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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작용4 포럼 “우리의 관극은 그렇지 않다”

우리에게 왜 ‘과정’이 중요해졌을까?

한윤미
163호 2019.07.11
지난 6월 29일, 서울혁신파크 청년청에서 화학작용4 ‘우리의 연극은 그렇지 않다’의 연계포럼 ‘우리의 관극은 그렇지 않다’가 열렸다. 이 자리는 단순히 화학작용4에 대한 합평회가 아니라, 이를 하나의 사례로 최근 공공에서 활발히 사용되는 ‘과정’ 그리고 ‘공유’의 개념에 관해 논의하는 자리로 관객 패널 8명, 포럼 사전 신청을 한 관...
지난 6월 29일, 서울혁신파크 청년청에서 화학작용4 ‘우리의 연극은 그렇지 않다’의 연계포럼 ‘우리의 관극은 그렇지 않다’가 열렸다.1) 이 자리는 단순히 화학작용4에 대한 합평회가 아니라, 이를 하나의 사례로 최근 공공에서 활발히 사용되는 ‘과정’ 그리고 ‘공유’의 개념에 관해 논의하는 자리로 관객 패널 8명, 포럼 사전 신청을 한 관객과 창작자들, 참가팀 그리고 사무국 등 약 30여 명이 참석했고, 필자는 2회차 공연을 본 관객패널로 참여했다.

무엇을 과정이라 부를 것인가?
과정을 노출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과정은 투명하게 공유될 수 있는가?
공유는 전통적인 관람과 어떻게 다른가?
과정공유에서 관객의 위치는 어디인가?
과정공유는 창작자 공동체를 위한 것인가?
과정공유는 그 자체로 미학적일 수 있는가?
과정공유는 관에 힙하게 어필하는 언어는 아닌가?
과정공유는 제작환경에 대한 최근의 문제의식과 얼마나 맞닿아 있는가?

사전에 포럼의 관객 패널 제안과 위의 질문을 함께 받았을 때, 필자는 대부분의 질문들에 궁금증을 느꼈다. ‘과정의 노출은 모두 공유라고 볼 수 있나’, ‘관객의 능동성(자발적 참여)을 전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등등.
포럼의 1부는 김민조 모더레이터(화학작용4 사무국)의 진행으로 관객의 입장에서 말하는 과정과 공유에 대한 자유 토론, 2부는 김태희 모더레이터(연극비평집단 시선)의 진행으로 플로어와 관객 패널 전체가 토론하는 시간으로 계획되었다. 라운드테이블로 배치되어 창작자들의 중간 중간에 관객 패널들이 앉았고, 현장에 참석한 모두가 토론을 함께 했다.

시작은 화학작용4에 대한 관객 패널들의 짧은 감상이었다. ‘흥미로움, 퍼포밍이 아니어서 아쉬웠음, 피드백 시간이 없는 것에 대한 의문, 각기 다른 팀들의 다양한 방식과 고민을 봄, 발표 공간 협소와 시간적 제약으로 충분하게 보지 못함, 과정을 볼 수는 있었지만 관객과의 화학작용은 아닌 느낌, 과정이 아닌 완성품, 팀 별 발표 및 전시 방식이 다양한 것이 인상적임, 창작자들이 서로에게 한 피드백을 볼 수 있어 좋았음, 다른 창작자들은 어떻게 창작을 하는지 궁금했는데 그런 것들을 확인할 수 있어 위로받음, 사전 정보가 충분하지 않았음, 작업 수행방식을 보고 나의 작업과 비교하고 공감했으며 구체적인 언어들과 문제 진단 및 해결방식이 도움이 됨’ 등이 그것이다. 이어서 패널들의 짧은 감상에도 각기 다르게 인식되고 있는 ‘과정’이라는 개념에 대한 열린 토론(난상 토론)이 시작됐다.

낭독 공연도, 연습실 공개 시연도, 페이스북에 연습 장면이나 창작의 과정을 게시하는 것도 그리고 관객과의 대화까지 모두 ‘과정공유’라고 말하는데 과정을 노출하면 모두 과정공유라고 말할 수 있을까?

‘과정을 보러가서 공연을 보게 되면 다 만들어진 공연에 왜 나(관객)를 부르나 하는 생각이 든다’, ‘미완의 상태, 날것을 보여주는 것, 설문지를 받는 것이 과정공유인가’, ‘관객의 피드백을 바라지 않는 것은 과정 발표회 같다’, ‘과정공유의 결과물이니 다르게 이름을 지칭해야 한다’, ‘형태가 결과와 닮아 있을 뿐 결과는 아니다’ 등 과정공유와 관련된 경험담과 질문들이 혼재되어 나왔다. ‘결과물을 전제로 하고 과정을 노출하는가, 그렇지 않은가’, ‘아니면 어떤 목적을 위해 과정 그 자체를 공유하려고 하는가’ 그리고 ‘관객과의 인터랙션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가 혹은 이루어지지 않는가’에 대한 논의 또한 활발히 진행되었다.

토론이 계속되며 과정을 공유하기 위해 연습을 하게 되니 그것이 결과이며, 진정한 과정공유는 연습하는 연습실에 들어와서 한 시간 동안 연습을 보고 나가는 그런 ‘날 것’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는 의견에 도달했고, 동시에 그것은 그냥 연습실 침입이 아닌가 하는 반론도 나왔다. 과정공유는 창작자에게 좋은 플랫폼이지만 관객의 입장에서도 그러한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과정공유는 창작자 공동체를 위한 것이고, 창작의 부담을 덜기 위한 방편이며 관객에게 그 부담을 넘기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토론을 들으며, 또 다른 과정 중심 작품 발표 플랫폼인 ‘월례움직임’2)이 관객과의 상호 피드백 세션을 통해 과정의 가치와 작업에 대한 이해를 가능하게 하는 좋은 예라고 생각했다.

(결과물이 아닌)과정(그 자체)을 공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018년 연극계 미투 그 이후에 이 연극이 어떻게 만들어졌느냐가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과정이 바뀌지 않는데 결과가 바뀔 수 있는가. 뚜렷한 대안이 있지 않지만, 전처럼(기존의 위계와 권위주의적인 작업방식)은 하고 싶지 않다, 다르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많은 창작자들이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와중에 이번 화학작용4가 일종의 대안 실험이자 공동체 실험을 했다는 것이다. 기존 연극 제작 환경의 권력과 연결된 어떤 인자들을 발견하고 그것을 소거하는 안티-프로포절을 선택한 화학작용4의 의도와도 맞닿는 이야기였다.

화학작용4 참가팀은 이번 과정공유를 어떻게 이해했는가?

참가팀 ‘콜렉티브 뒹굴’은 날것을 투명하게 노출한다고 이해하기보다는 작업을 어떻게 만드는지 그 과정을 잘 보여주고자 하였으며 결과물을 위한 과정이 아닌 작업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공동체 안에서의 평등한 연습환경이 성립되고 가능한가, 관계를 새롭게 맺기 위해 연습의 준비방식, 실험, 목표를 세우는 것, 연습시간 설계 등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 그것과 동시에 기계적 수평이 오히려 작업에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으로 PC함 없이 연극하기의 과정을 공유하였다고 한다.
포럼의 2부는 화학작용4의 과정공유시연회에 관한 이야기로 이루어졌다. 참가팀들은 서로 화학작용을 일으키기 위해 케미컬 미팅(실험계획서 공유 및 그에 대한 구체적인 피드백)과 연습실 오픈(다른 팀의 작업을 참관 및 참여하고 창작 언어와 창작 방법론에 대해 토론을 주고받기)을 진행했고, 이를 통해 고민의 지점이 오픈되니 서로 구체적인 언어로 소통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관객과의 화학작용은 어떠했는가에 대해서는, 과정공유시연회 참석과 배포된 자료집, 페이스북 그리고 비평웹진 드라마인을 통해 과정을 노출하고 공유한 것들로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날 포럼에 참석한 사람들은 창작자, 연구자, 예비 창작자 등 관련 분야 종사자들이 대부분이었다. 화학작용4의 참가팀들이 전시, 쇼케이스, 워크숍, 관객 참여 등의 다양한 방식을 시도하였는데 창작자가 아닌 관객에게도 결과물이 아닌 과정공유가 흥미로울 수 있을지에 대해 논의가 이어졌다. 매력적으로 과정이 공유될 수 있는 방법론은 혹은 이를 위한 미학이 따로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도 짧게 나누었다. 창작자인 관객은 연출, 배우 등의 직함이 수행하는 고정적인 역할의 분배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과정공유회는 관객의 적극성과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하고 있다.

이번 화학작용4에서도 도슨트의 친절한 설명이 전체 전시와 워크숍에 함께했지만, 관객이 전시 작업들을 얼마나 읽어내는가(문자 그대로의 읽기)는 온전히 관객의 몫으로 남는다. 벽에 빼곡히 붙어있는 창작과정 일지와 휴대폰 검색, 다소 넓지 않은 공간과 4층 계단을 오르내리며 찾아보아야 하는 환경 등등. 자신들이 경험한 것에 대한 피드백을 위해 이 날 포럼에 참가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을 것이다.

화학작용4는 2019년 지원 사업에 선정되지 않았다. 심사위원들은 공공성과 개방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을까? 농담처럼 말했다. 새로운 창작언어를 찾아가는 방식을 거침없이 동료들에게 공유하고, 고민과 실패를 기꺼이 내보이며 상호참조가 되어주고, 대화의 물꼬를 튼 것만으로도 그 공공성과 개방성이 마련된 것 같다. 예술축제부문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 지원하면 내년에는 가능하지 않겠냐는 관객 패널의 이야기도 있었다.

화학작용4의 참가팀들은 창작과정 실험을 계속하며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우리의 연극은 그렇지 않다”고 외치며 제작환경의 변화를 꿈꾸고, 창작방식을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는 화학작용4의 참가팀들. 앞으로의 작업을 기대하며 계속 응원한다.
  1. 김태희, "우리가 서로를 마주본다면? 화학작용4 미리보기", 연극in, 2019년 3월 28일. http://webzine.e-stc.or.kr/01_guide/actpreview_view.asp?SearchKey=&SearchValue=&rd=&flag=READ&Idx=1289
  2. 송이원, "여기, 지금의 이곳에서부터 움직여보기", 연극in, 2019월 3월 14일. http://webzine.e-stc.or.kr/01_guide/actpreview_view.asp?SearchKey=&SearchValue=&rd=&flag=READ&Idx=1280
[사진제공: 화학작용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