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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로창고극장 <24시간연극제-그룹편>

콤팩트한 환경에서 자유로운 상상은 가능할까?

박세련_연출가
162호 2019.06.27
삼일로창고극장(이하 창고극장)은 작년 ‘창고개방’의 기획프로그램으로 <24시간연극제-개인편>을 개최했고, 당시의 뜨거운 열기로 인해 올해 <24시간연극제-그룹편>으로 다시 극장의 문을 열었다. 6월 13일부터 16일까지 4일간 하루에 3팀씩 총 12개 팀이 참가하였고 3팀당 하나의 주제어를 뽑아 24시간 안에 15분 내외...
삼일로창고극장(이하 창고극장)은 작년 ‘창고개방’의 기획프로그램으로 <24시간연극제-개인편>을 개최했고, 당시의 뜨거운 열기로 인해 올해 <24시간연극제-그룹편>으로 다시 극장의 문을 열었다. 6월 13일부터 16일까지 4일간 하루에 3팀씩 총 12개 팀이 참가하였고 3팀당 하나의 주제어를 뽑아 24시간 안에 15분 내외의 창작물을 발표하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창고극장은 5월 7일 오후 두 시 선착순 모집을 알렸고, 5월 20일 총 12팀이 모여 참여자 전체 미팅을 가졌다. 그리고 이번 프로그램의 기획 취지와 목적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크게 세 가지로 요약을 하자면 다음과 같다. 하나, 제한되고 콤팩트한 환경에서 창작이 이루어지게 할 것. 둘, 각 그룹만의 언어를 실험하는 시간이 될 것. 셋, 결과 보다는 과정에 의미를 담을 것.
포스터
참여자 사전 미팅
공연날짜와 공연장소는 각 그룹이 뽑기(추첨)를 통해 정해졌다. 공연장에서는 ‘SSAL’, ‘로맨틱 유랑극장’, ‘극단 낯선사람’, ‘프로젝트 여기에서 저기로’가, 스튜디오에서는 ‘창작집단 여기에 있다’, ‘스테이지 홀스’, ‘콜렉티브 뒹굴’, ‘다이빙 라인’이, 야외공간에서는 ‘비아토르’, ‘사람’, ‘매머드머메이드’, ‘극단 Y’가 공연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공연은 극장, 야외공간, 스튜디오 순으로 진행) 그리고 그룹별로 준비해 온 주제어를 하나씩 제시했다. 주제어는 '천주교 땅, 변신, 길 위에 서다, 회피형, 말, 데우스 엑스 마키나, 738, 우주적 공포, 하루, 우리 집에 왜 왔니?, 라임, 웃찾사'등이 나왔고, 긍정의 끄덕임과 어두운 낯빛이 교차하는 시간이었다. 모두가 기피하는 주제어도 있었고 뽑혔으면 하는 주제어도 있었을 것이다.
6월 10일 안전한 작업 환경 조성을 위해 성폭력 예방 교육을 진행하였고, 첫 번째 발표팀이 12일 저녁 9시에 모였다. (공연 전날 9시부터 공연 날 저녁 9시까지 모든 공연과 정리를 마쳐야하는 시스템이다) 공연 전날, 극장에 모인 팀들은 공연 전 안전한 창작 작업을 위한 선언문을 함께 나누어 읽었고 주제를 추첨했다. 13일 팀은 '우리 집에 왜 왔니?', 14일 팀은 '우주적 공포', 15일 팀은 '길 위에 서다, 16일 팀은 '738'이 주제어로 뽑았다.

6월 13일, 우리 집에 왜 왔니?
‘SSAL’은 타악기와 빔을 이용하여, ‘비아토르’는 우화의 형태로 자신들의 언어를 실험했고, ‘창작집단 여기에 있다’는 ‘우리 집에 왜 왔니?’ 라는 문장을 '남산예술센터, 삼일로창고극장에 왜 왔니?'라는 문장으로 상정하여 스튜디오의 물건으로 작은 남산예술센터를 만들어 내며 현재의 남산과 예술 생태계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창작집단 여기에 있다’
6월 14일, 우주적 공포
‘로맨틱 유랑극장‘은 여행지에서 마주한 공포에 대하여, ’사람‘은 시간과 죽음의 반복을 통하여, ’스테이지 홀스‘는 일상 속에서 느끼는 공포의 경험을 통해 우주적 공포를 표현했다.
‘로맨틱 유랑극장’
6월 15일, 길 위에 서다
‘극단 낯선사람’은 '길 위' 와 '길 아래' 즉, 상하의 구조를 이미지를 통해 표현해 내었고, ‘매머드머메이드’는 연극의 과정 그리고 멈춰진 그 자체의 상태에 대한 이야기를 위트있게 풀어냈다. ‘콜렉티브 뒹굴’은 스튜디오의 모든 물건을 배우의 몸을 통해 새롭게 구성해 냈고, 결국 길 위에 남겨진 자신의 육신을 그려냈다.
‘콜렉티브 뒹굴’
6월 16일, 738
‘프로젝트 여기에서 저리로’는 738번의 번호표를 가진 취준생의 모습을 그려내며 n포 세대에 대한 이야기를, ‘극단 Y’는 성소수자를 반대하는 인원이 738명이었다는 어느 설문조사 결과에서 영감을 받아 지구 종말에 남은 두 명의 남녀의 이야기를 했고, ‘다이빙 라인’은 소리와 언어와 신체 등을 통해 실제 738이라는 숫자를 스튜디오 공간에 채워 나갔다.
‘극단 Y’
참여한 팀들은 24시간 동안 자신들 만의 방식으로 각각의 언어를 실험했고 그 과정을 즐겼다. '과연 24시간 안에 그것이 가능할까?'라고 생각했던 모두의 걱정은 공연을 마친 후 즐거움으로 바뀌었고, 콤팩트한 환경 안에서 머리를 맞댄 창작자들의 자유로운 상상력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무대 위에서 빛났다. 총 12팀을 모집했던 <24시간연극제 - 그룹편>은 프로그램 신청 사이트가 오픈되고 1분 24초 만에 지원이 마감되었다고 한다. 연극에 관심을 가진 혹은 무대에 서고 싶은 단체들은 휴대폰과 컴퓨터, 랩탑 앞에서 마치 아이돌 콘서트 티켓팅을 하기 위한 전투적인 자세로 앉아 있었을 것이다. 우리 또한 그러했으니까.
공연이 끝나면 매회 관객과의 대화가 이루어졌다. '어떻게 이 연극제를 신청하게 되었나요?', '공연이 너무 하고 싶었어요.' 늘 빠지지 않고 나온 관객의 질문이었고 그에 대한 창작자의 대답이다. 지원사업이 여러 재단에서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연할 곳이 없어 목말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공연을 기획한 창고극장에서도, 또 지속 가능한 예술을 위해 고민하고 있는 다른 많은 팀들에게도 <24시간연극제 - 그룹편>은 여러가지 의미로 우리에게 고민거리를 던져주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11월에는 작년에 이어 다시 한번 <24시간연극제 - 개인편>이 진행된다고 한다. 추운 바람이 불 때도 다양한 창작자들의 뜨거운 마음과 새로운 시도로 자신들만의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본다.
[사진제공: 삼일로창고극장 ⓒ박태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