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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아트센터 & 크리에이티브 VaQi <러브스토리>

합시다, 러브

허영균_예술·공연예술출판사 1도씨 디
151호 2018.11.08
어릴 때에는 12월 마지막 날이면 어김없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란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내게 가장 깊이 각인된 음성은 애기봉 통일전망대에 있던 MBC 방송국에서 송신되었던, 어린이 합창단의 노래다.
어릴 때에는 12월 마지막 날이면 어김없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란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내게 가장 깊이 각인된 음성은 애기봉 통일전망대에 있던 MBC 방송국에서 송신되었던, 어린이 합창단의 노래다. 남색 단복과 빨간색 모자, 흰색 타이즈를 입은 소녀 소년이 부르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가 꿈결같이 흘러 새해를 열었다. 그때 그 노래를 부르던 소녀, 소년 중 누구의 소원이 통일이었을까. 적어도 겨울 카펫이 깔린 거실에서 내복차림으로 그 노래를 들었던 나의 소원은 아니었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언젠가부터 그 노래도, 소녀 소년 합창단의 목소리도 더는 들을 수 없었다. 연말의 TV는 다른 곳을 비추고, 다른 소리를 들려주었다. 오랜 시간이 흘러, 나는 다시금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듣는다. 그건 밖에서 들려오는 것이 아니라 내 기억에서 재생되는 소리다. 어린 나의 소원이 결코 아니었던, 그러나 지금은 조금은 ‘기원’하게 된 통일에 관해 생각하며.
이경성 연출은 작품의 시작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워킹 홀리데이 Walking Holiday>를 준비하면서 도라산 통일 전망대에 갔었다.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던 시기였다. 전망대 너머로 폐쇄된 개성공단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까울, 그러나 당시로써는 갈 방도가 없었던 공단의 모습이 마치 정돈된 장난감 블록들처럼 보였다. 그런데 '선'을 따라 걸으며 그 너머의 '점'을 보게 되었고 그 '점'안에서 일어났을 여러 관계와 만남들에 대해 떠올려보게 되었다. 자연스레 개성공단으로부터 출발하는 새로운 작업을 동료들과 구상하기 시작했다.”
지금 따뜻할지라도, 순식간에 얼어붙을 수 있는 것이 남북관계임을, 역사가 주입한 백신이 우리를 일깨워둔다. 휴전 국가의 국민이 전쟁의 위험에 불감하듯이, 평화에도 그러하므로. <러브스토리>는 그렇게 아득하다. 봉제공장에서 일하다 CU 편의점 개성공단 2호점에서 근무하는 김뿔, 남측 사람을 통해 아들의 축구화를 조달해야 하는 리예매, 배우를 꿈꾸던 버스정비사 최송아는 실제 성수연, 우범진, 나경민 배우가 상상으로 만들어낸 인물들이다. 배우의 몸으로 구현되는 상상의 인물들은, 그들의 창조자가 직접 표현해내는 표정과 음성, 몸짓 안에 머무른다. 이들은 배우 바깥으로 튀어나와 무대를 점령하거나 관객을 직접 만나려 하지 않는다. 이는 <러브스토리>가 상상의 결과가 아닌 상상의 과정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함께 '상상' 해보았다. 단지 갈 수 없어서, 만나지 못해서 상상을 했던 것은 아니다. 내 바로 옆의 존재에 대해서도 최선을 다해 상상하지 않으면 그 사이에 벽이 생긴다. 우리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언젠가 만날 구체적 존재들에 대해 상상해 본 것이다. 단지 지금 만날 수 없었을 뿐이다. 상상의 과정에는 여러 요소들이 녹아졌다. '북'에 대한 무지와 편견, 왜곡에 대한 두려움, 상상하는 주체의 현실적 번뇌와 화두, 미래에 대한 절망 그리고 바람. 이 모든 것들이 우리의 사고를 자극했고 (잠정적으로)만날 수 없는 존재들에 대한 상(像)을 그려가는 추동력(推動力)이 되어주었다. 사실관계를 왜곡하지 않되 그 사실들이 그려내는 일차적 현실에서 적극적으로 벗어나 '나'와 정서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공간을 생성하고자 했다.”
<러브스토리>를 보는 마음에 조용한 기원을 담는다. 이것은 북에 관한 첫 번째 상상, 마침내 진짜 처음을 만날 때까지 각인되어 있을 첫 번째 인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리허설을 기다리며 한마디… “저거 북한 글씨체에요?” “네, 다 북한 글씨체로 했어요.” “와.”)

[사진: 두산아트센터 제공]

일시

11월 6~24일 평일 8시, 토 3시7시, 일 4시, 월 쉼

*11.21(수) 4시, 8시(2회 공연)

장소
두산아트센터 space111
연출
이경성
드라마터그
전강희
배우
나경민 성수연 우범진
문의
두산아트센터 02-708-5001, doosanartcent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