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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페미니즘 연극제>

이것은 트랜드가 아니야!

허영균_예술·공연예술출판사 1도씨 디
141호 2018.06.07
여기 또 다른 시작이 있다. 이것이 정확히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다만 물밑에서 물 밖으로, 대안에서 정책으로, 발언에서 행동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 이 시대 가장 역동적인 키워드 ‘페미니즘’이 마침내 연극에 도래한다. 6월 20일부터 7월 29일까지, 한 달을 훌쩍 넘긴 기간조차 진화...

여기 또 다른 시작이 있다. 이것이 정확히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다만 물밑에서 물 밖으로, 대안에서 정책으로, 발언에서 행동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 이 시대 가장 역동적인 키워드 ‘페미니즘’이 마침내 연극에 도래한다. 6월 20일부터 7월 29일까지, 한 달을 훌쩍 넘긴 기간조차 진화와 확장을 위해서는 짧게만 느껴질 듯하다.

들렸어야 하는 목소리

제1회 <페미니즘 연극제>는 기획자 나희경의 내적 동기로 시작되어 드라마투르그 장지영, 디자이너 황가림 3인을 중심으로 작년 12월부터 본격적인 준비가 시작되었다. 여러 작품을 하고 있지만 늘 모두의 목소리가 같을 순 없고, 그럼에도 종종 페미니즘적인 작품을 하고자 하는 작업자를 만나 함께 작업하기도 했다. 하지만 개개의 전투일 뿐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결국 큰 일(?)을 벌이기로 했다고. ‘연극제’를 해야겠다는 처음의 생각으로 돌아갔다.

막 탄생한 페스티벌의 기준은 너그럽다. 연극제가 직접 제시한 조건은 없다. 페미니즘을 광범위하게 설정하고 여성, 성소수자, 교차적인 지점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자기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면 괜찮다는 것이 입장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페미니즘 작품을 하겠다’는 참가팀의 의지다.

의지와는 달리, 배우, 작가, 연출 등 작업자 각기 페미니즘에 대한 입장이나 받아들임의 정도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 온도차를 조율하는 것이 아홉 팀이 각각 거쳐야 할 과정이며, 숙제가 아닐까. 대부분 연습 초반이거나, 아직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되기 전이다. 연극제의 일원들은 ‘평등한 연극제작 환경을 위한 제작 리스트’를 제시할 뿐, 각 팀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팀별로 토론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존중한다.

설렘과 걱정 – 미지의 관객들

정치적인 공격을 걱정하는 것은 <페미니즘 연극제>가 짊어져야 하는 몫인 걸까? 이미 미투운동을 이용했다거나, 연극제 측에서 남긴 글을 캡쳐하여 뒷돈 받았다, 돈 많이 벌겠다는 등의 음해가 있었다. 예매처에 공연 방해 행위 시 퇴장 시킨다는 공지를 하고, 모든 참여팀에게 주의권고를 했다. 페미니즘 해석에 관한 공격도 걱정의 일부다. 주제가 명확한 연극제이기에 기존의 관객이 아닌 새로운 관객을 기대한다. 그들의 반응과 평가에 대해서는 우려도 있지만, <페미니즘 연극제>는 연극으로 답을 내려는 것이 아니므로, 관객들이 던지는 질문들 또한 그들의 자유로 수용할 수밖에.

아홉 편의 작품

개막작은 페미니스트극작가모임 호랑이 기운의 <이번 생에 페미니스트는 글렀어>다. 일종의 다큐멘터리 연극인데, 페미니스트가 되었다고 생각하던 주인공이, 일상에서 겪는 자기 모순적인 상황이 펼쳐진다. 페미니스트로 살기의 고단함과 딜레마를 그려낸다.

하루 차이로 극단 애인이 <조건만남 / 기억이란 사랑보다>를 공연한다. <조건만남>은 장애인 남성과 성매매 여성 주인공인 작품인데, 여성 장애인과 성매매 남성으로 위치를 바꾸어 공연한다. 서로가 서로를 혐오하며 마주하는 미묘한 이야기를 보여줄 예정이다.

미아와 윤혜진 연출이 만나 <무례한 미아의 이동좌담회>를 선보인다. 관객 한 명씩 대학로 일대를 이동하며 관람하는 공연이고, 페미니즘에 입문한다는 느낌으로 기획하는 공연이다.

극단 여기는 당연히, 극장의 <미아리고개예술극장>은 여성 예술가 1인의 주거와 생활이야기다. 공연하는 장소의 이름을 딴 이 작품은 이미 두 번 선보인바 있는데, 그 사이 실제 작품의 주인공이 두 번이나 이사를 하는 등 그간 새롭게 반영된 생활의 변화가 반영될 예정이다.

‘여성의 판단, 여성의 정치는 왜 의심받는가?’라는 문제를 풀어낸 극단 문의 <시골여자>는 여성, 정치, SF다. 가상의 나라를 배경으로 여성 문제를 이야기 하는 작품으로 정진새 작가가 직접 연출한다.

유일한 번역극인 <환희, 물집, 화상>은 프로덕션 IDA+ 극단 기일게의 출품작이다. 20대, 40대, 60대의 세대 차이를 지닌 여성들이 페미니즘에 대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눈다. 가족이 아닌, 세대가 다른 여성들이 등장하는 연극 작품이 드물었다는 점에서 기대하게 한다.

극단 불한당의 <노라이즘>과 창작집단 3355 <이방연애>는 같은 날 공연을 시작한다. 작품 제목으로 힌트를 제공하듯, 입센의 <인형의 집>의 주인공인 노라가 등장한다. 여남 비율이 비슷한 팀이라, 남자 배우들을 모시는 데 애먹었다고 전해진다. <이방연애>는 지난 해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공연했던 1인극을 3인극으로 발전시켰다. 2명의 배우와 1명의 음악가가 등장하여, 퀴어예술가의 매력을 발산한다. 반려자와 함께 살 수 있는 공간에 대해 말하는 주거와 퀴어 문제를 연결한 작품이다.

<아담스 미스 Adam's Miss>는 야외 공연이다. 7월 24일부터 7월 28일, 삼복더위에 마로니에 공연을 무대로 택한 우주급 마인드의 팀은 우주마인드프로젝트다. 경제를 토픽으로 여러 이야기를 해왔던 팀으로 전작으로는 <잡온론>이 있다. 경제이론과 실제 생활을 접목하여, 자본주의의 속도전을 성별문제와 연결하는 여성의 경제 경력과 폭력에 관한 작품이다.

궁금하다, 이 연극제 – 그 이후

2004년 20-30대 젊은 연극인들이 진행한 ‘젠더 크리에이티브 페스티벌’이 있었고, 2009년 ‘오프 대학로 페스티벌’에서는 페미니즘을 주제로 공연했지만 모두 단발성 행사에 그쳤고, 남성중심 서사와 고착화된 젠더 역할 등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문제에 답변하지 않은 채 연극은 계속 나아갔다. 그러나 2017년 미투운동 이후, 연극계 내 위계문제, 성폭력 문제가 마침내 그 고름을 세상 밖으로 터뜨리며 변화의 기점을 맞이한다. 차마 다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추악하고 극악한 사건들이 연극계 내부를 오염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절망과 좌절을, 실망과 배신감을 주었음에도, 한편으로 이 세계의 진화와 희망의 근거를 제시한다. 이 연극제는 그 증거다. 연극제의 실상(?)이 무엇이든, 결과가 어떻게 되든, 나는 제2회 <페미니즘 연극제>를 기다릴 것이다. 들판이 되는 연극을 위해, 숲이 되는 예술을 위해 이들이 말하듯 “페미니즘이 구시대의 유물이 되는 날까지”

[사진: 플레이포라이프 제공]

기간
6월 20일~7월 29일
장소
미아리고개예술극장, 달빛극장, 드림시어터, 대학로 일대(야외)
문의
femi-theatre@naver.com, www.facebook.com/femipl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