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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로창고극장 2019 랩(LAB) 1차 ‘독일예술가 초청워크숍’

[21세기 디지털 시대의 연극] 워크숍Ⅱ - 무대의 게임화

허영균
159호 2019.05.15
워크숍의 첫날을 열었던 것은 칼스루에 국립극장의 드라마투르그인 얀 린더스이다. 그는 함부르크, 베를린, 퓌센 등에서 드라마투르그, 연극 연출가, 예술감독으로 활약했고, 2016/2017 시즌부터 칼스루에 국립극장의 수석 드라마투르그이자 예술 부문 극장 부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워크숍에서 자신이 진행했던 프로젝트 &#...
본 원고는 2019년 4월 16일과 17일, 삼일로 창고극장에서 열렸던 워크숍 ‘21세기 디지털 시대의 연극’을 기록한 것이다. 워크숍은 두 종류로 진행되었는데, 그중 하나는 ‘무대의 확장 - 공연예술의 새로운 기술사용’을, 워크숍Ⅱ는 ‘무대의 게임화’를 주제로 하여 같은 시간에 진행되었다. 프로듀서, 연출, 드라마투르그, 작가, 게임프로그래머, 사운드 작가 등을 대상으로 한 본 워크숍은 오픈 하자마자 관심이 폭주하여, 조기에 신청 마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이 시간이 던진 질문, ‘무한한 미지의 가능성을 열어 줄 듯한 빠른 기술의 발전 속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지금. 현대 연극은 어떻게 자리를 잡을 것인가’에 대한 뜨거운 공감이자 무수한 답변의 요구일 것이다. 기록은 실질적인 워크숍이 진행되었던 <워크숍 Ⅱ Day2>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 워크숍 1에 관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조
http://webzine.e-stc.or.kr/03_story/plan_view.asp?SearchKey=&SearchValue=&rd=1&flag=READ&Idx=1319

워크숍의 첫날을 열었던 것은 칼스루에 국립극장의 드라마투르그인 얀 린더스이다. 그는 함부르크, 베를린, 퓌센 등에서 드라마투르그, 연극 연출가, 예술감독으로 활약했고, 2016/2017 시즌부터 칼스루에 국립극장의 수석 드라마투르그이자 예술 부문 극장 부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워크숍에서 자신이 진행했던 프로젝트 를 소개했다. 연극의 상호작용성에 대한 아이디어가 중심이 된 이 프로젝트는 연극의 소위 제4의 벽을 허물고 모바일 앱을 이용하여 관객을 작품의 행위자로 만들었다. 앱을 통해 가상의 미래를 만들어 관객의 참여 결정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공연을 진행하는 것이다. 그가 소개한 또 하나의 작품은 빈 국립극장에서 진행한 드라마 이다. 이 작품은 실제 현실과 소셜 미디어에 구현된 가상현실 사이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어, 물리적으로 떨어진 두 장소와 두 관점이 공연 안으로 녹아들 수 있도록 하였다.

워크숍Ⅱ <무대의 게임화> 2일차. 극단 마키나 엑스의 마티아스 프린츠가 워크숍을 이끌었다. 마티아스 프린츠는 사운드 디자이너이자 게임 기획자, 드라마투르그로 2010년부터 극단 마키나 엑스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다. 팀에서 그는 실제처럼 꾸며진 공간에서 즐기는 컴퓨터 게임을 기획하며, 사운드 디자이너이자 드라마투르그로 활약하고 있다. 마키나 엑스는 연극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게임을 실험하고자 하는 목표를 두고, 게임이 어떻게 연극 속에서 상호작용할 수 있는지 탐구하고 있다.
워크숍은 함께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게임의 이름은 <머쉬나리움 machinarium>. 온통 고철과 폐허만이 굴러다니는 거대한 로봇 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을 포함한 모든 캐릭터가 로봇이고, 식물 빼고는 살아있는 생명체는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이 정보까지 전해지진 않았고, 다만 워크숍에서 중요했던 점은 <머쉬나리움>이 서사가 있는 수수께끼 게임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게임은 이렇게 시작된다.
주인공 로봇은 다리를 건너고 싶지만 가지 못한다. 다리를 건너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변신을 해야 한다. 주변의 사물을 창의적으로 이용하여, 로봇의 외관을 바꾸어 다리를 건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첫 미션이다.
마키나 엑스는 연극에 적용할 수 있는 게임을 리서치하는 과정에서 이 게임을 알게 되었다. 상호작용이 가능하고, 스토리텔링이 있다는 점에서 <머쉬나리움>과 연극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마티아스는 이 게임의 요소를 적용한 작품 을 소개했다.
짐 박스가 쌓여있는 한 아파트의 거실을 배경으로 두 명의 배우가 관객들과 함께 있다. 회색조의 건물에서 살고 있는 남녀 커플이다. 그들은 각자 다른 사람들과 통화 중인데 무척 바빠 보인다. 대화를 통해 유추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정치와 관련된 일을 한다는 사실이다.
먼저 여자가 전화를 끊고, 남자에게 말한다. “오늘 밤에 나 뉴스에 나온다” 그러나 이들은 TV를 켤 수 없다. 리모컨에 배터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사 온 지 이미 3개월이 되었지만, 짐을 다 풀지 않아 배터리의 행방을 알 수 없다. 이때, 남자가 중요한 대사를 한다. “언제 마지막으로 배터리 봤어?” 이 대사를 기점으로 조명과 음악에 변화가 생긴다. 이에 여자는 “게임보이 했었는데?”라고 대답하고, 두 사람은 여기까지의 상황과 대사를 반복한다. 처음 대사를 내뱉었을 때와 같은 위치, 같은 자세로. 관객들이 이 상황을 알아차려야 그들은 그 다음 행동인 이삿짐 풀기를 시작한다. 관객들도 함께 배터리를 찾는다. 배터리를 찾고, TV를 보게 되면 공연은 계속 진행된다. 그러나 관객들이 배터리를 찾아서 배우들에게 주거나, 말을 걸거나 한다면 배우들은 그에 반응하지 않고, 똑같은 상황만 순환적으로 반복한다.
여기서 참가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Q.
관객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인가?
Q.
러닝타임이 정해져 있지 않겠군?
Q.
관객들이 소품 등을 자유자재로 만지는데, 다음 스테이지에 필요한 소품을 만지게 되면 바뀌거나 이동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Q.
리허설을 통해 데이터를 쌓은 듯하다. 실제 관객과 비슷한 수의 사람을 초청하여, 매번 똑같은 조건의 실험을 하는 것이 가능했나?
Q.
관객이 배우와 상호작용하게 하려면 이유가 있어야 할 텐데, 논리적 프로세스가 뭔지 모르겠다.
그리고 답변이다.
A.
극의 형식이 급진적이라 느낄 것이다. 수수께끼 형식이지만 답은 하나 밖에 없다. 배우가 직접 배터리 리모컨을 찾게 하는 것. 러닝타임은 15분 내의 오차가 있는 정도다. 함께한 관객들의 지성의 수준이 평균적으로 보면 크게 차이나지 않기 때문이다. 리허설하면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말 한대로 소품리스트를 확인하며 리스크를 줄여가는 것이다. 자물쇠를 쓴 적도 있고, 조명이나 동선을 이용하여 관객들을 유도해 나가는 방법도 사용해 보았다. 작품 당 최소 10번 정도의 실험적인 테스트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작품을 설계할 때는 종이와 펜으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낸다. 프로토타입을 잘 만드는 것은 실험하는 시간을 줄여준다. 중요한 것은 이 실험을 통해 내가 알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다.
이 연극의 첫 장면은 수수께끼 게임의 도입부와 같다. 게임이라는 메커니즘이 연극 내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보여주는 기능인 것이다. 그러므로 수수께끼의 내용은 여기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관객이 무엇을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를 테스트 해주는 단계이다. 수수께끼에 내용적인 면이 반영되는 것은 이 다음부터다.
마티아스는 연극의 제4의 벽 개념을 예로 들며, 상호작용을 위해서는 새로운 관습을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의 오프닝 장면은 관객에게 새로운 관습을 말하고, 배우게 하는 단계로, 이것이 공유되어야 이 위에 의미를 더할 수 있다. 픽션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를 대할 때처럼, 관객을 가르치고 유도하는 것이다. 여기서의 제4의 벽은 배우를 제외한 이 방 전체이고, 배우는 키보드와 마우스 역할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관객이 어떻게, 어떤 결정들을 내리게 할 것인지를 사전에 공유하는 것이다. 관객은 작품의 결말을 선택할 수 있는데, 그것은 이 스토리의 전체적인 소재인 ‘정치적인 문제’에 관여한다. 궁극적으로 이 작품의 주제는 ‘민주주의’였고, 관객들은 개인의 서사를 만들고, 그에 대해 책임을 지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정치적인 것을 주제로 한 이유는 게임으로 구현하기 좋은 주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강연은 여기까지. 그룹별 워크숍이 시작되었다.
총 4-5명이 한 조가 되어 작은 게임을 만들기로 했다.
참여자들은 마키나 엑스가 게임 연극을 구현하는 방식을 실험해보기로 했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세 가지였다. 하나, 스토리. 둘, 장애물. 셋, 해결책. 프로토타입을 먼저 만들고, 워크숍 룸에 있는 소품을 활용하여 움직이며 실험해본다. 아래는 팀별 발표 내용과 피드백이다.
1팀. 방금 전 잃어버린 라이터 찾기.
숨 막히는 회의가 이어지고 있다. 한 사람이 잠시 쉬자며 담배를 피러 나가려 한다. 그런데 라이터가 없다. 라이터를 찾아 밖으로 나가야만 다음 스테이지로 갈 수 있는데…
  • 관객들을 적극적으로 라이터를 찾게 하는 것이 어려웠다. 어떻게 하면 적극적으로 참여시킬 수 있을까?
  • 시각적으로 정돈된 환경이었다면 더 집중시킬 수 있었을까?
  •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오브젝트가 있으면 좋겠다. 대사로 루프를 시키긴 하지만 그것이 해결책은 아니었던 것 같다.
  • 너무 복잡한 상황이 전제된 듯하다. 조명이나 음악 등으로 복잡한 요소를 줄여서 환기하는 것이 어떨까?
  • 순수한 관객입장에서 게임에 참여할 결정적 계기를 찾는 것이 어려웠다. 대사가 너무 길었다.
  • 관객의 집중력이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리모트 컨트롤, 펜. 딱 그 두 가지에 집중할 수밖에.
  • 너무 많은 것에 집중하게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필요 없는 것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2팀. 친구의 생일파티. 주인공 1분 전, 생일케이크에 꽂을 초를 찾기.
친구의 생일이다. 깜짝 파티를 준비하고 있는데, 생일 케이크에 꽃을 초가 보이지 않는다. 친구는 지금 현관이다. 어떻게든 초를 찾아야 한다.
  • 관객들을 참여시키고자 친구들이라는 역할을 주기로 했다.
  • 찾는 과정을 쉽게 하려면 시간을 제한하는 것이 좋을 듯하여, 주인공이 1-2분 후에 도착한다는 설정을 했다.
  • 욕실에서 샤워를 했다는 정보가 노출되는 것이 결정적인 트리거다.
  • 만일 두 번째 시도였다면, 안에서 벌어지는 타이밍이 체크되었을 것이고, 그에 맞춰 조절하여 타임라인을 정했을 것이다.
  • 예측 불가능한 결말을 주었다는 점에서 재미있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에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른 것도 특히 재미있었다. 그렇게 끝이 나게 될지 몰랐다.
  • 생일케이크가 등장했기 때문에 초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푸쉬킨을 생각하면 쉬울 것이다. 자물쇠가 있으니 열쇠가 있겠지, 라고 예상하게 만드는 기능이다.
3팀. 로만피자집에서 나폴리탄 피자 먹기.

(이 것은 앞선 발표의 피드백에서 해결점을 찾아, 별도의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워크숍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마티아스는 ‘관객 참여에 대한 정의를 어떻게 내릴 것인가’가 게임 형식의 새로운 연극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이라 하였다. 그는 전통적인 연극이 항상 수동적인 것이 아니며, 관객과 상호작용 하는 연극이 반드시 능동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마키나 엑스의 작업은 새로운 관습을 창조하는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여러 컨퍼런스 등에서 사람들은 “그래서 마키나 엑스는 기존의 연극을 어떻게 대체하고, 전복하느냐?”는 질문을 던진다. 그럴 때마다 이렇게 대답한다. 마키나 엑스는 무엇을 전복하거나 대체하고자 하는 팀이 아니며, 연극의 새로운 관습을 만들어나가는 것뿐이라고.

[사진제공: 주한독일문화원 ⓒ 주현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