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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권리장전_국가본색>

국가에 대한 다각도의 질문들

김나볏_공연칼럼니스트
121호 2017.08.03
권리장전이 돌아온다. 권리장전은 지난 해 검열과 블랙리스트 사태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며 연극인들을 중심으로 운영된, 일종의 연극인 권리 선언 프로젝트다. 당시 <2016권리장전_검열각하>라는 이름으로 공연을 넘어 토론회, 릴레이시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금, 여기’의 문제를 공론화하고자 했던 이 뜨거웠던 ...

권리장전이 돌아온다. 권리장전은 지난 해 검열과 블랙리스트 사태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며 연극인들을 중심으로 운영된, 일종의 연극인 권리 선언 프로젝트다. 당시 <2016권리장전_검열각하>라는 이름으로 공연을 넘어 토론회, 릴레이시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금, 여기’의 문제를 공론화하고자 했던 이 뜨거웠던 프로젝트는 22개 연극단체가 총 144일에 걸쳐 릴레이식으로 참여하며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권리장전에 참여한 연극인들이 문화계에서 벌어진 국정농단을 파헤치는 데 구심점 역할을 하는가 하면 참가작 중 <괴벨스 극장(작 오세혁, 연출 이은준)>의 경우 ‘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 선정되기도 했다.

올해에도 역시 21개 극단이 참여해 5개월의 대장정을 시작할 계획이다. 지난해 <2016권리장전_검열각하>가 당면한 현실에 맞서 문화예술인의 권리를 주장하는 권리장전이었다면 올해 진행될 <권리장전2017_국가본색>은 국가가 지니고 있는 다양한 의미를 고찰해보는 정치극 페스티벌이 될 예정이다. 한해가 흐르는 동안 정권이 바뀌면서 사회정치적 환경이 다소 달라진 만큼 날이 서있으면서도 동시에 깊이도 있는 문제의식이 축제에 녹아들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사진작가 이재갑 ‘국가와 폭력’ 강연회(6월 30일)

국가를 생각하다

공연의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초청강연회가 열리기도 했는데 이들 명사의 강연회가 이후 공연을 만들어나갈 참가단체들에 예술창작의 신선한 자극으로 자리매김했을지도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5월부터 7월까지 역사학자 심용환의 ‘국가란 무엇인가’, 사진작가 이재갑의 ‘국가와 폭력’, 평화활동가 구수정의 ‘새로운 나라, 과거에 묻는다’ 등 총 3개의 강연이 진행됐다. 이들 강연회와 공연 등을 통해 올해 권리장전이 던지는 질문들을 대강 요약 정리해보면 이렇다. 국가는 정치권력의 생성으로 말미암아 그 형태와 속성이 변하기 일쑤인데 이 변모된 형태와 속성이 국민에게 그간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 그리고 국민은 이에 어떤 방식으로 반응했는지, 이와 같은 국가의 영향력 행사는 과연 정당한 것인지 등이다.

이같은 논의를 거친 <권리장전2017_국가본색>은 정치극 페스티벌을 표방하며 국가와 사회에 대한 질문을 이어갈 예정이다. 정치극에 대해 주최 측은 ‘광장을 지향하는 사회 참여형 연극, 무대가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 극장이 아닌 광장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권리장전2017_국가본색>은 개인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세상’, 그리고 지금까지 쌓인 ‘역사’ 등이 각각의 작품 속에 녹아내리는 축제를 목표로 삼고 있다.

신진 연극인들의 자발적 참여로 만들어지는 권리장전

지난해와 비교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신진 연극인들이 축제에 대거 참여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검열각하’의 경우 대부분의 참여단체가 발기인을 중심으로 동시대 연극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연극인들로 이뤄졌다. 올해 ‘국가본색’은 권리장전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보다 많은 연극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했다. 자율성을 바탕으로 하면서 신생 극단과 신진연극인들의 참여가 대폭 늘었는데 이들을 통해 연극과 사회를 대하는 참신한 시각을 엿볼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씨어터백 <문신>

<권리장전2017_국가본색>의 문을 열 첫 번째 작품은 씨어터백의 <문신>(8월9~13일)이다. 독일 작가 데아 로어가 1992년에 쓴 동명의 작품을 토대로 하는 이 연극은 가족이란 이름 때문에 은폐되고 밀폐된 근친강간 사건을 통해 침묵으로 밀봉된 폭력성, 그리고 함구와 방종에 의한 또 다른 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아낼 예정이다. 이 가족의 모습은 한 가정의 비극적 상황을 넘어서서 국가권력이 국민에게 가하는 폭력과 더불어 그 사실을 알면서도 방종하거나 사실에 대해 함구하기를 암묵적으로 강요함으로써 빚어지는 또 다른 폭력을 연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이어질 8월 공연들로는 <벽 위에 사는 남자>(8월16~20일), <영웅 말고는 대처할 게 없다>(8월23~27일), <통(TOng)! 불통!>(8월30일~9월3일) 등이 있다. 예술집단 페테의 작품 <벽 위에 사는 남자>는 이오네스코의 <왕은 죽어가다>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죽음 직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현실을 직시하게 되는 국왕 베랑제의 이야기를 담는다. 극단 숨다의 작품 <영웅말고는 대처할 게 없다>는 아리스토파네스의 <리시스트라테>를 우리사회의 현실에 맞게 현대적으로 각색한 연극으로, 여성집단 ‘페미니걸’을 통해 남자들의 가부장적인 행동과 남성 중심으로 돌아가는 삶에 대한 비판을 담아낼 예정이다. 프로젝트 TOng의 <통(TOng)!불통!>은 역사에서 사도세자와 노론 사이의 불통 문제를 끄집어내며 소통을 시도하지만 끊임없이 불통하는 정치의 문제를 파헤친다.

[사진: <권리장전2017_국가본색> 사무국 제공]

일정
8월 9일~12월 31일
장소
대학로 연우소극장 및 야외 공간
문의
project.for.right@gmail.com
후원
tumblbug.com/projectforright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