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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기획: 국제관계와 문화교류-한일 공연예술인 간담회

빠른 2회가 필요하다

김은한
170호 2019.10.24
지난 10월 9일 16시, 서울문화재단 대학로 연습실 세미나실에서 ‘긴급기획: 국제관계와 문화교류-한일 공연예술인 간담회’가 열렸다. 일본 공연예술인 15명, 한국 공연예술인 8명이 모여 2시간 반 동안 의견을 나누었다......
지난 10월 9일 16시, 서울문화재단 대학로 연습실 세미나실에서 ‘긴급기획: 국제관계와 문화교류-한일 공연예술인 간담회’가 열렸다. 일본 공연예술인 15명, 한국 공연예술인 8명이 모여 2시간 반 동안 의견을 나누었다.
올해 8월, 나고야에서 개최된 아이치 트리엔날레에서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된 ‘표현의 부자유전(展) - 그 이후‘가 중단되었고, 이후 일본 정부는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보조금을 교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시 현장에서 항의할 수 없었던 일본의 ‘공연예술제작자 오픈 네트워크(Open Network for Performing Arts Managers, ON-PAM)’ 회원이 한국의 예술인들과의 만남을 제안하였고, 이번 모임이 성사되었다.
당장 한일 문화교류가 축소되는 분위기는 아니다. 교토국제무대예술제(KYOTO EXPERIMENT)에 한국 팀이 참가하기도 하고, 한국 여성 작가들의 소설은 지속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 7월 1일,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 발표는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해석되며 큰 반발을 일으키고 있다. 그 여파로 7, 8월에 치뤄진 몇몇 지역 축제에서 안전 문제를 이유로 일본 공연의 내한을 취소하는 일도 있었다. ‘원주 다이내믹 댄싱카니발’의 경우, 공연이 취소된 일본 팀이 한국을 방문해 원주 시장에게 직접 손편지를 건네기도 했다.
간담회에서는 먼저, ‘일본의 예술가들은 어떤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가? 또 국제교류에서 연대란 무엇인가?’ 에 관하여 한일 간의 인식이 어떻게 다른지 의견을 나눴다. 한 일본의 프로듀서는 독일 아우슈비츠 투어에서 가이드는 1940년대의 역사적 사실을 “독일”이 아니라 “나치”의 행위였다고 표현하는데, 최근 방문한 창덕궁 투어에서 가이드가 한국에 대한 “일본”의 침략 행위라고 설명하는 것을 듣고, 과거가 아직 청산되지 않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했다.
이어, “일본의 전쟁 책임은 아시아 모든 국가에 같지만 각 나라와 일본이 맺고 있는 관계는 다양하다. 70년 전 역사 인식이 없는 일본 젊은 세대에게 예술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 나왔다. 또, “보지 못한 것을 상상하는 건 제한적이기에 이번 기회로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는 일본 예술인도 있었다.
아이치 트리엔날레 전시 중단 사태가 최근 한일 관계 악화로 일어난 특별한 일인지, 아니면 일본 정부의 지속적인 검열 때문인지 의문을 던지기도 했다. “한국의 블랙리스트 사태와 같은 정부 차원의 불이익은 없었는가?” 하는 물음에는 “예술가 자신의 자기 검열은 계속 있지만 자유롭게 작업을 하는 분위기이다. 진행 중인 전시를 중단시키는 사태는 새로운 국면”이라고 밝혔다. 다만 “검열할 필요가 없는” 작업을 지속하는 예술가는 이것을 금방 잊히는 사건으로 받아들일지도 모른다는 의견도 있었다. 사적이고 비정치적인 작업을 선호하는 예술가가 많기 때문이다.

간담회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전개되었는데, 첫째, 국가의 검열 사태에 있어 예술가는 어떻게 행동하고 협력할 수 있을까? 그리고 둘째, 교류 활성화를 바라보는 출발점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한국은 1910년으로부터 미래를 생각하는 한편, 일본은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해 미래로 나아가려고 하는 것 같다. 한국은 일본의 현재를 알아야 하고 일본은 과거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할 것이다. 시차를 좁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어떤 식의 초국가적인 토론의 장을 만들 수 있을까? 이번 아이치 트리엔날레 사태에 대하여 검열보다 심각한 문제는 역사에 무심한 국민 인식이 아닐까? 하는 의문도 제기되었는데, 아래와 같이 다양한 답변이 나오기도 했다.
“한국인보다 일본인들이 정치나 사회 이슈에 민감하지 않다. 예술가는 자기 주변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일본에서 살면 ‘원폭 피해자’의 관점으로 살아가게 된다. 2012년 서대문형무소를 찾았을 때 처음으로 역사 인식을 다시 하게 되었다. 현 정권의 주장이 의심스러워도 무엇이 진실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에서 살고 있다. 예술가는 정보가 들어오는 채널을 늘리고 확산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멘탈리티는 미국에 의해 형성된 ‘패전’에 중점을 두고 있다. ‘희생을 감당해온 자신’이라는 나르시시즘을 재생산한다면 한일 관계는 더욱 나빠질 것이다. 양국의 관계성을 다른 나라에 호소할 수 있는 공연을 만들고 싶다”
“생활에 치여 한국을 방문하지 못하거나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언론 보도만을 믿게 된다. 평범하게 의무 교육 과정으로만 공부했을 뿐인데 모르는 것이 많다.”
한 한국인 평론가는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철저하게 국민 의식을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공고한 검열 상태에 완전한 자유가 보장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일본 예술인의 각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간담회는 “오랫동안 일본 예술가들과 작업을 했지만 이렇게 여럿이 모여서 공개적으로 역사 얘기를 한 건 처음이다. 국제교류에 있어 역사와 정치를 개입시키는 것도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전에 서로 ‘현재’의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역시 만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루 대화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라는 소회로 마무리 되었다.

그리고, 다음엔 무슨 얘기를 나눌지 고민하며 또 만나기로 했다. 빠른 2회가 필요하다.
[사진: 김은한]