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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예술센터 & 예술무대 산<손 없는 색시>

인형과 함께 떠나는 시와 상징의 세계

김나볏_공연칼럼니스트
138호 2018.04.19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무대에서 처음으로 인형극이 공연된다. 영광스런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 공연은 서울문화재단과 예술무대산이 공동제작하는 <손 없는 색시>다. 이번 공연은 어린이들을 위한 장르라는 편견을 넘어 전 세대를 위한 상징과 은유가 가득한 장르로 성장해온 한국 인형극의 현주소를 제대로 엿볼, 모처럼의 기...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무대에서 처음으로 인형극이 공연된다. 영광스런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 공연은 서울문화재단과 예술무대산이 공동제작하는 <손 없는 색시>다. 이번 공연은 어린이들을 위한 장르라는 편견을 넘어 전 세대를 위한 상징과 은유가 가득한 장르로 성장해온 한국 인형극의 현주소를 제대로 엿볼, 모처럼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형극 <손 없는 색시>는 그동안 전통연희 극작으로 재능을 인정받아온 극작가 경민선이 쓴 대본을 바탕으로 한다. 국악 뮤지컬 <운현궁 로맨스>, 광대놀음극 <아비 찾아 뱅뱅 돌아>, 별주부전을 재해석한 창작판소리 <안이호가 부르는 별주부전 이야기 아니오>, <서른 즈음에 산티아고> 등 다양한 작품을 창작해온 경 작가의 장점은 바로 ‘말 맛’이 살아 있는 대사쓰기다. 오래 전에 이미 써두었다는 이번 대본에서도 작가의 재능은 유감없이 드러난다. 은유와 상징을 가득 담은 채 경쾌하게 흘러가는 짤막한 대사들은 순식간에 다른 시공간으로 빠져들게 하는 힘이 있다.

극의 모티프는 전통적인 설화와 민담에서 따왔다. 기존 설화는 계모의 모함으로 양손이 잘려 쫓겨나고, 우여곡절 끝에 결혼 후 갓난아이와 다시 내쫓긴 색시가 우물에 떨어지는 아이를 잡으려는 순간 양손이 되살아난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경 작가는 손이 스스로 떨어져 나간다는 상상을 덧입혔다. 극에는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슬픔 때문에 늘 자신의 아픈 가슴을 손으로 쓸어내리는 색시가 등장한다. 그런데 어느 날 색시의 손은 더 이상 색시의 아픈 가슴을 만지기 싫다며 스스로 떨어져 나와 떠나 버린다. 극심한 고통에 색시가 목을 매는 순간 태중의 아이가 태어난다. 하지만 어미의 슬픔을 품고 태어난 갓난아이는 노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 색시, 색시의 손, 색시의 늙은 아들이 펼치는 파란만장한 여정을 통해 극은 상처와 불행 이후의 삶을 과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느냐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상처는 아물 수 있을까

“남산예술센터가 한국 공연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상징이 있지 않나 싶어요. 실험적인 연극 작품을 많이 하는 공간으로 성장했죠. 그래서 저희도 여기서 하고 싶었어요. 또 공간 자체도 돌출된 원형무대라 독특하죠. 관객들로부터 둘러싸여 공연을 할 수 있어 이번 공연과 잘 맞을 것 같았습니다. 대도구와 세트 등을 가지고 실험해보니 확실히 공간이 저희 표현방식하고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현산 연출가

한 번 떨어져 나간 손은 아무리 다시 붙이려 해도 붙지 않는다. 한 번 입은 상처는 완벽하게 해결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작가의 인식이 읽히는 대목이다. 이 떨어진 손, 상처는 무대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며 개인의 상처, 우리 사회의 상처를 암시하게 된다. 상처의 회복은 노인으로 태어난 아이가 어머니에게서 떨어져 나간 손과 합쳐지면서 비로소 이뤄지게 된다. 결국 회복이란 본래의 상태 그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상처를 인정하고 견뎌냈을 때 선물처럼 주어지는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상징이 가득한 극 중 대사를 이미지적으로 과감하게 해석해 내는 것은 연출과 배우들이다. 가령 거대한 에어바운스로 제작된 땅 역시 손 모양을 하고 있는데, 자세히 보면 조각보들을 이어 기운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 상처 입은 손, 상처 입은 땅에서 배우들은 말과 몸짓으로 아픔을 강렬한 이미지로 풀어낼 예정이다. 이밖에도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는 손을 찾는 것 또한 <손 없는 색시>를 즐기는 하나의 포인트가 될 예정이다.

인형극이지만 대사가 많은 편인데, 등장하는 배우들은 모두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창조자들로 역할한다. 기본적으로 인형을 다루기도 하지만 꽉 짜인 움직임으로 인형을 조작하는 게 아니라 인형들과 함께 연기를 하는 방식으로 등장할 예정이다. 이 같은 콘셉트를 위해 인형 또한 다양한 형태로 제작됐다. 팔 다리까지 모두 갖춘 인형도 등장하지만, 때로는 머리와 뼈대만 갖춘 인형이 등장해 되레 인형을 조작하는 배우에 방점이 찍힐 수 있도록 연출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삶

“인형과 천의 텍스처 같은 부분들에도 상징을 담았어요. 관객들이 공연을 보면서 그런 부분을 찾아가며 재미를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살아가면서 개인적으로 혹은 사회적으로 어쩔 수 없이 주고받게 되는 상처를 우리가 어떻게 대할 것인가도 같이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타임머신을 타지 않는 이상 상처가 회복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상처들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갈 수밖에 없죠. 다들 부족한 존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계속 나아가려 하는 것, 그래서 오히려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조현산 연출가

물론 배우 외에 각양각색으로 등장하는 인형의 모습을 감각적으로 즐기는 것도 추천할 만한 감상법이다. 전통적인 형태의 작은 손 인형부터 천만 뭉쳐 놓은 듯한 느낌의 인형도 등장한다. 조현산 연출가는 “밑도 끝도 없는 게 콘셉트”라며 “만드는 우리가 재미있게 하자. 신화적인 이야기이니 하고 싶은 것들을 자유롭게 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색시의 떨어져 나간 손이 어떻게 표현될지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무대 배경과 인형들은 자연을 연상시키는 편안한 색감으로 꾸며지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의 전통적 색채감을 표방하는 것은 아니다. 시공간에 대해 특정할 수 없도록 자연스러운 색채로 배치했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가 깊이감과 높이감이 탁월한 무대인만큼 장점을 십분 활용할 계획이기도 하다. 무대 뒤쪽으로는 휘장이 드리워지고 무대 위에는 한옥 문의 골조를 한 그리드가 놓여 도르래 역할을 한다. 바닥에는 커다란 나이테를 연상시키는 원형 무늬가 그려져 관객의 집중도를 높일 예정이다.

“인형의 표정은 단 하나뿐이라 인형극을 보는 것은 마치 은유가 장착된 시를 읽는 것과 같다”는 게 조현산 연출가의 생각이다. 능동적인 상상으로 극의 나머지를 채워나가는 것은 오롯이 관객의 몫으로 남아 있는 셈이다. <손 없는 색시>는 인형 속에 숨겨진 진짜 삶의 무게를 저마다 마음속에 가늠해면서 서로의 공감대를 넓혀 가는 시간을 선사하는 공연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 (c)남산예술센터 제공(photo_이강물)]

일시
4월 26일~5월 7일 평일 8시, 주말/공휴일 3시
(4/30 공연 없음, 5/7 3시)
장소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작
경민선
연출
조현산
출연
김양희, 김다영, 최석원, 김상환, 박선민, 박형채
문의
남산예술센터 02-758-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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