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그 <고발자들>
고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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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의 삶이 피해자의 그것보다 오히려 풍요로울 때를. 양심의 목소리를 터트린 사람의 미래가 어두워지는 때를, 바른 길을 선택한 사람의 앞날이 가시밭길인 때를, 이 사회에서는 빈번히 목격할 수 있다. 진실, 빛, 환희, 솔직함, 투명함, 건강함을 바라며 내보인 삶의 용기는, 분노와 불안, 긴장, 공포, 배신감, 자책감, 울화 속으로 미끄러지고, 가혹하고도 험난한 길로 내몰린다. 그럼에도, 내부고발자들은 있었고,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고통스럽게 사회를 정화시켜왔다. 그럼에도 사회로부터의 연대나, 인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극단 그린피그의 <고발자>들은 사건 이후, 쉽게도 잊히곤 했던 내부고발자들이 겪는 고민과 고통의 시간을 따라가 보는 연극이다.
우리는 우리 모두다.
모든 배우들이 모든 인물을 번갈아 연기한다. 다수의 내부고발자와 그들을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을 13명의 배우가 나누어 맡는다. 특정한 인물도, 배역도 없다. 갈등과 충돌이, 연속적으로 교차한다. 그러다 솟구치고 부서진다. 작가이면서 연출을 맡은 박상현의 글쓰기는 이 명백하지만 특정하지 않은 사건의 파편들을 뒤섞어 하나의 질서와 구조를 드러낸다. 거대 비자금관리장부를 발견한 대기업 임원, 목사의 부정축재와 성범죄를 알게 된 교회집사, 혈액관리 부실로 희생자의 발생을 알게 된 적십자사 직원… 처음에는 혼자 고민한다. 그 다음은 믿는 동료와 함께, 혹은 조직 안에서 어떻게든 문제를 바로잡으려 해보지만 역부족이다. 역경을 뚫고 마침내, 용기 내어 조직의 문제를 고발, 폭로하는 사람들. 그러나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이후로 아주 오랫동안, 지쳐 삶을 포기할 때까지 그들의 투쟁은 계속 되어야만 한다.
“말로만 듣던 그 소문, 그 풍문이 갑자기 켜진 화면처럼 내 눈 앞에서 펼쳐졌을 때, 내 심장은 아프도록 뛰었다.”
내부고발자들은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며 영웅이 되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이다. 조직의 책임자들은 사실을 부정하고 고발자들을 음해한다. 동료들은 배신자를 보듯 그들을 멀리하고, 언론은 사실을 비틀고, 이해당사자들로부터 노골적인 압박이 가해지고, 도리어 조직으로부터 고발된다. 결국 그들의 끝은 조직에서의 추방이고, 건강의 상실과 과정의 붕괴다. 이 연극은 묻는다. “그래도 고발자로 나설 것인가?”

참을 수 없는 진실의 가벼움
“나는 내부고발을 한 사람의 삼중고에 주목했다. 처음에는 마음속에서의 갈등, 다음엔 조직 내에서의 낙인, 그리고 사회에서의 오해와 의심……. 이 갈등과 충돌의 세 겹, 다섯 겹은 연극의 구조로서 더 없는 조건이기도 하다.” – 작, 연출 박상현
<고발자들>은 내부고발자들이 겪게 되는 온갖 감정들과 부당하고 부정한 과정들이 육체적 고통으로 발현되는 것을 보여준다. 신음소리, 심장 박동 소리, 비명소리, 웃음, 울부짖음 등. 극이 진행될수록 고발자들의 몸에서는 다양한 증상과 고통이 피어난다.
한 정신과 의사가 말했듯이, 정작 치료받아야 할 사람은 병원에 오지 않고, 상처받은 사람이 오히려 병원을 찾는 것처럼.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할 이들은 삶의 벼랑 끝에 내몰리게 되며, 그들이 고발한 부정의 산은 건재할 뿐이다. 고통으로 일그러져 가는 그들을 보는 것은 관객들을 불편하게, 그리고 아프게 한다. 그러나 그들이 고발한 그 사건, 그리고 그 고발에 힘을 보태주길 호소했던, 그 약하고 힘없는 양심의 목소리는 외면할 때의 우리의 가슴은 어떠했는가? 연극 <고발자들>은 기억하고, 함께 해야 할, 이 사회의 힘없는 영웅들을 우리 앞에 세운다. 그들이 고통으로 가슴을 내리칠 때의 울림이 관객의 양심의 문에 가 닿기를 기대하면서.
[사진: 극단 그린피그 제공]

- 일시
- 9월 22일~10월 15일 평일 8시, 토4시7시, 일·공휴일 4시, 화·10/4(추석) 쉼
- 장소
- 나온씨어터
- 작·연출
- 박상현
- 출연
- 정나진, 최지연, 양동탁, 이동영, 김태훈 외
- 문의
- 02-742-75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