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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뮤지컬관객#WITH_YOU 집회 현장

김진아
135호 2018.03.08
“공연 올린다던 예술가는 어디가고 추악한 성범죄자 무대 위에 서있는가.
피해자는 보호하고 가해자는 처벌하라. 공연계는 각성하라.

“공연 올린다던 예술가는 어디가고 추악한 성범죄자 무대 위에 서있는가. 피해자는 보호하고 가해자는 처벌하라. 공연계는 각성하라. 성범죄자 기용하는 제작사는 필요 없다. 성범죄자는 관객 박수를 받을 자격이 없다. 공연계는 성범죄자 퇴출하라. 성범죄자 무대 위 재활용은 관객이 거부한다. 예술가는 무대 위로 범죄자는 감방으로. 범죄자는 자숙 말고 자수하라. 성폭력은 실수가 아니다. 무대 위로 기어들어올 생각마라. 침묵하고 방관하는 당신들도 마찬가지. 시대정신 희망이라던 연극에서성범죄자 침묵 방관 웬 말이냐. 예술의 근간은 사람이다. 사람을 짓밟는 예술은 없다!”

2018년 2월 25일 오후 3시, 대학로에 연극과 뮤지컬을 사랑하는 관객들이 모여 외쳤다. 디시인사이드 연극뮤지컬갤러리(이하 연뮤갤) 및 SNS를 기반으로 관객들이 ‘연극뮤지컬 관객 #위드유 집회’를 추진, 실행한 것이다.

관객집회를 제안하는 글이 연뮤갤에 처음 올라온 것은 2월 17일, 이명행 배우를 시작으로 이윤택, 오태석 연출 등 공연계 유명 인사들의 가해가 줄줄이 폭로되며 충격이 가중되고 있는 시점이었다. 집회 제안 글에는 ‘총대(오프라인 행사 주도자)’만 생기면 ‘총알(자금)’을 대겠다는 댓글이 여럿 달렸다. 다음 날부터 집회 주최자들이 “공연계#ME_TOO” 트위터 계정을 통해 집회 준비를 주도했다. 수많은 관객이 모금 뿐 아니라, 집회 구호를 공모하고 취재 대응 방침 등을 마련하는 과정에 협조했다. 집회 당일에는 주최 측이나 자유발언자, 일반참가자들 모두 연뮤갤 은어를 쓰거나 인기 공연의 대사를 인용하며 공감대를 확인하고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이 잦았다. 공동 구호의 첫 문장 또한 연극 <더 헬멧>의 대사를 변형한 것이었다. 연극뮤지컬 관객들이 공연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해왔음이 확인되는 광경이었다. 10여 회의 자유발언에서도 공연에 대한 깊은 애정이 여실히 드러났다. 여러 발언자들이 ‘저는 입덕한 지 X년 차로 공연을 사랑하는 한 관객’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리고 그 애정만큼 침통한마음을 토로하며 서로를 위로하고 공연계에 변화를 촉구했다.

집회의 주최 측은 본 집회가 어떤 단체에 의해 주도된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주최 측이 선언한 집회의 목적은 다음 세 가지이다.

첫째, 공연 성폭력 피해자들의 미투 참여를 응원하고 지지하며

둘째, 가해자 비판과 처벌을 촉구하고

셋째, 피해자 보호 및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요구한다.

마로니에 광장의 단차 없는 무대에 나선 자유발언자들은 객석을 떠나지 않고 창작자들을 지키겠다는 선언을 이어나갔다. 한 발언자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메시지를 표방하던 창작자들의 이면에 대한 실망과 분노, 무력감에 괴로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통해 얻은 위로와 행복을 기억한다며,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성범죄 걱정하지 않고 예술 할 수 있게 할 거야!”라고 외쳤다. “연극이 시대의 거울이라는 말은, 여자가 함부로 대해지고, 강자가 약자에게 목줄을 채우고, 범죄자가 고개를 떳떳이 들고 다닐 수 있는 이 시대를 그저 비추고만 있겠다는 뜻이냐”는 성토, “당연한 것들이 당연해질 때까지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자”는 당부도 이어졌다. 또 다른 발언자는 “내가 관객으로 받았던 수많은 감동보다도 당신(피해자)이 훨씬 소중하고 중요하다”며, 예술이라는 명목으로 자행된 폭력을 비판하고 피해자에게 연대 의사를 전했다. 집회 현장 주변부에는 공연계 종사자들이 “공연의 최종창작자 관객 여러분 고맙습니다” 등을 적은 피켓을 들고 감사를 표했다.

연극, 뮤지컬 관객들이 공연 제작 과정의 윤리에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높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성매매 전과가 있는 연예인을 캐스팅한 모 제작사에 항의하는 광고를 위해 천만 원이 넘는 모금이 진행된 적 있으며, 해당 제작사의 공연에 대한 보이콧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이는 특정 배우나 제작사만을 향한 공격이 아니라 공연계 전체에 자성을 촉구하는 행위로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연극뮤지컬관객 #위드유 집회’는 2년 전 ‘#OO계_내_성폭력’ 운동부터 최근의 ‘#미투’ 운동으로 사회 각계의 성폭력 고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초로 특정 장르 소비자들이 집회를 결성해 피해자와 연대한 사례로서 의의가 있다. 관객들은 오래 전부터 단순히 공연을 감상하는 위치에 머무르지 않고 건강한 창작환경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주체로서 행동하고 있다. 공연계 종사자들은 ‘누군가의 눈물로 만들어진 작품을 보고 싶지 않다.’는 관객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부새롬

김진아
경계를 건너, 거리를 가로질러 만나는 시간을 짓습니다.
독자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