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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프린지페스티벌2018 현장스케치

예술아지트에서는 심심할 틈이 없다!

김연재_연출가
146호 2018.08.23
8월 15일부터 18일까지, 4일간 축구경기장인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18(이하 프린지)이 열렸다. 경기장 벽면에는 포스터가 줄지어 붙어있었고 발걸음을 옮기는 곳마다 각종 작품이 상연되고 있었다. 1일 입장권을 팔찌처럼 차고 돌아다니면서 낮 3시부터 밤 10시까지 모든 공연들을 즐길 수 있었다.

8월 15일부터 18일까지, 4일간 축구경기장인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18(이하 프린지)이 열렸다. 경기장 벽면에는 포스터가 줄지어 붙어있었고 발걸음을 옮기는 곳마다 각종 작품이 상연되고 있었다. 1일 입장권을 팔찌처럼 차고 돌아다니면서 낮 3시부터 밤 10시까지 모든 공연들을 즐길 수 있었다.

관객-예술가-자원활동가가 함께하는 축제

더운 여름날인데도 불구하고, 관객과 인디스트(서울프린지페스티벌 자원활동가), 예술가들의 표정이 여유로워 보였다. 모두가 축제를 함께 만들어가는 기획이었기 때문이다. 일반 공연장에서는 연극을 제공하고 수용하는 쪽으로 나뉜다. 누군가는 하고, 누군가는 보고, 서로의 목적이 충족되면 자리를 떠난다. 프린지가 펼쳐지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관객이 예술가가 되고, 인디스트가 예술가이자 관객이 되는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었기에 요구사항만을 해결하고 흩어지는 장소가 아닌 예술을 즐기며 머무는 공간으로 다가왔다.
축구 경기장 관중석으로 가는 길목을 ‘인디스트 터널’이라고 부르며, 인디스트가 직접 기획하고 실행하는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도록 마련해놓았다. ‘위드 예술가’라는 예술워크숍 기획프로그램에서는 예술가와 관객의 경계를 허무는 프로그램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예술가가 관객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완성시켜주고(<엠케이의 15분 레토르트 작곡>), 관객의 움직임이나 사주를 공연에 반영하는 방식의 작업들이었다(<몸시맘시>, <재미로 함께 보는 그림사주>, <케렌시아 미리보기>). 예술가가 관객의 이야기를 듣고, 관객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만들어내면서 관객은 자신의 역사가 작품이 되는 환희를 맛보고 예술가는 관객과의 스킨십을 통해서 작품을 완성한다는 충족감을 얻을 수 있다. 전혀 다를 것 같은 예술가와 관객, 쌍방이 벽을 허무는 프로그램들이 자유참가 프로그램에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무한상상력이 발동되는 자유참가 프로그램

프린지에서는 연극, 영상, 음악, 전통, 무용, 전시, 마술, 마임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만날 수 있다. 작품에서 다루는 소재도 노동, 성(sex, gender), 우주, 딸기, 소수자, 덕질, IMF, 도시 등 다채롭다. 무엇보다도 어떻게 보이려는 것보다는 예술가 스스로가 ‘하고 싶은 예술’을 한다는 것이 느껴진다. ‘적당히 의젓하고 심오하고 기술적인 공연이 지루하다면 프린지에 꼭 가서 상큼한 에너지를 받으라’는 추천사를 떠올릴 만큼 재기발랄한 작품들이 많다. 공간 활용 방식과 관객과 만나는 방식도 색다르다.
‘인디스트 터널’ 공간을 보고 프린지가 서울월드컵경기장이라는 공간을 점차 확장시키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프린지 장소를 2015년에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옮겨왔는데, 2016년까지는 활용되지 않았던 공간이었다. 이전 해 축제에서 사용하지 않던 공간까지 예술 공간으로 발견하고 활용했다는 점에서 놀라웠다.
경기장이라는 기능 이외로 모든 공간을 샅샅이 사용하고 있었기에 원래보다 공간 면적이 넓게 넓게 느껴졌다. 통로나 계단 아래 같은 숨겨진 공간들,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아 사용되지 않았던 공간도 프린지가 펼쳐지는 동안은 생명력을 얻는다. 화장실이라는 공간도 본래의 기능을 지우고 무대로 탈바꿈한다. 극단 소동의 <일 하고 있습니다>는 관객이 화장실 안에 들어가 공연을 관람하고 각 칸막이는 등퇴장 또는 배역을 전환하기 위한 공간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미아의 <미아, 우리의 삶을 전시합니다_현타대장편>은 스카이박스 안에 있는 화장실을 전시장으로 꾸몄다. 타일마다 글자를 써놓고 은은한 조명들로 덕후의 우주를 경험하게 만든다. 도화지 같은 공간이 각자 예술가만의 색깔을 입는 경이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적 체험을 할 수 있다.
관객과 만나는 방식에서도 감각적 경험을 나누기 위한 작품들이 많았다. 극장처럼 정형화된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예술가들이 각자 다양한 시도들을 했고, 관객도 두려움 없이 참여할 수 있었다. 달고나를 만들어 먹으면서 관객과 이야기로 50분을 채워나가는 퍼포먼스 <달고나-만나기 말하기 듣기>, 불을 끄고 음악을 듣는 살롱시소의 <나는 밤과 친한 음악>, 눈을 감고 음악을 듣고 그림을 그리는 인디스트 프로그램, 관객참여형 퍼포먼스 등 오감을 자극하는 시도들이 특징적이었다.

자유로운 독립예술제로서의 정체성

프린지는 1998년 대학로에서 열린 ‘독립예술제’로 시작되어 매년 여름 만날 수 있는 페스티벌이다. 대학로와 홍대를 이어 공공의 유휴공간인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예술 공간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예술참여의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심사 없이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참가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프린지는 작품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과 새로운 작품을 보고 싶어 하는 장을 마련하는 역할을 해왔다. 올해는 ‘아카이브 전시: 1998~2018 그때 그 프린지를 기억해’를 통해 축제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보여주는 아카이브를 전시했고, 독립예술을 둘러싼 쟁점과 지형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예술가들이 개별 작품만 소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네트워크를 마련하기 위해 폐막프로그램을 함께 구성하고, 독립예술집담회 개최 등 축제를 편안히 즐기기 위해 ‘프린지 클럽’을 마련하기도 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이 그려진 지도를 들고 보고 싶은 공연장을 향해 총총총 걷는 한여름의 낮과 밤, ‘잠시 뒤 공연이 시작됩니다’라며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어슬렁거리는 관객들의 발을 붙잡는 인디스트의 목소리, 관객을 만나는 게 즐거워서 공연을 하고 함께 공연을 하는 게 즐거워서, 페스티벌의 자리에 함께 있어서 즐거운 사람들의 신선한 에너지는 내년에도 계속 될 것이다

[사진: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