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아트센터 <20세기 건담기建談記>
20세기로부터의 요로시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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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작가 겸 연출가 성기웅의 반가운 신작 <20세기 건담기建談記>. 제목에서부터 뚝뚝 묻어나는 성기웅의 향기! 두산연강예술상 수상자를 위한 무대인 이번 공연은 9월 5일부터 30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 111에서 선보여진다. <소설가 구보씨의 1일>, <깃븐우리절믄날>, <소설가 구보씨와 경성사람들>등 이전 작품처럼, 구보 박태원과 시인 이상을 다룬 <20세기 건담기建談記>는 지난 10년 간, 성기웅이 탐구해온 1930년대와 그 시절을 살아가는 예술가, 문인들의 이야기다.

‘건담(建談)’이란 하(何)오?
이상스러운 제목 건담기(建談記)는 구보 박태원과 시인 이상이 자신들을 건담가(健談家, 말로 많이 떠들어대는 사람)임을 자처하며 재미난 입담으로 주변 문학인들을 웃기고 다녔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1936년, 경성. 젊은 20대 예술가였던 소설가 박태원과 김유정, 시인 이상, 화가 구본웅의 행적이 다양한 ‘말하기 쇼’로 펼쳐진다. 사용되는 말씨도 다양하다. 옛 서울 사투리, 일본어, 영어, 에스페란토 등이 봄날 꽃밭을 오가는 꿀벌처럼 바쁘다.
1936년 초, 소설가 구보 박태원과 그의 절친한 친구 시인 이상이 마이크 앞에 서서 새로운 4차원 라디오 기술을 통해 21세기 미래의 청중들에게 발신하는 '건담'(建談)을 시작하겠노라 선언한다. 이들의 유희에 소설가 김유정, 화가 구본웅 등이 가세한다. 그러나 그들이 꿈꾸는 이상(理想)에 비해 조선의 현실은 초라할 뿐. 가난과 질병, 실연 등에 괴로워하던 김유정은 시골로 요양을 떠나고, 이상은 경성을 떠나 일본 동경으로 향한다.
은근하고 정감어린 서울의 옛말씨
옛날 옛날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까지 가지 않아도, 왕십리 채소 장사꾼과 마포 새우젓 장사꾼의 말본새가 다르던 시절이 있었더랬다. 전라도나 경상도 방언처럼 억양이 강하지 않고, 현대 표준어와 큰 차이는 없지만 분명 ‘서울 토박이 말’이 있었다고 하니 그것을 ‘경알이’라 한다고. 구보 박태원과 염상섭의 작품에 경알이가 특히 잘 담겨 있다고 하는데, 특유의 정감과 은근한 미감이 있는 그 말맛을 <20세기 건담기建談記>에서 살려낸다.
서울 사투리의 예로는 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옥희 말투가 있다. 1950~60년대 영화배우들의 대사법이기도 하면서, 흔히 ‘연극(기) 톤’이라 불리는 어색한 말투는, 당시 서울말과 외국 문학의 번역투가 합쳐져 굳어져 형성된 것이 아니겠느냐는 것이 성기웅 극작가의 생각이다.
성기웅은 <20세기 건담기建談記>를 통해, 묘하게 왜곡된 ‘연극 조’에서 탈피한, 자연스럽고 정감어린 서울말을 무대 언어로 세운다. 또한, 고증에 근거하여 각 인물들마다의 말버릇, 특유의 어휘 등도 섬세하게 살려냈다. 이 역시 관극의 묘.

귀를 열면, 더 잘 보이는 연극
‘말과 글’은 점차 낡은 재료가 되는 것 같다. 영상, 이미지, 움직임 등 시각적인 요소를 내세운 연극이 늘어가는 요즘, 도리어 말의 향연을 보여줄 <20세기 건담기建談記>에 신선한 기대를 품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성기웅이 1930년대에 대한 탐험을 시작하던 10년 전에도, 연극에서 ‘말’이 가졌던 지위는 서서히 힘을 잃고 있었다. 연극이 말에 갇히면 상투적이고, 지루하다는 평가도 많았다. 그가 생각하기에, 말 자체가 아니라 관습화된 말하기 방식이 문제였다. 일상과 격리된 무대 위의 말하기는 재미없는 것이 사실이니까. 그럼에도, 말을 경시하지 않고, 재미있는 말을 찾아 연극 만들기를 지속해 왔다.
‘말과 언어’의 이해를 돕기 위해 시각적 보충 자료를 풍부하게 사용하던 이전의 작품들과 달리, ‘말하기 쇼’이자 ‘라디오극’이라는 형식적 틀을 갖춘 <20세기 건담기建談記>는 최소한의 자막만을 영상으로 제공한다. 보이는 것이 많아질수록 관객의 상상을 해치게 된다는 생각에서다. 한밤 중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음성을 들으며, 상념에 빠지는 순간처럼, 고요하고도 풍부한 시간을 관객과 공유할 예정이다.
실제 인물들이 다뤘던 악기들을 각 배우들이 연주하게 되는데, 음악감독 이자람의 지도 아래 김유정은 하모니카를, 박태원은 바이올린과 트럼펫, 우크렐레를, 화가 구본웅은 아코디언을 연주하게 된다.
여전히 매혹적인 시간, 1936년
1933년, 1935년 그리고 1936년. 성기웅 극작가는 꾸준히 1930년대를 다뤄왔다. 이 시기가 그의 작업에 지속적인 화수분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생각하기에, 1936년 경성 시가지 계획으로 형성된 오늘날의 서울은, 우리가 사용하는 공간 개념이 형성된 중요한 시기다. 정신적인 면에서도 그렇다. 민방위훈련, 국기에 대한 경례 등 전체주의적인 문화를 경험하고, 일본어로 중역한 책을 통해 전달된 지식을 양분 삼아 성장한 20세기 소년에게 1930년대는 어떤 보고(寶庫). 초반과 중반, 후반의 분위기와 상황이 크게 다른 것 또한 이 시대를 계속 들여다보게 하는 특징이다. 30년대 전반을 다룬 이전 작품에서는 모던의 허영, 모던 보이, 모던 걸의 연애관계 등 사적인 이야기에 치중했다면, 1936년을 배경으로 하는 <20세기 건담기建談記>는 중일전쟁이나, 세계대전의 맹아가 도사리고 있던 시기의 정치적 분위기를 자연스레 담고 있다.
이듬해 터지는 중일전쟁, 이어지는 세계2차대전. 전 세계가 요동치며 뒤섞이기 일보직전이던 그 해. 예술과 생활, 현실과 미래를 고민하는 그 시대 젊은 예술가들을 통해, 우리의 안부를 물어오는 <20세기 건담기建談記>다. 민나상, 20세기에서 기다립니다. 이랏샤이마세.
[사진: 두산아트센터 제공]

- 일시
- 9월 5~30일 평일 8시, 토 3시7시, 일 4시(월 쉼)
- 장소
- 두산아트센터 Space111
- 작/연출
- 성기웅
- 출연
- 이윤재, 이명행, 안병식, 백종승, 김범진
- 문의
- 02-708-5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