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움직임연구소 <관속에 갇혀 매장당하는 6인의 이야기>
갇혀버린 사람들, 갇혀버린 이야기
Ctrl + V, 붙여넣기해서 사용하세요
<보이첵>, <휴먼코메디>, <굴레방다리의 소극>, <하녀들>, <카프카의 소송> 등 굵직한 대표작을 지닌 관록의 극단 사다리움직임연구소가 올 가을 신작을 올린다. <관속에 갇혀 매장당하는 6인의 이야기(이하 관매육)>라는 긴 제목의 연극이다. 사실 사다리움직임연구소는 그간 명작을 각색해 무대화한 경우가 많았다. 기승전결이 뚜렷한 이야기보다는 움직임의 건축적 심상에 집중해 새로운 몸짓을 창작해 내는 데 더욱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모처럼 대본부터 공연까지 100% 공동창작했다. 연출가와 배우들이 함께 모여 만들어내고 싶었던 이야기란 다름 아닌 촛불정국에 즈음해 갈무리된 우리 사회의 이야기다.
물론 이야기에만 집중한 것은 아니다. 사실적인 무대를 구현하기보다는 오브제를 중심으로 역동적인 움직임과 공간을 창조해내는 사다리움직임연구소 특유의 색깔은 그대로 가져간다. 내년이면 어느덧 20주년을 맞는 중견극단이 사회를 바라보는 진중한 시각을 무르익은 몸짓에 어떤 식으로 담아낼지 자못 궁금해진다. 특히 그간 아껴왔던 사회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 이야기들이 이번 무대에선 꽤나 많이 쏟아질 예정이다.

좀 더 센 이야기
“(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카프카의 <소송> 같은 경우에도 소설 텍스트로 들어갔었죠. 그러고 싶었어요. 다른 작품들도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품고 있지만 작년을 지나오면서 ‘좀 소리를 더 내자’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임도완 사다리움직임연구소 대표
연극 <관매육>에선 관 속에 갇힌 여섯 인물이 등장한다. 영문도 모른 채 관 속에 들어가게 된 이들은 국회의원 석명현, 대기업임원 민영화, 영화감독 장석태, 탈북자 류설하, 기자 한지은, 평범한 회사원인 김영수 등이다. 각자 관에 갇힌 이들 손에 잡혀지는 건 오로지 휴대전화기뿐이다. 왜 납치됐는지조차 알 수 없는 가운데 신원을 알 수 없는 인물과 주변 인물들이 이들 각각에게 하나둘 전화를 걸어오면서 이야기는 서서히 풀려나간다. 살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고 이야기들을 통해 그간 감춰진 이들의 민낯만이 서서히 드러난다.
직업도 계급도 다른 이들 사이 유일한 공통점은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사회적 사건에 이리저리 얽혀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자신들의 안위와 이익을 위해 알게 모르게 어떤 사건을 방조하거나 의식적으로 일조한 일이 있다는 점이다. 절대절명의 순간 관 속에 갇힌 채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는 이들의 모습은 결국 인간이란 살기 위해 이리저리 발버둥쳐봐도 결국엔 한 평 남짓한 공간에 묻힐 수밖에 없는 미약한 존재라는 것을 새삼 떠올리게 한다.

권력자들에 의해 ‘디스플레이’ 되는 사람들
“영화 <베리드>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매장’이라는 것 자체가 주는 의미가 있잖아요. 우리나라에 워낙 묻혀버리는 게 많고요. 이야기도 많이 ‘매장’되고. 이 아이디어를 통해서 우리사회가 갇혀 있는 사회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죠. 또 하나는 우리가 권력자들에 의해 종종 ‘디스플레이’ 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쇼윈도에 무언가를 디스플레이하듯, 항상 우리는 정치나 경제의 돈 많은 사람들에 의해 디스플레이 되죠. 그런 의미도 담았습니다.” -임도완 사다리움직임연구소 대표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운명은 무대에서 관이라는 오브제로 생생하게 표현된다. 별다른 사실적 무대 연출은 없지만 관이라는 묵직한 존재 자체가 하나의 응축된 시적언어처럼 강렬하게 다가온다. 이들 관 6개는 조종수 역할을 하는 보이지 않는 스태프에 의해 이리저리 움직이며 자칫 정적으로 흐를 수 있는 무대에 긴장감을 더하는 역할도 한다. 물론 이 중에서도 가장 긴장감을 자아내는 요소는 배우들의 움직임이다. 연습 초기부터 연습실에 관을 놓고 그 안에 배우들이 전화기를 들고 직접 들어가 그 속에서 나올 수 있는 이야기와 움직임을 창조해냈다. 가장 움직이기 힘든 조건을 설정한 채 그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움직임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공연이 만들어진 셈인데 이 같은 제약은 역설적으로 창의적인 움직임을 낳는 계기가 된 듯하다.
관에 갇힌 사람들이라는 설정에서 발생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상징적 의미가 있다. 바로 이들이 모종의 정치적 세력, 권력자들에 의해 하나의 프레임 안에 갇혀있는 존재들이라는 점이다. 이 공연에서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건 그렇지 않건 간에 누구나 힘의 논리에 의해 권력에 의해 ‘디스플레이’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자명한 현실을 이미지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또한 반가운 점은 사회적인 이야기를 무대에 풀되 거칠지 않게, 꼼꼼한 만듦새로 펼쳐내려는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의지가 이번 공연에 여실히 반영돼 있다는 점이다. 가령 조명을 활용할 때도 외부보다는 주로 관 속에 넣는 방식을 활용하는 등 집중력 있게 연극성의 밀도를 높여 나간 <관매육>은 실험성과 사회적 의식 모두를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 사다리움직임연구소 제공]

- 일정
- 9월 21~30일, 평일 8시, 토3시7시, 일3시(월 쉼)
*9.30 3시 1회 - 장소
- 동숭아트센터 꼭두소극장
- 작
- 사다리움직임연구소 공동창작
- 연출
- 임도완
- 출연
- 노은정, 홍승균, 이중현, 장성원, 이호철, 임진주
- 문의
- 주다컬쳐 070-4355-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