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씨어터 <거대 강입자 가속기의 음모>
우주적 스케일의 어떤 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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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으로도 흥미를 자아내는 작품 한 편이 대학로를 찾아온다. 마치 과학연극 같은 제목을 단 연극, <거대 강입자 가속기의 음모>가 올여름 무대에 오른다.

인류 최고의 빅 이벤트라 불리는 강입자 가속기 실험이 극작의 단초로 작용하긴 했지만, 사실 이 연극은 빅뱅 직후의 상태를 재현해 우주 탄생의 비밀을 풀겠다는 과학자들의 꿈과는 전혀 거리가 먼 작품이다. 우주의 근본을 알고자 빛의 속도에 가깝게 양성자를 가속해 충돌시킨다는 것과, 그 과정에서 엄청난 고에너지의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는 것. 강입자 가속기 실험에 대한 작가의 주된 관심사는 아마도 이 대목일 것이다.
대본을 쓴 석지윤 작가는 현대인들의 삶 속 근원적 고뇌를 밝혀내고자 극 중 인물을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붙이면서 멀게만 느껴지는 거대한 우주 대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우주, 즉 인간을 탐구한다. 여기에 극단 몽씨어터를 이끌며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아슬하게 넘나드는 연극을 선보여온 이동선 연출가가 힘을 보탤 예정이다. 이 연출가와 석 작가가 호흡을 맞추는 것은 <하드보일드 멜랑콜리아>, <싸이코패스는 고양이를 죽인다>에 이어 어느덧 이번이 세 번째다.
뜨거우면서도 시원한 블랙코미디

갑남을녀의 삶을 과학, 그 중에서도 거대과학으로 분류되는 실험에 빗대어 표현하는 데서 짐작할 수 있듯 이 극의 관극 포인트는 재기 발랄한 극적 상상력을 어느 정도까지 극대화시키는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극 중 부부로 등장하는 남녀의 이름은 각각 이원자, 고분자다. 주요 인물들의 이름이 이들이 처하게 될 상황을 미리 암시한다. 아주 평온하고 행복해야만 하는 생일날 저녁, 아내 고분자는 남편 이원자에게 이혼을 통보한다. 이후 이혼소식에 어머니가 쓰러졌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그 와중에 고분자의 내연남까지 집에 들이닥치면서 남편은 말 그대로 패닉에 빠진다. 마치 강입자 가속기에 사정없이 내던져진 이원자 입자처럼.
작품은 철저하게 블랙코미디를 표방한다. 석지윤 작가와 이동선 연출가는 전작 <싸이코패스는 고양이를 죽인다>에서도 냉소적이면서도 역설적인 유머 감각을 활용해 세태를 풍자한 바 있다. 작품은 파국을 향해 강제로 충돌시킨 한 소시민의 삶에 대한 전 우주적인 농담이 될 예정이다. 이원자는 스트레스가 쌓이다 못해 ‘온 우주가 나를 죽이려 한다’는 생각에 미치고 이 모든 게 사실 ‘나의 운명’이 아니라 ‘거대 강입자 가속기의 음모’일 수 있다는 엉뚱한 상상으로 빠져든다.
배우들의 캐스팅이 흥미롭다. 우선 남자 주인공은 이화룡 배우가 맡을 예정이다. TV드라마와 연극을 넘나들며 유머 감각을 벼려온 이화룡 배우는 소심한 남자 이원자 역을 맡아 자신의 장기를 십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서 빌리의 아버지로 분했던 최명경 배우가 이번에는 마초 성향을 지닌 사내 역으로 등장해 4차원적인 웃음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김양지 배우가 독특한 정신세계를 지닌 아내 고분자로, 영화와 연극을 오가며 활동 중인 최영도 배우가 어처구니없는 노인 킬러 역을 맡는다. 이들이 석지윤 작가, 이동선 연출가와 함께 호흡을 맞추며 그야말로 어이없는 부조리적 상황, 그러나 마냥 웃으면서 볼 수만은 없는 파국의 세계로 관객을 이끌 예정이다.
[사진: 쇼빌컴퍼니 제공]

- 일시
- 7월 6~15일 평일 8시, 토3시7시, 일 3시, 월 쉼
- 장소
-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 작
- 석지윤
- 연출
- 이동선
- 출연
- 이화룡, 김양지, 최명경, 최영도
- 문의
- 02-744-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