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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극장 혜화당 미스테리 스릴러전

장르 연극의 씨앗을 심다

허영균_예술·공연예술출판사 1도씨 디
143호 2018.07.05
소극장 혜화당은 폐관한 까망소극장을 인수하여 재개관한 극장이다.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역사 있는 소극장들이 문 닫는 모습을 안타까워한 연극인 9명이 연대하여 공동 인수했다.

소극장 혜화당은 폐관한 까망소극장을 인수하여 재개관한 극장이다.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역사 있는 소극장들이 문 닫는 모습을 안타까워한 연극인 9명이 연대하여 공동 인수했다. 이들은 대학로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순수 민간창작공간을 지키자는 공동의 목표로 ‘창작 페스티벌 전용 극장’으로 혜화당의 문을 열었다. 2015년 6월의 일이다. 극단이나 팀 중심의 페스티벌이 아닌, 경계 없는 연극 축제 만들기를 추구하는 혜화당은 연극 상연을 위한 물리적 공간을 넘어, 연극인의 연대와 연극의 지속을 위해 존재하고자 노력한다. 그렇게 ‘단막극 페스티벌’, ‘SF연극제’를 올렸고, 3년째인 올해는 ‘제2회 미스테리 스릴러전’을 개최한다.

장르의 중간 지대

여러 장르를 소비하는 것은 문화 향유의 즐거움이다. 하지만 선택할 수 있는 연극은 결코 다양하지 않다. 대중극은 연애 멜로, 로맨스, 코미디로 한정되어 있고, 공공극장에서는 진지하고, 무거운 작품이 주로 공연된다. 이 양쪽의 거리는 이화동 로터리에서 혜화동 로터리 사이만큼이나 멀다. 그 결과 관객 역시 한정적일 수밖에. 다양하게 소비할 연극이 없으므로, 새로운 관객은 유입되지 않고, 두 개의 다른 층, 다른 생태계가 연극이라는 지붕 아래 각방 살이 중이다. 그 중간의 관객을 만나는 것, 더 많은 장르를 연극으로 만나게 함으로써 새로운 관객을 만나고, 양극의 연극계에 중간 지대를 마련하는 것이 소극장 혜화당이 추구하는 방향이다. 연애물을 제외한 장르 연극의 부재는 SF, 미스터리, 스릴러 등 보다 매니악한 장르를 연극과 만나게 하자는 생각을 낳았고, 그렇게 ‘미스테리 스릴러전’이 탄생했다.

호러와 미스터리 스릴러

이러한 연극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여름이 되면 이른바 ‘호러연극’이 대학로 곳곳에서 눈에 띈다. 모두 그렇진 않겠으나, 많은 작품들이 스토리의 개연성과 무관하게 관객을 놀라게 하는 것에 열을 올린다. 관객은 작품을 즐기기보다는 ‘놀람’이라는 자기 상태를 소비하는데 에너지를 쏟는다. 이러한 호러연극에 아쉬움을 느낀 김세환 연출은 ‘미스테리 스릴러전’을 기획함으로써, 추리 문학의 전통 아래 있는 미스터리와 스릴러를 연극으로 초대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호러와 추리는 내러티브의 개연성과 논리성에 차이가 있다. 흔히 미스터리는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이고, 스릴러는 범인을 이미 아는 상태에서 극적 상황을 그려내는 것이라 한다. 개연성과 인물 배치, 내러티브 등 문학적인 완성도가 탄탄하지 않으면 ‘지성적 쾌감’을 느끼게 할 수 없는 어려운 장르이기도 하다. 추리를 풀어가거나, 추리를 지켜보며 느끼는 지적 쾌감이야말로 호러와 미스터리 혹은 스릴러의 가장 큰 차이일 것이다.

김세환 연출의 대표작인 <몽타주>(2008) 역시 미스터리 스릴러다. 그가 미스터리 스릴러에 매력을 느낀 이유는 이 장르적 특성이 연극의 양식과 잘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제한된 공간, 제한된 인물, 제한된 시간 안에 모든 갈등이 전개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추리물에서 나오는 전형적인 설정과 같다. 밀실에 갇힌 사람들의 과거가 ‘현재’의 공간에서 엉키고, 풀리는 모습은 연극과 아주 닮은 추리 문학의 특징이다.

네 편의 작품, 네 명의 작/연출가

제2회 미스테리 스릴러전은 네 편의 작품을 소개한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네 편의 작품 모두 작가가 연출을(연출이 작가를) 겸하고 있다. 미스터리나 스릴러 장르로 창작된 대본이 거의 없고, 희곡도 많지 않다는 점에서 응모한 대부분의 극단이 ‘창작 대본’을 내놓았다. 연출자가 미스터리와 스릴러의 효과를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레 작품을 주도적으로 집필한 것으로 보인다. 창작 단계부터 연극적 형식에 대한 고민을 동반하기에, 이 네 편의 창작 작품이 미스터리 스릴러의 장르적 쾌감을 극대화할 것이라 기대한다.

창작집단 솔루스의 <요람의 왈츠>(작/연출 김영호)로 페스티벌의 막이 오른다. 작품은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의 폐쇄적인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 소녀의 등장으로 벌어지는 사건을 통해 가족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난다. 배우들의 묵직한 퍼포먼스, 움직임, 그로테스크한 무대미술이 특징이다. 둘째 주(7월 11일~15일)에는 극단의극단의 <가로수 그늘아래 서면>(작/연출 이호웅)이 무대에 오른다. 에드워드 올비의 <동물원 이야기>와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모티브로 하여 써진 2인극으로 개인의 본질적 욕망과 사회적 선, 도덕 간의 화해에 대한 이야기를 스릴러에 담았다. 움직임과 음악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세 번째 주(7월 18일~22일)에는 극단 경험과 상상의 <블라인드 마스크>(작/연출 류성)가 준비되어있다. 밤마다 찾아오는 낯선 남자들의 정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뤘다. 탄탄한 스토리와 반전은 스릴러의 장르적 깊이를 더한다. 마지막 주(7월 25일~29일)에 공연되는 극단 동네풍경의 <독살식구>(작/연출 김규남)는 가장 가까운 ‘가족’ 이라는 존재가 두려움과 혐오의 대상으로 바뀌는 순간의 공포를 스릴러로 추적한다.

새로운 발견과 기대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축제다. 어떤 피드백과 변화가 있었을까. 지난해를 생각해 보면, 추리문학 동호회에서 많은 연락이 왔고, 일부는 패스권을 끊어서 모든 공연을 관람했다. 추리물이라는 매니악한 장르를 연극과 접목하니, 그 장르를 좋아하는 기존의 팬들이 ‘연극’도 보게된 것이다. 축제의 목표 중 하나가 새로운 관객을 만나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일이었다. 연극계 동료나 축제 기획자 분들의 응원도 느껴졌는데, 무엇보다 축제의 진입 장벽이 높지 않았단 점에서 지지를 받았다. 공공기관에서 주관하는 여러 축제 프로그램은 극장 기획팀의 큰 설계 아래서 진행된다. 때문에 축제로의 장벽이 높고, 신생팀들이 개발되고 유입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소극장 혜화당은 새로운 예술가들도 참여할 수 있는 진입장벽이 낮은 축제를 지향한다. 공모를 통해 모집한 작품을 9명의 운영위원이 공동으로 심사한다. 앞으로도 이와 같은 방식을 고수할 예정이다.

관객들은 장르문학을 찾는 마음으로 연극제를 찾아줬으면 좋겠다. 장르의 양식과 문법에 얼마나 충실했는지, 그러면서도 연극적 재미는 어떻게 만들어냈는지를 함께 지켜봐주길 바란다. 장르 문학은 ‘예술이냐 아니냐’는 논쟁이 있어왔던 영역이다. SF나 미스터리 작품은 예술성보다는 상업성을 먼저 평가받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미스테리 스릴러전’은 연극을 통해 이런 편견을 전복시킬 수 있길 바란다. 그랬을 때, 새로운 양식의 연극, 새로운 극단, 새로운 관객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스테리 스릴러전’은 순수하게 장르 연극을 고민하며, 설득력 있는 극을 완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극장에서 마주치는 낯선 얼굴, 색다른 기대가 감도는 낯선 객석을 기대한다.

[사진: 문화나눔 공존 제공]

일시
7월 4~29일 평일 8시, 토3시7시, 일4시(월, 화 공연 없음)
장소
소극장 혜화당
문의
02-734-7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