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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신작로 <비평가>

연극, 그리고 삶의 진실에 대한 고찰

김나볏_공연칼럼니스트
127호 2017.11.09
‘당신의 지독한 혹평 때문에 직업을 바꿀 수도 있었다’는 일갈에 ‘평론을 써도 아무도 읽어주지 않으니 나를 과대평가하지 말라’는 대꾸로 맞선다. ‘당신이 좋은 평을 써주기만 하면 많은 사람들이 대가를 지불하려고 할 텐데’라고 비꼬자 ‘아이러니하게도 그 누구도 나한테 뭔가를 제공하려고 하지 않고, 제공한다 해도 절대 돈은 안 준다’고 대꾸한다. 엄격한...

‘당신의 지독한 혹평 때문에 직업을 바꿀 수도 있었다’는 일갈에 ‘평론을 써도 아무도 읽어주지 않으니 나를 과대평가하지 말라’는 대꾸로 맞선다. ‘당신이 좋은 평을 써주기만 하면 많은 사람들이 대가를 지불하려고 할 텐데’라고 비꼬자 ‘아이러니하게도 그 누구도 나한테 뭔가를 제공하려고 하지 않고, 제공한다 해도 절대 돈은 안 준다’고 대꾸한다. 엄격한 기준으로 작품에 서열을 매기며 책꽂이에 배열하는 사람과 그런 그를 아니꼽게 바라보는 또 한 사람이 팽팽하게 맞선 채 한 공간 안에 머물고 있다. 이들을 중심축으로 삼아 극작가 후안 마요르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지독하리만큼 연극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한다. 인물은 단 두 사람, 비평가와 작가다. 서로에 대한 관용은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가운데 극 초반부터 거대한 두 세계가 충돌한다.

두 인물이 지독한 독설을 서로 주고받지만 연극 <비평가>에는 연극계 사람들은 물론이고, 연극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도 웃지 않을 수 없는 유머감각이 유유하게 흐른다. 물론 이 유머감각은 깔깔대는 폭소보다는 ‘피식’ 새어나오는, 일종의 쓴웃음을 자아내는 쪽에 가깝다. 엎치락뒤치락 계속해서 알력다툼을 이어가는 이 두 사람은 마요르가의 능숙한 필력을 바탕으로 각자의 세계를 무대 위에탄탄하게 쌓여가며 점차 대립각을 날카롭게 세운다. 이영석 연출가와 극단 신작로에서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김승언, 이종무 배우가 각각 비평가와 작가로 분해 펼치는 맞대결이 기대를 모은다.

연극하는 마음을 비추다

“번역하신 김재선 선생님이 2인극이 있는데 한 번 읽어보라시며 연출할 의향이 있는지 여쭤보셨어요. 마침 제가 작년부터 연속으로 2인극을 두 편 하고 있던 참이라 주변에서 연결을 시켜줬죠. 대본을 읽어보니 매력이 느껴졌어요. 극에는 연출가가 등장하진 않지만 인물들에서 저의 어떤 모습들이 발견이 되더라고요(웃음). 일차적으로는 제 얘기 같기도 하고, 나아가서는 연극인들의 얘기여서 매력을 느꼈습니다.” -이영석 연출가

작품은 어느 날 밤 작품 초연을 마친 작가가 자신에게 비판적 시선을 견지했던 비평가의 집을 방문하며 시작된다. 말 혹은 단어들로 씨름하는 두 직군의 사람들인 만큼 공연에서도 어마어마한 양의 대사들이 쏟아진다. 이영석 연출가는 비평가 볼로디아의 경우 연극이 품고 있는 모종의 소명혹은 사명 의식을 대변하는 한편 작가 스카르파는 연극하는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칭찬받고 싶은 욕구, 즉 인정욕구에 대해 대변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연극 <비평가>에서 그렇듯, 이 두 가지가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사실은 연극하는 사람들 마음 내면에 있는 두 가지 중요한 축이자 이 극의 묘미라는 게 이 연출가의 설명이다.

연극하는 사람들을 비추는 거울이 될 것이 분명한 이 작품은 비단 연극뿐만 아니라 일반 관객들에게도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어떤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든지 간에 사명감이나 인정욕망과 완전히 무관한 상태로 존재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또 이 작품 속에 삽입되어 있는 스파르카의 극중극이 작품을 연극 이야기로 국한되지 않고 삶의 이야기로 나아가게 하는 데 일조하기도 한다. 볼로디아의 혹평을 받은 스파르카의 이 극중극은 어느 권투선수와 코치, 그리고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연극 <비평가>의 작가 마요르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빗대어 치열한 전쟁 같은 우리네 삶에서도 늘 진짜인 것과 가짜인 것이 있다고 설파하는 듯하다.

2인극으로 비춰보는, 집약된 세계들

“저는 텍스트를 기반으로 해서 쭉 연출을 해온 사람인데 연극은 인물을 해명하는 일이라고 생각을 해왔어요. 무대에서 인물들을 해명하고 그 모습에서 우리의 어떤 모습을 비춘다는 측면이 있는데, 거기서 직접적인 효과를 너무 현란하게 구사하는 쪽보다는 좀 차분하고 또박또박 말을 거는 그런 쪽의 성향을 가진 사람이죠. 그런데 2인극은 두 명이 나오니까 우리가 봐야 할 인생의 여러 모습이 집약이 돼 있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집약돼 있는 인물들을 잘 디자인해서 올릴 경우 그들의 충돌 혹은 그들 사이에서의 소통을 통해 상당히 함축성이 있는 연극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점에서 2인극에 매력을 많이 느끼고 있어요.” -이영석 연출가

이 작품은 연출가와 비평가가 등장하는 데도 배우나 연출가, 심지어 관객까지도 지금, 여기 한 자리에 있는 것과도 같은 효과를 낸다. 연극이라는 것 자체에 대해 총체적으로 아울러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인데, 연극이 종종 인생에 비유된다는 점에서 볼 때 이 작품은 한편으론 총체적인 삶의 모습을 암시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를테면 가족관계나 진정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까지 작품에 녹아 있는데, 그 덕분에 길고 긴 대화 속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관극을 즐길 수 있다. 이 연출가는 이것이 2인극의 묘미라고 말한다. 2인극은 한 사람이 품고 있는 주위의 수많은 관계들과 머릿속의 복잡한 세계관에 대해 집중적으로 상상해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한편, 서로 결이 다른 두 인물을 통해 가치관의 충돌이나 갈등에 대해서도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주지하다시피 무대는 비평가의 집이다. 평생을 보고 읽고 쓰는 데 시간을 보낸 볼로디아의 집은 책상들이 바둑판처럼 붙어 있는 느낌으로 바닥을 처리하고, 주변에는 책들을 최대한 많이 쌓아두는 식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어딘가 갑갑하기도 하지만 연극에 대한 진지함 또한물씬 묻어나는 공간이 될 것으로 짐작되는데 이 같은 설정을 통해 연극, 그리고 삶의 바탕은 다름 아닌 절실함이어야 한다는 점이 은연중에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인물들의 크고 작은 충돌이 큰 흥미를 자아내는 면이 분명히 있지만 이것이 그저 재미에만 그치지 않도록 하는 데도 도움을 주는 공간이다. 연극의 신전과도 같은 이곳에서 공연팀은 겉으로 보기엔 화려하진 않지만 밀도 있는 연극, 인물들의 마음속 뜨거움이 느껴지는 연극을 통해 예술 하는 마음의 뜨거움을 깊이 있게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사진: K아트플래닛 제공]

일시
11월 10~19일 평일 8시, 토 3시7시, 일 3시(월 쉼)
장소
동숭아트센터 동숭소극장
작
후안 마요르가
연출
이영석
출연
김승언, 이종무
문의
02-742-75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