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덕션 코드이엔 <가벼운 스님들>
가벼운 인생을 권하다
Ctrl + V, 붙여넣기해서 사용하세요
...
살다보면 쓸 데 없이 진지해지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별로 중요하지 않거나 애당초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유독 마음에는 크게 다가오는 탓이다. 그럴 땐 가끔씩은 문제로부터 한발 떨어져 바라보는 것도 방법이다. 극장은 그러기에 아주 적절한 장치이자 도구다. 삶의 단면을 압축적으로 담아내곤 하는 연극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연극 <가벼운 스님들>은 심각하고 진지한 표정을 너무 자주 짓는 사람들에게 권할 만한 작품이다. 봉국사라는 한 사찰을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이곳에 살고 있는 비구니들의 모습을 ‘가볍게’ 그려내며 삶의 무거운 짐을 조금은 내려놓으라고 말을 거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제목은 중의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사찰에서 벌어지는 한바탕 소동을 줄거리로 한 이 작품은 일단 내용 자체가 희극적이지만, 등장인물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과 대비되는 지월 스님의 ‘가벼운’ 삶의 태도로 말미암아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작품이다.

이만희 작가의 신작
“이만희 선생님이 불교세계에 관심이 많으시잖아요. 작품 속에 불교적인 것을 많이 녹여내시곤 하는데 이 작품은 불교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작정하시고 가벼운 터치로 써보려고 노력하셨다고 말씀 하셨어요. 가벼운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지월스님으로 상징되는, 집착하지 않고 소유하지 않고 얽매이지 않고 허허롭게 세상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그런 모습들이 드러나고 또 한편으론 굉장히 세속적으로 물들어 있는, 총무 스님으로 대표되는 모습들이 있죠. 인생을 살아가는 데 어떤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가야 하는가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쓰신 것 같고, 최대한 그 점을 살려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용훈 연출가
이 작품을 쓴 이는 <불 좀 꺼 주세요>, <돌아서서 떠나라>, <그것은 목탁 구멍 속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극작가 이만희다. 이번 작품 <가벼운 스님들>은 발표 기준으로 보면 신작이지만 사실 시작은 수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출연배우 중 하나인 연운경 배우가 7년 전 이만희 작가에게 직접 의뢰해 작품을 받아뒀으나 여러 가지 여건상 공연을 올리지 못하다 더 이상 늦출 수 없어 이번에 제작까지 맡았다. 지난해 이만희 작가의 작품 <언덕을 넘어서>를 함께 했었던 최용훈 연출가가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추며 힘을 보탠다.
불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을 주로 써온 이만희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절과 스님(비구니)을 소재로 삼았다. 하지만 <가벼운 스님들>의 경우 종교적 세계관을 깊이 있게 탐구한다기보다는 대중들에게 편하게 말을 거는 듯한 느낌을 풍긴다. 사찰에서 사는 비구니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사실상 세상사는 이야기와 별 다를 바 없는, 그냥 연극이다. 변덕스럽고 강압적인 총무 스님, 총무 눈치를 보며 제대로 반항하지 못하는 우남 스님과 원주 스님, 세속으로 돌아오라고 설득하는 우남스님의 옛 남편, 세상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 차 절에 침입하는 괴한 등의 배역은 일반 사람들에게서 엿볼 수 있는 여러 가지 결을 각각 담당한다. 이 모든 것을 초월한 듯한 지월 스님마저도 전혀 무겁지 않은 태도로 우여곡절을 태연히 넘기며 살아간다. 그 가운데 인생을 살아가면서 닮고 싶은 어떤 태도를 관객들이 만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게 이 작품의 묘미라고 볼 수 있다.

불교 이야기? 세상 사는 이야기!
“불교 이야기라는 편견을 안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그냥 절이라는 것은 한 장소, 소재일 뿐이고 불교의 교리나 불교를 전파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세상의 진짜 진리, 순리대로 살아가는 방법, 같이 어울리며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스스로 자문을 하게 되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교훈을 세게 심어주는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작품을 그냥 따라가다 보면 ‘인생을 살면서 내가 너무 각박하게 살았나, 내가 너무 얽매이며 살았나, 내가 이걸 다 놓고 살 수 있는 방법도 있겠구나’라는 마음의 힐링을 얻을 만한 어떤 포인트를 잡으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최용훈 연출가
뭐니뭐니해도 이 작품의 최대 강점은 믿고 보는 연기다. 가뜩이나 대본 속 충청도 사투리가 해학적 분위기를 더하는데 배우들이 희극적 포인트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절묘하게 살려낸다. 연륜 있는 연운경 배우를 비롯해 강애심, 박현순, 이선주, 최광일 배우까지 수많은 무대에서 검증된 배우들이 합을 맞춘 덕분이다. 사찰이라는 소재에서 비롯되는 어쩔 수 없는 최소한의 무게마저도 배우들의 힘으로 털어내고 가벼운 일상의 이야기로서 관객 만날 채비를 하고 있다.
무대는 소극장인 만큼 사실적이기보다는 상징적으로 절을 표현하는 식으로 꾸민다는 계획이다. 무대 뒷면에 걸릴 절의 배치도가 무대 바닥까지 연결된 가운데 무대에 일부 세트가 세워져 반입체적인 느낌을 자아낼 예정이다. 간결한 장치들만 있는 소극장 무대이기 때문에 배우들의 연기를 더욱 가깝게 보고 느낄 수 있다는 점이 관객들에게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올 듯하다. 한 무대에서 좀처럼 만나보기 힘든 배우들의 명연기로부터 힌트를 얻어 가벼운 태도로 삶을 바라보며 올 한해를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사진: 프로덕션 코드이엔 제공]

- 일시
- 1월 11일~2월 4일 평일 8시, 토3시6시, 일 3시, 월쉼
- 장소
- 대학로 소극장 알과핵
- 작
- 이만희
- 연출
- 최용훈
- 출연
- 연운경, 강애심, 박현순, 이선주, 최광일
- 문의
- 1599-48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