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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장애-비장애가 공존하는 문화예술포럼 <같이 잇는 가치>

단 한번으로 다 안다고 착각하지 마시오

성수연_배우
161호 2019.06.13
장애와 비장애가 공존하는 문화예술의 미래 포럼 ‘같이 잇는 가치’ 가 동대문 DDP 크레아에서 5월 31일, 6월 1일 이틀에 걸쳐 개최되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장애와 비장애의 영역이 인위적으로 분리되어 있었으며, 문화예술의 많은 부분이 비장애인에 맞춰져 있었음을 인정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등한 인간으로서 공존하는 문화예술의...
장애와 비장애가 공존하는 문화예술의 미래 포럼 ‘같이 잇는 가치’ 가 동대문 DDP 크레아에서 5월 31일, 6월 1일 이틀에 걸쳐 개최되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장애와 비장애의 영역이 인위적으로 분리되어 있었으며, 문화예술의 많은 부분이 비장애인에 맞춰져 있었음을 인정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등한 인간으로서 공존하는 문화예술의 미래를 모색해보자는 취지에서 개최된 포럼이었다. 포럼과 함께 장애예술의 가치를 보여주는 잠실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 3인의 전시와 장애예술의 지평을 넓히고 있는 참가단체들의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부스도 운영되었다. 부스에는 사단법인 누구나, 함께해서 신나는 문화예술협동조합 틈, 발달장애청년허브 사부작, 노들장애인야학, 극단 애인, 0set프로젝트, 창작그룹 비기자가 참여했는데, 나는 이틀 내내 0set프로젝트의 부스운영에 참여했다. 부스는 유리벽으로 막혀있었고, 포럼이 진행되던 홀에 기둥이 많아 무대를 직접 볼 수 없었음에도, 나는 포럼의 진행상황과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공간 어디서나 볼 수 있도록 설치된 두 개의 커다란 스크린에 무대 상황이 중계되며 문자통역과 수어통역이 제공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부스 운영
일상의 공존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첫날 포럼에서는 예술교육 및 창작을 매개로 일상의 공존을 시도하는 실천가들의 강연이 이어졌다. 엠마누엘 사누와 고권금(쿨레 칸), 이남실(발달장애청년허브 사부작), 오한숙희(사단법인 누구나 이사장), 김지우(유튜버 굴러라구르님) 이렇게 5명의 연사가 자신들의 활동 내용과 생각을 나누었다. 춤, 언어, 노래, 그림, 영상콘텐츠 제작으로 각각 활동하고 있는 이들의 강연을 통해 장애인들의 예술활동 과정과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자체가 주로 어떤 방식이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예술활동의 과정 자체는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에게 의미 있는 경험이고, 사회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해왔다. 그런데 그 과정을 거쳐서 나온 결과물들은 가치 있는 예술로서 존중받고 있었는가?
김지우(유튜버 굴러라구르님)님은 장애는 비장애인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닌데 여태까지의 우리는 어떻게 장애인의 예술을 소비해 왔는지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은 누군가의 영감이 아니라는 뜻이다. 많은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부모들이 아이들의 재능을 병증이라고만 생각하고 예술활동의 재능이라고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오한숙희(사단법인 누구나 이사장)님은 말했다. 포럼의 공동기획자이자 첫날의 사회를 보던 장혜영 감독은 질문했다. 왜 호크니의 그림은 예술이고 발달장애를 가진 내 동생의 그림은 치료의 일환으로 읽히는가? 왜 우리는 이들의 그림을 같은 눈으로 보지 못하는 걸까? 그리고 동생의 그림 전시회를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고민하던 중 접하게 된 글이 있다며 노들야학에서 철학수업을 하는 고병권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동안 수많은 철학자가 지적장애, 자폐, 발달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로, 철학할 수 없기 때문에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이야기했는데 노들야학에서 수많은 장애인과 만나면서 사실 철학자들이 그들의 듣지 못함을 장애인들의 말하지 못함으로 교묘히 바꿔치기 해왔던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무엇이 예술이고 무엇이 예술이 아닌가. 예술과 예술이 아닌 것을 구분하는 기준은 누구에게 맞춰져 있는가?
포럼 오프닝_영화 <어른이 되면>(감독 장혜영)
창작을 위한 공존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둘째 날 포럼은 총 3부로 진행되었다. 1부는 <다른 몸으로> 라는 제목으로 김지수(극단 애인 대표), 서지원과 이진희(장애여성공감 춤추는허리), 김성용(대구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이 발제를 했고, 2부는 <다른 감각으로> 라는 제목으로 정은혜와 장차현실, 문승현, 한승민(잠실창작스튜디오 10기 입주작가), 최선영(창작그룹 비기자 대표)이 발제를, 3부는 <더 멀고 넓은 곳으로> 라는 제목으로 정진세(웹진 연극in 총괄에디터), 황지영(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이래은(연극연출가), 이지현(널위한문화예술 기획자), 김종휘(서울문화재단 대표)가 각자의 현장에서의 사례들을 공유했다. 장애여성공감 춤추는 허리의 오프닝 퍼포먼스로 둘째날 포럼이 시작되었는데, 퍼포먼스의 대사 몇 문장을 소개한다.
나는 알고 있습니다. 내가 다만 휠체어에 앉아있지 않고 무대 위에 나타날 때 나의 몸은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그렇다면 나의 공연은 단지 그 이유만으로 예술일 수 있는 걸까요? 단 한번으로 다 안다고 착각하지 마시오.
그만 불편해 하시오. 아니 더 불편해하시오.
예술, 예술, 도대체 예술이 뭐지? 당신이 하는게 예술? 내가 하는게 예술? 도대체 어떻게 해야 예술인거야?
예술이 뭘까, 장애인은 누구일까, 그리고 장애예술이란 무엇인가? 역시 이 포럼의 공동기획자이자 둘째날 사회를 맡았던 김원영 변호사는 앞으로는 ‘장애예술’ 이라는 말이 없어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우리가 ‘장애인’ 이라고 부르는 특정한 몸의 조건과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있었고, 그런 사람들이 시도하는 예술을 다르게 보고 규정할 필요가 여전히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과도기적으로, 적어도 당분간은 장애예술이라는 말을 쓰겠다고 했다. 장애예술에는 수많은 측면이 있고, 장애예술에 대한 수많은 의견이 있고, 그 어떤 의견도 완전히 옳은 것도 틀린 것도 아닐 것이다. 김원영 변호사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금은 과도기일지도 모른다. 논의가 필요한 과도기. 이 시기에 필요한 태도는 무엇일까? 그리고 경계해야 할 태도는 무엇일까? 나는 장애인 창작자와 협업한 경험이 있고, 장애인 창작자들의 작업을 본 경험도 있다. 춤추는허리의 ‘단 한 번으로 다 안다고 착각하지 마시오’ 라는 말은 어쩌면 내가 알고 있는 장애인들이나 내가 경험한 몇 차례의 협업만을 장애예술의 기본으로 쉽게 설정하게 될지도 모를 나 자신을 경계하게 되는 말이었다. 열 번, 백 번, 천 번 서로를 경험하고 우리의 일상을 섞어가며, 우리 모두에게 맞는 기준을 세우고 무너뜨리고 다시 세우는 과정을 기꺼이 하려는 태도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퍼포먼스_장애여성공감 춤추는허리
내년에 이 포럼이 꼭 다시 열리길 바란다. 아니, 사실은 열리지 않기를 바란다. 이런 논의가 필요하지 않은 때가 빨리 오기를 바란다. 김지우(유튜버 굴러라구르님)님은 유튜버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는 관심을 받을 수 없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 때가 빨리 오게 하기 위해, 지금 우리의 고민이 끊어지지 않도록 계속 같이 이어가야 하지 않을까. 이번에 공유한 주제들의 좀 더 깊고 예민한 측면들을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내년에 다시 마련되기를. 그런 자리가 마련될 가치가 있을 정도로 앞으로 1년 동안 다양한 작업들과 논의들이 이어져나가길 바란다.
이틀에 걸친 현장에서 발화된 모든 말에 깊은 울림이 있었다. 이 포럼은 서울문화재단 유튜브 ‘스팍티비’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영상을 재생해보니 현장의 느낌이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현장에서는 같이 있지 못했던 많은 분들이 유튜브를 통해 이 포럼에 같이 있으면서 같이 고민을 이어나가면 좋겠다.
2019년 장애-비장애가 공존하는 문화예술포럼 <같이 잇는 가치>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watch?v=tJTHu6aHnEA
[사진제공: 서울문화재단 ⓒ조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