 순간들을 예언해주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세 자매>가 보여줄 만남과 이별이라는 인생의 통과의례를 맞이하겠습니다. 리얼하게.
[사진: 드라마팩토리 제공]

- 일시
- 8월 3~13일 평일 7시반, 토 4시7시반, 일 4시
- 장소
- 소극장 혜화당
- 원작
- 안톤 체홉
- 연출
- 김세환
- 번역
- 전훈
- 출연
- 정희영, 이지혜, 문동렬, 우지혜, 임호성 외
- 문의
- 010-2526-3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