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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산울림 <이방인>

이방인, 가담하다

허영균_공연예술출판사 1도씨 디렉터
123호 2017.09.07
극단 산울림이 3년만의 신작으로 알베르트 카뮈 원작의 <이방인>을 선보인다. 1942년 발표된 소설 <이방인>은 발표 이후로 지금까지, 소설로서뿐만 아니라, 한 편의 철학서로서도 인기가 식지 않은 화제작이다. 그 중심에는 카뮈가 만들어낸 독특한 한 사람, 주인공 ‘뫼르소’가 있다. ‘뫼르소’라는 이름은 살인...

극단 산울림이 3년만의 신작으로 알베르트 카뮈 원작의 <이방인>을 선보인다. 1942년 발표된 소설 <이방인>은 발표 이후로 지금까지, 소설로서뿐만 아니라, 한 편의 철학서로서도 인기가 식지 않은 화제작이다. 그 중심에는 카뮈가 만들어낸 독특한 한 사람, 주인공 ‘뫼르소’가 있다. ‘뫼르소’라는 이름은 살인(meutre)과 태양(soleil)을 조합한 것이다. 살인과 태양. 언뜻 연관 없어 보이는 이 두 단어는, 그 둘 사이의 거리만큼이나 먼 방향으로 뫼르소의 삶을 옮겨 놓는다.

이방인의 이방인들

프랑스 알제의 선박 중개 사무소에서 일하는 청년 뫼르소는 양로원에 계신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돌아온 후, 전 직장 동료인 ‘마리’를 만나 해수욕을 즐기고, 코미디 영화를 보며 데이트를 한다. 아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같은 아파트에 사는 몇몇 이웃들은 기억하고 있는데, 피부병에 걸려 털이 다 빠져버린 늙은 개와 함께 사는 ‘살라모’, 창고 일을 하는 동년배 술꾼 ‘레이몽’ 등이다. 변심한 아랍인 애인에게 복수할 기회를 노리는 레이몽의 부탁으로, 애인에게 거짓으로 보낼 편지를 써준 것을 계기로 레이몽과 뫼르소는 친구가 된다.
얼마 후, 뫼르소와 마리는 레이몽의 친구네 별장이 있는 해변으로 놀러 가고, 그곳에서 그들을 쫓아온 아랍인들과 마주친다. 레이몽과 아랍인들과의 한바탕 소동 이후, 레이몽의 권총을 지니게 된 뫼르소는 홀로 산책하던 중, 좀 전에 레이몽에게 칼을 휘두른 아랍인을 다시 마주친다. 그리고 그에게 방아쇠를 당긴다. 한낮의 태양 아래서.

사건들

<이방인>의 첫 문장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는 소설 <설국>의 첫 문장만큼이나 유명하다. 노쇠한 부모를 양로원에 모시는 것이 당시 프랑스로서도 탐탁지 않은 일인지, 그의 어머니가 양로원에 있었다는 것, 뫼르소가 잘 찾아오지 않았다는 것, 장례식에 와서도 눈물 한번 흘리지 않고, 어머니의 관 앞에서 밀크 커피를 마시더라는 것 등이 연쇄적으로 합쳐져, 뫼르소를 ‘파렴치하고 감정 없는 인간’으로 만들어 간다.
후에 그가 아랍인을 살해한 일로 법정에 서게 되었을 때, 사건의 증언자로 나서게 된 이들은 대부분 양로원에서 보낸 짧은 하룻밤 동안, 스쳐가듯 만난 사람들이다. 마리, 레이몽, 살라모처럼, 상대적으로 뫼르소와 관계 있던 이들은 (사건과 관계없는) 사회의 도덕적 잣대 밑에서 증언자로서의 힘을 잃는다.

당사자/들

연극 <이방인>은 절반의 대화와 절반의 독백으로 이뤄진다. 절반의 독백에는 마치, 직전에 있었던 일을 곧장 종이에 옮겨 적을 때처럼 생생한, 상황과 감정이 담겨있다. 뫼르소의 독백 속에서 겪은 자와 그것을 보는 자는 마치 잘 분리된 하나의 영혼처럼, 서로를 관찰하거나 기록한다. 프랑스어에는 단순과거와 복합과거가 있다고 한다. 프랑스어를 알지 못하는 관계로 거칠게 말하자면, 단순과거는 우리 식의 문어체에 가깝고, 복합과거는 구어체에 가깝다. 이미 현재와 관계가 없는 일엔 단순과거를 쓰지만, 회화에서는 복합과거만 사용한다. 일반적인 소설이 단순과거로 쓰인 것과 달리, <이방인>이 이와 같은 문체를 사용한 것이 그 자체로 큰 충격이었다고 전해진다.
대사와 독백이 교차하는 연극 <이방인>은 이런 원작의 특징을 효과적으로 살려낸다. 뫼르소는 사건의 당사자면서 동시에 기록자다. 독백 속에서, 뫼르소는 마치 자신이 지금껏 살아온 대로, 자신을 자신에게서 격리해 바라보는 듯 하다. 마침내, 그가 사형을 선고 받아 독방에 갇혔을 때, 그의 삶은 온통 관찰로 가득 차게 된다.

뫼르소, 가담하다

카뮈는 그의 다른 작품인 <시지프 신화>에서와 마찬가지로, 부조리에 대한 자신의 철학적 사유를 <이방인>에 담고 있다. 철학에서, 부조리란 인간의 내재적 가치, 삶의 가치를 찾으려는 노력과 아무것도 찾지 못하는 (침묵하는 세계) 사이의 갈등을 의미한다. 뫼르소는 이러한 부조리 혹은 갈등에서 동떨어진 인물이었으나, 어머니의 장례식을 계기로 부조리의 세계에 가담하게 된다.
애인 마리의 결혼하자는 말에, ‘네가 원하면 그러자’고 한다던가, 편지를 써달라는 레이몽의 부탁에 ‘내가 할 수 있다면 그래’라고 답하는 뫼르소는 타인의 행복에, 복수에, 좌절에 쉽게도 가담한다. 오직 자신의 일만을 제외하고. 이 일련의 선택들은 무(無)갈등의 세계에서 갈등의 세계로, 현실에서 부조리로, 겪는 자에서 관찰자로 그의 위치를 옮긴다. 살인과 태양처럼, 불연(不蓮)이 접합하는 자리에 뫼르소의 삶도, 그리고 인간의 삶도 있다. 연극 <이방인>을 통해, 삶과 인간을 깊이 관찰하게 되길 기대한다.

[사진: 극단 산울림 제공]

일시
9월 5~10월 1일 평일 8시, 주말 3시 (월 쉼)
장소
소극장 산울림
원작
알베르 카뮈
번역/각색/연출
임수현
출연
전박찬, 박상종, 승의열, 박윤석, 김효중, 박하영, 이세준
문의
02-334-5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