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신춘문예 단막극전
극장에 봄이 오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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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봄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극장에도 파릇한 새 기운이 퍼져온다. 젊은 극작가들의 등단 작품을 무대에서 볼 수 있는 단막극전이 올해도 어김없이 대학로를 찾아온다.
3월 23일부터 15일간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열리는 ‘제27회 신춘문예 단막극전’에서는 동아일보, 서울신문, 경상일보, 부산일보, 한국일보, 조선일보, 한국극작가협회의 올해 신춘문예 당선작 7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각 작품의 무대화 과정은 한국연극연출가협회에서 선정한 연출가들이 맡을 예정이다.
<가난 포르노> 연습장면
7개의 단막극
경상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인 <춤추며 간다>는 송현진 작가의 작품이다. 1994년생인 송 작가는 떠돌이 엿장수인 아버지, 곁에 없는 남편보다 자신의 사업을 더 의지하는 어머니, 열심히 살고 있지만 다른 삶을 원하는 딸의 이야기를 그린다. 떼어내려 해도 떼어지지 않는 이들 가족의 모습 혹은 인생을 ‘엿’이라는 소재에 비유함으로써 팍팍하고 고단한 삶들에 역설적으로 위로를 건네는 듯한 작품이다.
동아일보 당선작인 <친절한 에이미 선생님의 하루>는 이수진 작가의 작품으로 이은준 연출가가 무대화한다. 이 작품은 어느 고등학교의 작은 교무실을 배경으로 한다. 에이미 선생님이 제일 먼저 출근해서 책상을 닦고, 화분에 물을 주는 등 하루를 준비한다. 이어 같이 근무하는 최 선생, 이 선생, 강 선생이 출근한다. 강 선생은 오늘도 지각이고, 이 선생은 오늘도 자기 일에 분주하다. 에이미 선생님은 옆 선생님들에게 오늘의 할 일을 물어보기도 하고 지각한 아이를 걱정하며 학부모에게 전화도 해보는 등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역할을 해내느라 애를 쓴다. 하지만 자기 생각과 다르게 학부모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아이는 점심시간이 지나고서야 도착해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하자 점점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한다.
부산일보 당선작 <비듬>은 이유진 작가의 작품으로 송미숙이 연출한다. 이 극은 자진해서 혼자 있는 삶을 택한 용식을 주인공으로 한다. 사람을 피해 1년간 칩거하던 용식은 참을 수 없는 비듬의 가려움에 못 이겨 미용실을 찾아온다. 오랜만에 사람과 만나 대화하는 게 무척이나 낯설지만, 미용실에서는 뭐든 이야기해도 괜찮다는 원장의 말과 친절함에 용식은 서서히 마음을 놓는다. 하지만 결혼식을 몇 시간 앞둔 하나의 등장으로 분위기는 위태롭게 반전된다. 혼자 사는 것이 진정한 인생이라며 시작한 용식의 훈계는 급기야 폭력사태로 번진다.
서울신문 당선작 <가난 포르노>는 최고나 작가 작품으로 송갑석 연출가가 연출한다. 쪽방촌 거주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백수인 남자와 여자, 그리고 한 할아버지의 모습을 그려나간다. 백수인 남자는 여자를 만나 사랑의 결실을 맺지만 출산의 압박은 서서히 그들의 목을 조여 온다. 소박해도 행복하게 살겠다는 계획은 서서히 어긋나고, 가난이라는 굴레는 서로에게 상처만을 남겨 준다. 이 와중에 폐지를 주우며 홀로 사는 옆집 노인이 엄청난 재력가라는 소문이 들려온다. 남녀는 노파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재산을 갈취할 계획을 세우지만 점차 계획은 어그러지고 생각지도 않게 양심의 가책마저 느끼게 된다. 이 과정에서 서서히 노인의 비밀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조선일보 당선작 <조용한 세상>은 정재춘 작가 작품으로 홍주영 연출가가 연출한다. 작품은 시내 한 커피숍에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다. 등장인물 조용한, 이부진, 최루나 등은 커피숍에 저마다 제 각각 앉아서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일상의 소소한 풍경처럼 흘러가던 극은 용한이 핸드폰을 드는 순간 화면이 정지되면서 다른 국면을 맞는다. 처음에는 안절부절 못하는 용한과 그런 모습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이 대비된다. 그러나 이윽고 커피숍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전화기 역시 먹통이 됐다가 정상이 됐다가 하면서 일대 혼란에 빠진다.
<마트료시카> 연습장면
한국일보 당선작 <마트료시카>는 이소연 작가 작품으로 김예나 연출가가 무대화한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로 향하는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극의 배경이다. 바이칼 호를 보기 위해 생전 처음 한국을 떠난 윤경은 딸에게 줄 마트료시카를 품에 안고 이르쿠츠크로 향한다. 낯선 언어, 낯선 환경 속에서 70시간이 넘는 시간을 보내게 된 윤경은 열차 안에서 많은 이들을 만나게 된다. 고향을 찾아 나선 고려인 4세 아델리아와 돈을 벌기 위해 러시아에 살던 우즈벡 딜퓨자, 아즈카. 죽은 남편을 떠나 온 나쟈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열차에 몸을 맡긴 채 어딘가를 향해 달려간다.
한국극작가협회 당선작 <냄새가 나>는 이민구 작가 작품으로 심현우 연출가가 연출한다. 커다란 문이 있는 사무실을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갓 계약직으로 입사한 영지가 등장한다. 영지는 문의 건너편을 본 적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소장이 커다란 문의 손잡이를 고치러 사무실로 들어온다. 사정이 있어서 한동안 쉬었다는 소장의 태도가 영지는 묘하게 신경에 거슬린다. 한편 여느 때처럼 사무실을 들린 상사는 영지에게 소장을 잘 지켜보라고 귀띔을 하고, 정직원 전환 이야기까지 꺼낸다. 영지는 뭔가 수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들의 동태를 살핀다.
이상 7개의 다채로운 작품들이 공연 기간 중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1시간 이내의 릴레이 공연으로 오후 3시부터 10시까지 펼쳐진다. 티켓은 모든 공연을 할인된 가격으로 볼 수 있는 패키지 티켓과 개별 관람 티켓 등 두 종류로 운영될 예정이다.
[사진: 한국연극연출가협회 제공]

- 일시
- 3월 23일~4월 8일 *3~9시 연속 공연
- 장소
-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 참여작가
- 송현진, 이수진, 이유진, 최고나, 정재춘, 이소연, 이민구
- 참여연출
- 이정하, 이은준, 송미숙, 송갑석, 홍주영, 김예나, 심현우
- 문의
- tdak_@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